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익산실내체육관 등 전라북도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에는 17개 시도에서 26종목으로 8,500명(선수 6,000명, 임원 및 보호자 2,50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종합점수는 금·은·동메달의 집계와 8위까지의 점수가 합산되어 경기도가 223,376.64점을 획득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충북으로 159,878.48점, 3위는 서울 156,079.20점, 4위 전북 142,983.92점, 5위는 부산 118,700.20점이다.

필자는 제38회 전국체전에서 선수는 아니고 심판으로 참여했다. 전북 익산종합운동장이 메인이고 나머지 경기는 12개 시군에서 개최되었는데 파크골프는 진안군에서 개최되었다.

안개 낀 파크골프장. ⓒ이복남

대회는 25일부터인데 심판은 24일 아침에 교육이 있었다. 진안의 아침공기는 싸늘했고 파크골프장으로 가는 길엔 안개가 자욱했다. 파크골프장은 진안군 진안읍 운산리 70에 있었다. 용담호는 금강 상류에 있는 다목적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인공 호수라는데 파크골프장은 용담호 습지공원에 있었다.

심판은 각 지역에서 추천한 40명이 참석했는데 이문형 심판위원장이 교육을 했고 윤용호 경기위원장이 보충 설명을 했다. 이문형 위원장은 파크골프의 경기룰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그리고 거듭 당부하기를 모두가 지역에서 선발 된 엘리트 선수들인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으므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전국체전이 다른 대회들과 다른 점은 선수들은 절대로 공에 손을 대서는 안 되고, OB는 공이 나간 지점에서 사선으로 2클럽이내라고 했다. 보통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마크를 하고 공을 집기도 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가 공을 집으면 2벌타라고 했다. 그리고 보통은 OB도 홀컵에서 직선으로 2클럽이내이므로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은 OB공을 직선 지점에 놓아 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파크골프 등급분류. ⓒ대한장애인골프협회

또 하나 OB공은 나간 지점이 아니라 최종 지점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심판은 공의 최종 지점만 확인하면 되는데 이번 대회는 나간 지점을 표시하다보니 공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경우도 더러 있었고, 같은 방향에서 OB가 2~3개 났을 경우 어느 공이 어느 지점으로 나갔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장애인 파크골프는 지체장애인, 지적장애인, 시각장애인 등 세 가지 유형인데 전국체전에 시각장애인 선수는 없다. 파크골프 스포츠 등급은 PGW(Park Golf Wheelchairs), PGST1(Park Golf Standing one), PGST2(Park Golf Standing two), PGST3(Park Golf Standing three), PGI(Park Golf Intellectual Disability)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선수부는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각각 36홀로 예선을 치르고, 그 중에서 8위까지는 다시 결선 경기로 18홀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PGI와 동호인부는 예·결선을 따로 하지 않고 36홀로 순위를 정한다고 했다.

심판은 한 홀에 두 명씩이 배정되어 심판위원장과 함께 자기가 맡은 홀에 실사를 나갔다. 필자는 다른 한 명과 함께 A2번 홀을 맡았다. 선수들에게도 오후 3시까지는 연습이 허용되었다.

부산을 출발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산야는 녹색 빛을 띠고 있었는데 안개 걷힌 파크골프장 주변은 울긋불긋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그런데 선수와 각 지역 협회장들이 웅성웅성했다. 25일 예선에는 9시 30분부터 PGST2가 1조부터 출발하고, 26일 예선에는 PGST3가 1조부터 출발하기로 했는데 26일 예선은 1조부터가 아니라 9조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화장실과 송풍기 등. ⓒ이복남

전국체전이 구멍가게냐? 대회 하루 전에 순서를 바꾸는 게 어디 있냐? 도대체 누가 순서를 바꿨냐? 사람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도 했으나 이미 본부 측에서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난 모양이었다.

25일 아침이 밝았다. 파크골프장은 안개가 자욱했으나 9시 30분 경기가 시작되자 안개는 어느 정도 걷혀서 파크골프를 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다. 오전 그리고 오후 내내 A2번 홀을 지키고 있으려니 약간 피곤하기도 했으나 이것이 심판의 의무였다. 필자가 이번 대회에 심판으로 간다고 했을 때 다들 고생하겠다고 했다. 고생은 무슨 고생 선수들이 고생을 하지.

25일 경기가 끝나자 커다란 경운기(?) 같은 게 파크골프장으로 들어갔다. 뭔가 싶어서 지켜보니, 페워에이에 떨어진 낙엽을 밖으로 불어내는 기계 즉 송풍기였다.

26일 아침이 밝았으나 어제 밤부터 비가 내렸다. 심판들에게는 일회용 비옷을 하나씩 지급했다. 선수들 비옷은 각 협회에서 지급한다고 했다. 비가 내리는데 형형색색의 비옷을 입은 선수들이 어제 발표한 대로 9번부터 PGST3가 A코스를 출발했다.

어제도 종일 비가 내렸고 27일에도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오늘도 심판위원장은 선수들은 1~2타를 다투게 될 정도로 예민하므로 선수들의 심경을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20m가 넘어도 선수가 원하면 마크를 해 주라고 했다. 마크는 선수가 원하면 그 자리에 마크로 표시를 하고 공을 옆으로 치워 줄 수 있는데 티샷을 한 공은 마크를 안 하고, 공과 공 사이가 20m가 넘으면 마크를 안 해도 된다.

27일 오후부터 비가 개이기는 했으나 바람이 불때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바람이 쏴아쏴아 거세어지면 낙엽을 이리저리 몰고 다녔다. 결선전을 치르는 선수들은 바람이 거세지면 잠깐씩 멈추어야 했다. 바람이 공을 몰고 갈 수도 있으므로. 오후 2~3시 경이 되자 선수부 결선전이 끝나고 A코스에서 PGI 선수들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입구쯤에서 웅성웅성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PGI 선수들이 계속 오고 있으므로 필자는 페어워이를 떠날 수가 없었다. PGW 선수나 PGI 선수는 조력자가 동행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봉사자나 보호자 또는 활동보조인이라고 하지만 파크골프에서는 조력자(助力者)라고 했다. PGW 선수가 전동휠체어를 사용할 경우에는 조력자가 필요치 않았으나 수동휠체어는 조력자가 휠체어를 밀어 주어야 했다. PGI 선수의 조력자는 2m 정도의 거리에서 따라가면서 마크를 놓아 달라거나 최종 타수만 확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바짝 옆에 붙어서 공을 어떻게 치라는 등 어드바이스를 하기도 해서 심판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PGI 선수들의 A2홀의 경기가 다 끝나고 페어웨이 밖으로 나와 보고서야 웅성웅성한 이유를 알았다. 선수부는 결선전에서 동타가 많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같은 타수는 서든데스로 순위를 정하는데 서든데스는 모든 경기가 끝난 후에 한다. 그런데 PGI 선수들이 A 코스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데 B 코스에서 서든데스를 하느라고 마이크로 선수들을 불러냈다는 것이다.

경기위원장에게 이의를 제기한 C협회장은 “PGI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서든데스를 한다고 큰소리(마이크)로 선수들을 불러내느냐, PGI는 선수도 아니냐, 다 같은 장애인인데 PGI 를 차별하느냐?”고 한 모양이다. 이에 D선수가 C협회장의 말이 맞는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다른 선수들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경기위원장이나 회장이 본부 측에 도전하느냐며 옥신각신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D선수를 제명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이게 제명 깜이냐’며 사태가 더 크게 번진 것 같았다.

PGI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으니 조용히 하라는 데서 시작한 C협회장과 D선수가 경기위원장의 ‘도전’이라는 말에 흥분해서 더 떠들게 되었으니 C협회장과 D선수도 결코 잘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이 일로 밤늦게까지 각 지역 협회장들이 회의를 했다는데, 나중에 평가회의에서 다시 하겠다하고 일단락되었단다.

선수 대기실의 점심시간. ⓒ이복남

28일 일요일 아침 파크골프장으로 나와 보니 안개 서린 파크골프장에 고라니 한 마리가 뛰어 다니고 있었다. 맑고 쾌청한 가을 하늘인데 진안 날씨가 심술이 났는지 변덕이 심했다. 후드득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하고, 반짝하고 햇볕이 보이다가도 금방 먹구름이 몰려오는 등 비바람이 하루 종일 오락가락 했다.

오후에는 동호인부 경기를 했는데 A코스를 거쳐 B코스를 돌고 있는데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거세졌다. 경기가 다 끝난 선수들은 선수 대기실 천막 안에서 기다리는데 천막이 출렁거리고 천막아래 집기들이 주르르 밀려 다녔다. 비바람이 너무 거세게 몰아쳐서 몇 홀을 남겨두고는 경기를 중단해야 했다.

29일 월요일 아침, 어제 밤의 거센 비바람은 잠잠해 졌지만 날씨는 여전히 오락가락 했다. 오전에는 어제 저녁 남은 동호인부 경기와 단체전 결선전이 남아 있었다. 남은 선수들은 수상자 들이고 결선전에서 밀린 선수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 가버려서 선수 대기실은 썰렁했다.

본부 측에서는 비가 오락가락 하므로 시상식은 천막 아래에서 준비했다. 김순정 회장과 각 시도 협회장들이 시상식 앞에 자리했다. 김순정 회장은 그동안 선수들이 수고 했고, 특히 이번 대회를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한 전북 선인태 회장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냈다.

수상자들. ⓒ이복남

시상식은 PGST1 부터 했는데 시상은 선인태 전북회장이 했다.

PGST1 남자 1위 전남 이정철, 2위 대구 박재현, 3위 울산 장재수.

PGST2 남자 1위 부산 정치한, 2위 울산 이상국, 3위 강원 김규철.

PGST3 남자 1위 인천 이재현, 2위 대구 홍상희, 3위 울산 이순복.

PGST1 여자 1위 경기 정현덕, 2위 울산 이은아, 3위 경기 황현희.

PGST2 여자 1위 충남 박선진, 2위 경기 임선숙, 3위 경남 김선옥.

PGST3 여자 1위 광주 임환영, 2위 광주 설순례, 3위 전남 황선하.

PGW 남자 1위 광주 정창수, 2위 서울 김희종, 3위 경기 박원철.

PGW 여자 1위 대구 박정혜, 2위 경남 문애영, 3위 경기 김순복.

PGI 남자 1위 부산 조성태, 2위 충남 오광진, 3위 부산 강신기.

PGI 여자 1위 서울 최순옥, 2위 충남 조연숙, 3위 전북 김정순.

선수부 남자 단체 1위 경기 박동주/박정호, 2위 대구 박재현/진봉환, 3위 대구 서현갑/홍상희.

선수부 여자 단체 1위 경기 임선숙/황현희, 2위 광주 임애순/임환영, 3위 경남 조영경/한일희

동호인부 남자 1위 대구 변영권/이임한, 2위 부산 이상조/전영익, 3위 전북 이근호/이승현.

동호인부 여자 1위 대구 이순자/이옥연, 2위 경기 강경희/공윤양, 3위 제주 장기자/고운미.

종합우승은 1위 대구, 2위 경기, 3위 울산이 차지했다. 1, 2, 3위에게는 금, 은, 동메달이 수여되었고 그밖에 홀인원 5명에게는 파크골프 공 하나씩을 수여했다.

제38회 전국체전은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익산종합운동장에서 폐회식을 하는 것 같은데, 파크골프는 진안 파크골프장에서 시상식으로 끝이 났다. 내년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서울에서 개최 된다고 한다.

이번 대회의 파크골프 공인구(아식스 GGP307)가 몇 달 전에 지정되어 선수들에게 배분되었다. 이번 대회 공인구는 흰색을 비롯하여 빨강, 주황, 분홍, 파랑, 노랑, 연두, 분홍펄 등 여러 가지 색깔이었다. 예선전에서는 출발 전에 각 시도별로 공 색깔을 표시하므로 별 문제가 없었으나 결선전에서는 네 팀이 공을 치는데 공 세 개가 같은 색이라서 선수들도 헷갈려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판 숙소에서 바라 본 마이산. ⓒ이복남

화장실 사용도 남자 여자 두 개씩을 더 설치하여 별로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았다. 진안보건소 등에서 의료진이 상주했는데 파크골프를 치다가 다치거나 한 사람은 거의 없고 요통이나 근육통을 호소한 사람은 더러 있었단다.

비도 오고 날씨가 추웠으므로 본부 측에서 심판들에게는 비옷과 핫팩을 나눠주고 점심과 간식을 준비했으나 선수들에게는 각 지역협회에서 조달해야 된다고 했다.

파크골프장 어디에서나 느끼는 문제지만 제발 침이나 가래 껌을 아무데서나 뱉지 않았으면 좋겠다. 침을 뱉을 휴지가 없다면 근처 나무 밑에라도 가서 뱉었으면 좋으련만, 페어웨이 밖 아무데나 침을 뱉는 모습은 정말 삼갔으면 좋겠다.

물론 파크골프장 내에서는 금연이었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파크골프장 녹색 펜스 밖 여기저기를 담배를 피워댔다. 심지어는 펜스 바깥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면서 아무데나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해서 비흡연자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다음부터는 흡연구역을 따로 지정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본부에서도 커피와 냉·온수기 커다란 온풍기 몇 대를 준비해 주었다. PGW 선수들을 위한 전동휠체어 충전기도 있었는데 충전하는 휠체어는 각양각색이었는데 가격도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비바람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6개(세종시는 없음) 시도에서 출전한 선수를 비롯하여 협회장과 감독 등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경기를 진행하느라 노심초사하신 경기위원장과 심판위원장 등 운영위원들, 그동안 수고하신 심판 여러분, 모두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선수 존칭은 생략함.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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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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