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 쯤 불러 보았을 가을 노래인데, 백남석 작사, 현제명 작곡의 동요이다.

흰구름 둥실 떠가는 파크골프장. ⓒ이복남

하늘엔 흰 구름 둥실 떠가고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는 날, 지난 22일 낙동강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에서는 영도구 장애인 파크골프대회가 열렸다.

전국 시도에는 거의 날마다 파크골프 대회가 열린다. 그래서 웬만큼 파크골프를 친다는 사람들은 전국을 여기저기 다니곤 한다. 그런데 장애인 파크골프대회가 구 단위로 개최되는 일은 별로 없다. 개별 동호회 대회는 있지만.

부산장애인골프협회(회장 김정포)에는 몇 개의 클럽(동호회)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영도구 장애인 파크골프클럽이다.(이하 영도클럽) 영도클럽에서 이처럼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것은, 영도구장애인복지관에는 인조 잔디구장이 있어서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파크골프클럽에 쉽게 입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럽회원도 제일 많다.

5년 전부터 영도구장애인복지관(관장 김선희)에서 1년에 한 번씩 파크골프 대회가 개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도클럽에서 좀 더 폭을 넓혀 부산장애인골프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2019년 영도구 장애인 파크골프 클럽 회장배’가 개최되었던 것이다.

전국체전 우승자와 김철훈 구청장. ⓒ이복남

22일 아침 이태영 회장이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자원봉사자들이 간식을 준비했다. 인절미와 호박떡에다 바나나 방울토마토 밀감까지 간식이 푸짐했다. 그러나 아침을 안 먹고 나온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음식은 금방 동이 났다. 커피가 있었으나 물이 끓지 않아서 커피를 마실 수가 없었는데, 주최 측에서 누군가가 더치커피를 가져온 사람이 있었다.

영도클럽 이태영 회장은 ‘영도구청장 배 대회를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가 않아서 회장 배로 하게 되었다’고 했다. 영도구 김철훈 구청장도 구청장 배가 쉽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태영 회장이 개회를 알렸다. 그리고 부산장애인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이 축하 인사를 하면서, 지난 19일에 끝난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파크골프 대회에서 PGI부분에서 조성태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 복식조에서 전영익·안인찬 선수가 동메달을 땄는데 모두가 영도구 선수들이라며 영도구청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영도구 김철훈 구청장은 축하 인사에서 날씨가 너무 좋아서 다행이라며 이곳에는 처음 와 보았지만 이런 맛에 파크골프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영도에도 땅이 있으면 파크골프장을 만들겠지만, 지금은 땅이 없어서 물색 중이라고 했다.

영도구에서는 구청장 외에 체육회 이강 수석부회장이 참석해서 금일봉을 전했고, 김선희 복지관장도 축하 인사를 했다.

김철훈 구청장의 시타. ⓒ이복남

이번 대회에는 70여 명이 참여했는데, 출전하는 선수는 4인 1조로 16조 즉 64명이 참여했다. 신용덕 선수(영도복지관 주임)가 심판위원장으로서 로컬룰을 설명했다. 이번 대회의 로컬룰에서 특별한 것은 없고 여자 선수들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A3번 홀과 B3번 홀은 레이디 티(30m 앞)에서 출발하고 그 대신 장애인은 핸디 1점을 준다고 했다. 오늘 경기는 총 36홀인데 나인 홀(9홀)에 핸디 1점이므로 핸디는 모두 4점이다. 심판(기록인)은 따로 없고 각 조에서 한사람이 기록을 하라고 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김철훈 구청장이 A1번 홀에서 시타를 했는데 OB였다. 파크골프는 규격을 벗어나는 에러를 OB라고 한다. 체육회 이강 수석부회장은 시타에서 OB는 하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남자 선수들은 A코스에서 시작하고 여자 선수들은 B코스에서 출발했다. 오전에 18홀 오후에 18홀 총 36홀 경기였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살랑거렸다. 이태영은 회장은 기쁘게 즐기라고 했으나 출전하는 선수들은 즐기는 것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필자도 선수로 참여는 했으나 등수에 상관이 없는 실력이니까 유유자적이다.

꽃댕강나무 울타리. ⓒ이복남

홀마다 구분선에는 꽃댕강나무가 빙 둘러서 있었는데 꽃댕강나무는 한참 향기를 날리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꽃댕강나무는 가시나무다. 뒷방으로 OB가 나는 경우 공이 울타리 가시나무 사이로 들어 갈 때도 있어서 공을 꺼내려면 가시나무를 조심해야 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조그맣고 앙증맞은 연분홍 꽃을 피워 향기를 날리며 벌 나비를 불러 모으고 있음에도 무슨 꽃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낙동강관리본부에 문의를 하니 꽃댕강나무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꽃댕강나무는 꼭두서니목 인동과 목본식물로 중국이 원산지이고 일본에서 원예종으로 개발되어 도입되었다고 한다. 꽃댕강나무는 어디서든지 잘 자라고 삽목도 가능해서 울타리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꽃댕강나무는 가지가 댕강댕강 소리를 내며 잘 부러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댕강 소리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을 치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꽃댕강나무를 꺾어대는 바람에 울타리 주변에는 꽃댕강나무 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즐거운 점심시간. ⓒ이복남

참여 선수가 얼마 안 되다 보니 오전 경기는 12시 전에 끝났다. 오늘도 점심은 뷔페였다. 가지나물 멸치볶음 김치 무채 돼지고기볶음 시락국 등 반찬은 그런대로 푸짐했다. 사람들은 가지나물에 반가워했다. 가지에는 안토시안이 많이 들어있어 몸에 좋다는데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가지를 싫어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오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남자는 A코스, 여자는 B코스에서 출발했다. 오전 경기를 치른 때문인지 오후 경기는 빨리 끝났다. 주최 측에서 점수를 집계하는 동안 사회자가 공지사항을 알렸다.

등수는 남녀 공히 1등부터 ~ 5등까지는 금일봉(상품권)이고, 참가 선수 모두에게 경품을 추첨하는데 상품을 받지 않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두 번은 안 된다고 했다. 즉 등수에 든 사람은 경품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가자 모두에게 기념 타올이 주어졌다.

남자 우승자는 1위 김정포, 2위 조성태, 3위 천명재, 4위 이윤근, 5위 전영익. 여자 우승자는 1위 최윤원, 2위 홍옥희, 3위 박재필, 4위 신미애, 5위 안영희. (존칭 생략)

남녀 우승자들. ⓒ이복남

우승자에게는 금일봉이 주어졌는데, 금일봉이 얼마인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어서 골프화 한 컬례씩이 주어진 홀인원상은 전영익 선수, 홍옥희 선수가 받았다. 그리고 화장지 냄비 등 여러 가지 상품은 추첨을 통해서 참가자들에게 주어졌다.

이태영 회장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전체 경비는 얼마나 들었을까. 전체금액은 250만 원쯤인데, 체육회에서 150만 원을 받았다. 50만 원은 현금이고 100만 원을 법인카드로 마트에서 상품을 구입했단다. 그리고 참가비 1만 원을 받아서 점심값 등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영도구장애인복지관장배를 했을 때는 복지관에서 모든 것을 주관하고 자기는 진행만 했는데, 이번 대회는 전부 다 자기가 주관을 하다 보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속이 상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파크골프대회 참석자들. ⓒ이복남

이태영 회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지난 9월 28일 태풍 미탁으로 파크골프장이 물에 잠겼을 때 22일 대회를 걱정하면서 홀로 파크골프장을 둘러보기도 했었다.

“이번이 영도클럽 회장 배는 처음인데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1회라고 못하고 2019라고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후문에 의하면,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회 중임에도 공을 치는 사람들이 있더라.’ ‘커피 물이 빨리 끓지 않았음은 누군가 대형 커피포트 조작을 잘못한 것 같더라.’ ‘여자들에게 레이디 티도 주고 핸디도 주는 것은 이중이라 부당하다.’ ‘상품은 하나씩만 받으라고 했지만 두 개씩 받는 사람도 있더라.’ 등등

영도구청과 장애인복지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이태영 회장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대회는 무사히 끝이 났다. 어떤 사람들은 집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A코스 또는 B코스에서 공을 치기 하기 시작했다. 주최 측 사람들은 쓰레기를 치우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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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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