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유도 남자 -81kg에 출전, 은메달을 획득한 이정민(좌측 첫 번째)이 시상대에 올랐다.ⓒ대한장애인체육회

2016리우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3일째를 지나고 있는 9일(현지시간)은 ‘유도의 날’이었다.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펼쳐진 유도 첫째 날 경기에서 한국은 이정민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했고, 서하나·진송이 선수가 나란히 동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거뒀다. 하루 만에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한국에게 선물한 것.

특히 이날 한국이 획득한 메달은 메달 그 이상의 값진 의미를 전하고 있다.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은 비장애인 유도 선수 출신들로, 장애를 이유로 포기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도전에 나서 꿈을 완성시켰기 때문.

이들은 이미 비장애인 유도선수로 이름을 알려왔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잡기 경쟁’이 치열한 비장애인 유도에서 시력의 한계는 선수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결국 그들은 장애를 인정하고 장애인 유도 선수로 매트에 오르기 시작했다. 꿈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올림픽과 같은 패럴림픽이라는 무대가 있었고, 그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유도 국가대표다.

장애를 인정하는 것부터 필요했던 ‘용기’… 빛나는 ‘국가대표’가 되다

남자 -81kg급에 출전한 이정민 선수는 마지막 결승 경기에서 멕시코 AVILA SANCHEZ선수를 만났다.

결과는 유효 패. 경기 시작 57초에 유효를 내주고 만 이정민 선수는, 기회를 노렸고 경기 중반 안뒤축걸기로 절반을 만들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몇 번의 시도에도 상대는 넘어가지 않았고 경기시간 5분이 모두 종료돼 버렸다.

결과는 은메달, 장애인 선수로 전향한 뒤 줄곧 그가 꿈꿔왔던 패럴림픽의 첫 메달이 결정됐다.

이정민 선수는 “몇번 만나봤던 선수였기에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더 많은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의 메달이 색깔을 떠나 값지게 빛나는 이유는, 유도를 향했던 그의 열정과 사랑 때문.

그가 처음 유도복을 입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듬해 처음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재능이 충분했고 말 그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사물의 형체만 희미하게 인식할 수 있는 그의 시력은 머지않아 비장애인 선수들 속에서의 경쟁이 한계를 느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평생을 바쳐온 유도를 포기 할 수 없었다. 결국 2014년 11월 시각장애인 유도 선수로 전향을 선택,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곧이어 2015년 2월 헝가리 시각장애인 유도 오픈대회 남자 81kg급에서 연이은 한판승을 기록하며 정상의 자리를 차지, 같은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서도 단연 ‘에이스’로 꼽히며 금빛 행진을 이어갔다.

패럴림픽을 앞두고도 그는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 보니 탈도 났다.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훈련에 3개월 여 동안 참여하지 못했던 것.

결승까지 오는 길에는 무릎 통증이 심해 마취주사를 맞고 테이프를 감고 경기장에 나섰다. 그런 노력 끝에 만든 은메달. 하지만 이정민 선수는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불태우고 있다.

이정민 선수는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4년 뒤 도쿄패럴림픽에 다시 도전해 메달을 금빛으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9일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유도 여자 -63kg에 출전한 진송이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친구 서하나·진송이 “메달은 그 자체로 의미 있어”

동메달을 하나씩 추가한 서하나 선수와 진송이 선수는 서른 살 동갑내기다.

서하나 선수는 여자 -57kg급에 출전해, 진송이 선수는 -63kg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을 거쳐 4강에 먼저 진출한 서하나 선수는 우크라이나 CHERNIAK Inna 선수를 만나 유효 2개를 얻었지만 절반이 넘어가며 아쉽게 패했다. 이어진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중국 WANG Lijing선수와 맞붙어 유효승으로 동메달을 확정지었다.

서하나 선수는 18년 동안 비장애인 유도선수 활동해왔고,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로 3년 동안 태릉에서 힘든 훈련을 이겨내면서 유니버시아드대회 52kg급 1위 입상의 기록을 가진 실력자다.

2015년 처음 시각장애인유도에 입문해서도 2015헝가리국제오픈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 서하나 선수는, 패럴림픽 무대에 서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자체 만으로도 행복하다.

서하나 선수는 “내게 패럴림픽 무대는 어떤 메달을 획득했느냐를 떠나 감격의 무대.”라며 “특히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관중들이 보여준 유도 선수를 향한 환호는 감명깊었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그의 친구 진송이 선수의 동메달은 아쉬움이 더한다. 4강에서 만난 쿠바 RODRIGUEZ Dalidaivis 선수와의 접전 끝에 지도 패를 당한 것. 하지만 이를 만회라도 하듯 3·4위 전에서 만난 중국 ZHOU Tong 선수에게서 한판승을 거두며 자신의 실력을 과시했다.

진송이 선수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눈의 시력이 없었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이후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선수생활을 하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잠시 경기장을 떠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른쪽 시력마저 나빠지며 불편함을 겪을 때 쯤, 지인의 소개로 시각장애인 유도를 알게 됐고 8년 만에 다시 유도복을 입었다.

특히 서하나 선수와 진송이 선수의 동메달은 한국 패럴림픽 여자 유도의 첫 메달로 역사에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편 유도대표팀은 9일 경기에 이어 10일 최광근 선수가 -100kg급에 출전한다. 최광근 선수는 이미 2012런던패럴림픽을 평정한 금메달리스트로 2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이 기사는 2016리우장애인올림픽 장애인·복지언론 공동취재단 소속 정두리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공동취재단은 복지연합신문, 에이블뉴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장애인복지신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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