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란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의 통칭이다. 7월~9월까지 30여 개의 태풍이 발생하는데 가끔은 6월이나 10월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태풍이 발생한 곳에서 여러 가지 이름을 붙이기도 했으나 2000년부터 태풍위원회 회원국인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캄보디아, 일본, 태국,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마카오 그리고 괌을 영유하는 미국까지 14국으로 이루어진 태풍위원회에서 이름을 결정한다. 회원국에서 제출한 140개의 태풍 이름을 세계기상기구(WMO)로부터 공식 명칭으로 인정받아 태풍이 발생한 순서대로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원추리꽃. ⓒ이복남

태풍은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은 1959년 사라를 비롯하여 셀마 루사 매미 등이 엄청난 피해를 줬다. 그래서 많은 피해를 입힌 태풍 이름은 퇴출시키기도 한다.

지난 7월 17일 오후 3시 2019년 제5호 태풍 다나스가 필리핀에서 발생했다. 다나스는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경험이라고 한다. 다나스가 우리나라로 북상하면서 엄청난 강풍과 폭우를 동반했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비가 내렸고 바람이 불었다.

태풍(颱風 typhoon)은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이다.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허리케인(hurricane)이라고 하는데 미국 등 북아메리카에서 자주 발생한다. 유럽에서도 가끔은 허리케인이 발생하는데 최근 유럽에 큰 피해를 입혔던 허리케인은 2017년 10월에 발생한 허리케인 오펠리아였다.

파크골프 이야기를 하면서 웬 태풍인가 하겠지만, 파크골프는 야외 운동이다. 야외 운동이다 보니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7월 18일부터 21일까지는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부산에도 많은 비가 내렸고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삼락공원은 낙동강 강변에 있어서 폭우가 내리면 물에 잠기게 마련인데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불었으니 오죽하겠는가. 27일에는 ‘2019 클럽대항 어울림 파크골프대회’가 열리는데 파크골프장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선수들이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7월 27일 아침 태풍은 지나갔지만, 삼락공원 파크골프장 가는 길은 온통 안개의 바다였다. 그 안개의 바다에서 함초롬히 안개를 머금고 얼굴을 내민 주황색 꽃은 원추리였다. 원추리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피는 꽃이 나리꽃인데 나리꽃은 여름 내내 피어 있지만, 원추리꽃은 나팔꽃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하루살이 꽃이다. 달리는 차안에서 안개 속의 원추리꽃은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아무튼 태풍 다나스는 지나갔으나 파크골프장은 후텁지근했고 잔뜩 찌푸린 날씨에 잿빛 하늘에선 간간이 비를 뿌렸다.

파크골프란 3세대가 공원에서 즐기는 스포츠인데, 쉽게 말하자면 일반 필드 골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명칭도 ‘대한장애인골프협회’이고 그 산하에 ‘부산장애인골프협회’가 있다. 협회에서는 주로 파크골프대회를 하지만 골프도 육성하고 가끔은 골프대회도 한다.

클럽대항 파크골프대회. ⓒ이복남

파크골프는 골프의 축소판 같은 것이지만, 특히 우리나라 여자들의 골프는 박세리 박인비 등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골프는 15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양치는 목동들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에서 만들어져 일본과 한국 등에 동남아에 국한되어 있다.

파크골프대회는 아침에 시작하여 저녁에 끝나는 36홀 경기인데 가끔은 2일간 경기도 한다. 그리고 골프나 파크골프나 파3홀 파4홀 파5홀 등 18홀로 구성되어 있는데 골프는 총 72타이고 파크골프는 66타이다.

세계적인 골프대회에서는 보통 언더 얼마라고 하는데 기본인 72타보다 적게 치는 마이너스 타수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골프대회는 하루에 72타를 치는 18홀 경기를 4일간 치르고 그 합계 타수로 순위를 매긴다.

세계적인 여자 골프 메이저대회는 ANA 인스퍼레이션, US 여자오픈, KPMG 우먼스 PGA 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 AIG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 등 5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에비앙 챔피언십 대회가 지난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렸다.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에서 클럽대항전이 열리는 27일도 날씨가 궂었다. 그날 멀리 프랑스 에비앙에서도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 달러) 3라운드가 열리고 있었는데 허리케인은 아니지만, 날씨 때문에 두 시간이나 연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8일에는 마지막 4라운드가 열렸고 우리나라의 고진영 선수가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물론 모두가 비장애인 선수들이지만, 골프를 처음 배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타 정도라고 한다.

파크골프대회도 보통은 36홀이라 기본 타수는 132타지만, 우승자는 개인이나 단체나 모두가 언더였다.

이번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어울림 클럽대항전이자 개인전이었다. 각 클럽에서 5인이 한 팀이 되어 미리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데, 경기는 4인 1조로 36홀의 개인전을 치른 후에 그 타수를 합산하여 개인전 우승 순위를 정하고, 클럽의 단체전은 미리 제출한 5인의 타수를 합산하여 우승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경남장애인골프협회와 부산장애인골프협회에서 120여 명이 참여했는데 클럽은 20개 팀이었다. 120여 명의 선수들로 대회를 치르자니 시간을 단축하고자 샷건 방식으로 진행했다. 샷건(shotgun)이란 엽총이라는 뜻인데 ‘산탄총처럼 동시에 수많은 총알이 발사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가랑비 내리는 파크골프장. ⓒ이복남

경기는 삼락공원 다이나믹 파크골프장 A홀과 B홀에서 치러졌다. 큰 대회가 아닌 경우 각 조에서 한사람이 심판(기록인)을 했는데 공을 치면서 심판(기록인)을 하느라고 자신이 치는 공에 소홀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여자들이 공을 칠 때는 남자가 심판(기록인)을 보고, 남자들이 공을 칠 때는 여자가 심판(기록인)을 보기로 했다.

27일 아침 9시 여자부터 경기가 시작되었다. 샷건 방식이라 경기는 A홀과 B홀 등 18홀에서 동시에 시작하는데 샷건 방식을 처음 접하는 몇몇 선수와 심판(기록인)은 샷건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약간씩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경기는 여자들부터 시작되었기에 필자도 선수로 참여하였다. 아침에는 온통 안개의 바다였는데 경기가 시작되자 안개는 약간 걷히었으나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잿빛 구름이 낮게 드리웠다. 필자도 공을 좀 잘 치고 싶지만 파크골프에는 재주가 없는지 타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우승은 포기하고 그냥 기꺼이 즐겁게 공을 쳤다.

18홀을 돌고 나서 남자들과 교대를 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간간이 비를 뿌리기도 했으나 공을 치는 동안에는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나 보다. 샷건 방식에서 필자는 B 8번 홀 심판(기록인)을 했는데 매앰매앰 매미는 귀청이 떨어져 나가라고 울어대고, 간간이 뿌리던 비가 걷힐라치면 어디서 날아왔는지 잠자리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지금이 한 여름인데 땡볕이 아니라 공치기는 좋은데 후텁지근한 날씨에 비까지 내리니…….

점심시간. ⓒ이복남

그런데 선수로 공을 칠 때는 잘 못 들었던 소리가 한 가지 더 귓가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노래라기보다는 소음 같은 쿵쾅거림이었다. 삼락공원은 삼락 IC 부근에서부터 사상 IC까지 낙동강 하구에 조성되어 있다. 삼락공원에는 축구 야구 테니스 야외수영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저 아래쪽 어디쯤에선가 제20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비는 오다 말기를 반복해서 어떤 심판(기록인)은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기도 했으나 필자는 그냥 비를 다 맞았다. 그런데 신기한 게 파크골프장을 낮게 날아다니던 잠자리가 비가 내리면 어디론가 금방 사라졌고 비가 그치면 금방 어디선가 또 나타났다. 잠자리 날개는 방수가 안 되어 빗물이 묻게 되면 날지를 못하므로 비가 올 때면 나뭇잎이나 돌 아래 등으로 비를 피했다가 비가 그치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순간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이라 신기할 정도였다.

찌푸린 하늘에서 가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개의치 않았으나 플라스틱 의자에 내린 비는 앉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지나가던 한 선수가 비가 오면 의자를 뒤집어 놓으라고 했다. 아하, 그래서 선수들이 올 때면 의자를 뒤집어 놓고 선수들을 기다릴 때는 의자를 다시 뒤집어서 앉기도 했다.

12시 반쯤 오전 경기가 끝났다. 샷건 방식이라 모든 경기가 거의 동시에 끝나는 줄 알았는데 경기를 다 마치고 본부석으로 돌아와 보니 점심은 여느 때처럼 뷔페식인데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점심을 다 먹었단다.

몇 사람 남은 식사 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줄 뒤에 서서 식사를 받았다. 반찬은 무채와 고구마 줄기 등 몇 가지 나물과 제육볶음에 미역국이 나왔다. 식판에 밥을 받아서 빈자리를 찾아서 앉으니 먼저 밥을 먹고 있던 사람이 미역국을 보고 웃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징크스 중에 시험이나 시합 날에는 미역국을 안 먹는데 하필 미역국이라니…….

내 타수는 얼마일까. ⓒ이복남

1시 반쯤부터 오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시작했던 대로 여자들이 경기를 먼저 시작하고 남자들이 심판(기록인)을 했다. 날씨는 여전히 아까맹키로(조금 전처럼) 가랑비가 내렸다가 그치고 그쳤다가는 다시 내리고를 반복했고 멀리서 록페스티벌 쿵쾅거리는 음악소리도 여전했다.

여자들의 경기가 모두 끝나고 남자들의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어디선가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누군가가 홀인원을 한 모양이다. 홀인원이란 파3 또는 파4의 홀에 1타에 공을 넣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B 8번 홀 심판(기록인)을 보았는데 8번 홀에서도 2타에 공을 넣기도 하고 곧잘 OB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휠체어 이용자들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데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다.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약간은 힘들어 보였지만 경기 중이라 뭐라고 말은 못 하고 경기가 다 끝난 다음에 물어보았다.

그는 김해에서 온 선수였는데 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저더러 죽으란 말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오래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었는데 수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이 유일한 운동이라고 했다. 전동휠체어는 운동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남자 니어핀. ⓒ이복남

경기가 끝날 무렵부터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다. 본부석에서 타수를 집계하는 동안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부산장애인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이 모든 선수에게 남자는 B 1번 홀 여자는 B 9번 홀에서 니어핀 이벤트를 제안했다. 니어핀이란 누가 공을 홀에 가까이 붙이느냐로 판가름 하는데 거리가 애매할 때는 깃대로 거리를 재기도 했다. 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공 3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쳐냈으므로 경기는 금방 끝났다. 남자 니어핀에서는 홀인원을 한 사람도 있었다.

모든 경기가 끝나자 시상을 했다. 개인전 남자 우승은 1위 정석태 113타, 2위 이광호 116타, 3위 임규섭 117타, 4위 신용덕 121타, 개인전 여자 우승은 양귀화 121타, 2위 홍옥희 122타, 3위 김화순 127타, 신미애 127타이다. 같은 타수의 순위는 니어핀으로 정한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클럽대항전이므로 사전에 5명씩 팀을 구성하여 신청했었다. 5명의 36홀 개인 타수를 합산하여 단체전의 순위를 정했다.

단체전 1위는 영도클럽 A팀이 621타로 우승하였다. 2위는 갈매기 C팀 637타, 3위는 부부 A팀 638타, 4위는 하사가 A팀 650타, 5위는 진주 A팀 654타이다.

개인전 우승자에게는 기념품이 주어졌고 단체전에는 1위 40만 원, 2위 30만 원, 3위 20만 원, 4위 10만 원, 5위 5만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모든 대회가 끝나고 나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볼멘소리가 파크골프장이라고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해야 할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고 제 차례에 올 이익에만 마음을 쏟는다는 말이다.

단체전 우승자들. ⓒ이복남

이번 대회도 잿밥에만 관심이 있더라는 것이다. 클럽대항전도 마찬가지지만 파크골프는 장애인만 하는 게 아니라 어울림이라는 이름으로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본성이란 누구나 우승하기 위해 기를 쓰고 경기를 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경기에 임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느리다고 눈총을 주거나 타박하는 비장애인들의 수모(?)를 견뎌야했다.

더구나 파크골프는 매너 게임이다. 설사 장애인의 걸음이나 행동이 약간은 굼뜨고 느리다고 해도 기다려주고 배려해 주는 것이 어울림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조에 장애인이 있어 내 타수에 지장을 받아 등수에 들지 못함을 투덜거린다면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말이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되었겠는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은 선택사항이 아니므로 누가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은 못나고 비장애인은 잘났다는 차별이 아니라 단지 다름을 인정하는 차이의 문제일 뿐이다.

부디 장애인 파크골프의 어울림 대회에 참가하는 비장애인일지라도 장애인을 차별해서 장애인을 서럽게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당부하건대 제발 파크골프장에 침 좀 뱉지 말고, 사탕껍질 하나라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