2021년이 시작되고도 일 년의 절반인 6월 중순이다. 평소 같으면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장애인파크골프대회가 여러 차례 열렸을 것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파크골프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부산의 경우 18홀에 한 타임(오전 09:30분~13, 오후 13:30~17:30) 마다 100명씩만 출입할 수 있다. 인원 제한은 홀짝으로 선별하는데 100명은 선착순으로 파크골프채로 줄을 세운다. 낙동강 관리본부에서 직원이 주민등록증으로 홀짝을 확인하고 100장의 번호표를 나눠준다. 비장애인 이야기고, 장애인은 홀짝 관계없이 다이나믹구장에는 30명, 삼장구장에는 40명만 출입할 수 있다. 물론 몇 번이나 달라지기도 했지만.

파크골프 대회 날 아침. ⓒ이복남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장애인파크골프대회가 개최되지 못했으므로 회원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 파크골프대회를 마련했다.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회장 이정웅)는 각 클럽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갈매기 나누리 다올 부부 영도 하사가 등 여섯 개 클럽인데 회원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상관없지만, 장애인 스포츠 등급을 받아야만 장애인 전국체전에 출전할 수가 있다.

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는 클럽대항대회를 6월 19일 삼장구장에서 개최한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점심은 제공하지 못하므로 클럽별로 해결하라고 했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대회를 한다니까 몇몇 사람들은 우승을 바라고 연습에 열중했다.

아직 장마철도 아닌데 하루걸러 비가 내렸다. 대회가 열리기로 한 삼장구장은 낙동강변의 저지대라 비가 내리면 물이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17일부터 18일 오전까지 비가 내렸다. 18일 오후에 파크골프 연습을 하러 간 회원들은 연습은 뒷전이고 내일(19일) 경기를 위해서 물을 퍼내기 바빴다고 한다. 홀마다 여기저기 물이 고여 있었기에 쓰레받기로 양동이에 물을 퍼 담았다고 했다. 필자는 18일 물푸기에는 참여도 못 했지만.

A 코스 여자 개인전. ⓒ이복남

어제 오후부터 날씨는 맑았다.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 박현선 부회장이 경기위원장으로서 대회 로컬룰 등을 설명했다. 로컬룰에서 중요한 것은 컨시드(오케이) 없고, 양파 적용한다고 했다. 양파란 정해진 타수의 2배를 말하는데, 3타인 경우 6타, 4타인 경우 8타, 5타인 경우 10타가 더 이상을 치지 않는다. 동점일 경우 A 코스 1번 홀에서 홀 아웃 한다고 했다.

이어서 황보경덕 사무국장이 수상 내용 등을 설명했다. 개인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녀 각각 시상하고 단체전에서 중복시상은 없다고 했다. 중복이랑 단체전은 4인 1조이므로 각 클럽에서 서너 조씩 출전했는데 시상은 각 클럽에서 한 클럽만 시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정웅 회장이 처음 치르는 대회를 앞두고 노심초사했었단다. 어제 오후에도 몇몇 회원들이 공을 치려고 왔으나 물을 퍼내고 있으므로 공을 못 친다고 하자, ‘구장이 다 네 거냐?’ 등으로 대들었지만, 회장 체면에 뭐라고 말도 못 하고 부들부들 떨었단다. 그리고 집에 갔는데 그동안 누적된 스트레스(?)가 폭발했는지 밤에 졸도하여 대학병원에서 응급조치하고 현재 서울로 이송 중이라고 했다. 세상에나!

대회는 이정웅 회장이 없는 관계로 박현선 부회장이 대행했다. 이번 대회에는 16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선수가 135명이고 운영요원이 25명이란다. 파크골프는 모두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운동이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또 하나의 재활운동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도 비장애인 중에는 여든네 살의 남자가 있었고 장애인 중에는 일흔여덟 살의 여자가 있었다. 아직도 대회에 참가하여 공을 친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징표이다.

B 코스 단체전. ⓒ이복남

먼저 개인전으로 남녀 각 36홀을 돌고, 그 다음에 단체전이 있었다. 여자는 A 코스 1홀부터, 남자는 B 코스 1홀부터 4인 1조로 시작되었다. 필자는 기록원(심판)으로 선정되어 있었다. 필자는 등수에 들 실력도 못 되지만 기록을 하게 되면 더 못 치게 되므로 안 하고 싶다 했으나 ‘모두 안 하고 싶어 하니 그냥 하라’고 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경우에는 심판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따로 선별하지만, 대부분 자체대회에서는 각 조에서 한 사람을 선정한다.

삼장구장은 어제 물을 퍼내서 물이 고인 곳은 거의 없었지만, 땅이 젖은 곳으로 공이 들어가면 공이 굴러가지 않았다. 구장 환경은 똑같지만 공을 잘 치는 사람은 마른 곳으로 공을 쳤으나 잘 못 치는 사람들은 젖은 땅으로 공을 보내거나 아니면 밖으로 나가 OB가 되기도 했다.

보통 때는 공이 홀컵 10~20cm 정도 가까이 가면 컨시드(오케이)라 해서 공치는 것을 면제해 준다. 그러나 대회에서는 컨시드(오케이)가 없으므로 끝까지 공을 쳐서 홀 아웃 시켜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평소처럼 컨시드(오케이)가 되는 줄 알고 공을 집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컨시드인 줄 알고 공을 집었다가는 2벌타이다.

참가상 나누기. ⓒ이복남

또 어떤 사람은 티샷을 하다가 실수하여 공이 옆으로 굴렀다.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실수했으니 다시 치라’고 했다. “안 돼요!” 공이 티박스에서 실수로 굴렀다 해도 그 자리에서 1타로 치고 다시 쳐야 한다. 만약 공을 집어서 티박스로 다시 가져오면 2벌타이다.

오전 18홀이 끝나고 점심은 클럽별로 주먹밥이나 김밥 떡과 음료수와 과일 등을 준비했다. 그래도 형식적이나마 집합금지 거리 두기로 한 테이블에 4인씩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시간에 황보 국장이 부산시장애인체육회에서 김철우 사무처장 등 관계자들이 오전에 다녀갔는데, 필자를 찾았지만 경기 중이라 연락을 못 했다고 했다.

며칠 전 비가 오는 날, 고랑으로 스쿠터가 다니기 불편하다 했더니, 하사가클럽의 강신주 경기위원장이 여기저기 버려진 자재를 가져다가 스쿠터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단다.

오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전에 홀마다 많이 기다린 것을 고려해서 오후에는 각조를 절반으로 갈라 앞 조는 1번 홀부터 시작하고 뒤 조는 6번 홀부터 시작했다.

오전보다는 땅이 좀 더 말라서 공이 잘 굴러가기는 했지만, 잘 치는 사람이나 잘 못 치는 사람들에게는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파크골프장의 노란부리 고방오리. ⓒ이복남

B 코스는 저지대라 비만 오면 물이 잘 안 빠진다.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에서 삼장구장을 장애인골프장으로 어렵게 조성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장애인이라 땅을 파는 등의 심한 노가다는 할 수가 없기에 긴급 이사회에서 따로 인부 몇 사람을 불러서 몇 군데 구덩이를 파고 도관을 묻었었다.

비가 오니 구덩이에 물이 고여서 웅덩이가 되었다. 얼마 전 웅덩이는 말라서 물이 조금밖에 없었음에도 웅덩이가 생기니 오리가 날아왔다. 낙동강이 가까이에 있으니 날아왔겠지만, 부리가 노란 고방오리였다.

며칠 전 비가 온 탓에 지난번보다 웅덩이에는 물이 조금 더 많았고 물속을 들여다보니 올챙이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오늘은 오리가 오지 않았다.

개인전 경기가 끝나고 단체전이 시작되었다. 단체전은 4인 1조가 세 팀씩 출발했다. 그러니까 공치는 사람들이 12명이었다.

신규 클럽에서는 단체전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점수와 상관없이 너무 재밌다. 앞으로 단체전만 했으면 좋겠다.” 그건 안 되지, 개인전에서 우승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개인전이나 단체전이나 다른 사람이 공을 칠 때 먼저 앞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단체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12명이나 되다 보니 먼저 나가지 말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다른 홀에서 옆으로 비키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단체전 경기도 끝났다. 단체전에서는 하사가 3팀과 갈매기 D팀이 64타로 동점이었다. 각 팀의 조장 1명이 나와서 서든데스(sudden death)로 니어 홀 아웃을 했는데 하사가 3팀이 져서 단체전 1위는 갈매기 D팀에게 돌아갔다.

주최 측에서 최종 집계를 하는 동안 참가자 전원에게 주는 참가상으로 미역을 나누었다. 그리고 몇 군데서 찬조한 타월 모자 공 골프화 등을 추첨으로 뽑았다.

황보경덕 사무국장은 개인전 각 조에서 아무도 안 하려던 기록인(심판)을 해 주신 분들께 심판비 대신 공을 하나씩 드리겠다고 했다. 덕분에 필자도 파크골프공을 하나 받았다. 공은 아식스 4피스인데 대부분의 파크골프 공은 직경이 60mm이고 중량은 94g이다.

그리고 어제 구장에서 물을 퍼내느라고 손목이 아파서 오늘 공을 잘 못 친 사람도 있다고 했는데, 어제 물을 퍼내느라고 수고한 사람들에게도 공 하나씩을 증정했다.

개인전 장애인 남녀 수상자. ⓒ이복남

개인전 비장애인 남녀 수상자. ⓒ이복남

단체전 수상자들. ⓒ이복남

경품을 다 나누고 시상을 했다. (존칭은 생략함)

장애인부 남자, 1위 김우곤, 2위 강신주, 3위 조성태, 4위 임병기, 5위 금인하.

장애인부 여자, 1위 전희숙, 2위 진여정, 3위 최종월, 4위 설순순, 5위 김귀숙.

비장애인부 남자, 1위 정복만, 2위 신용덕, 3위 김성규, 4위 마성호, 5위 홍준수.

비장애인부 여자, 1위 이영옥, 2위 최경화, 3위 노순자, 4위 양귀화, 5위 장동금.

단체전, 1위 갈매기, 2위 하사가, 3위 나누리, 4위 영도, 5위 부부.

단체전 10위 안에 하사가 갈매기 나누리 영도 등이 여러 팀이 들었으나 단체전에서는 중복수상은 안 한다고 했으므로 한 팀씩만 수상했다.

스쿠터가 다닐 수 있는 길. ⓒ이복남

마지막으로 황보 국장은 이정웅 회장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이정웅 회장은 뇌경색이었는데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했다.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뇌경색으로 입원 중인데 환호라니, 이정웅 회장님 하루빨리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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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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