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공연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무언극이나 춤 공연이 많았다.ⓒ대한장애인체육회

지난 5일 대만 타이베이주경기장에서 열린 ‘제21회 농아인올림픽대회’ 개막식에서는 노래공연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는 선수는 물론 코치진, 취재진 중 다수가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개막식 공연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무언극이나 춤 공연이 많았다. 대만을 지켜주는 여신을 다룬 이야기극이 펼쳐졌고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무용단이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관중들을 유도해 함께 춤을 추게 할 때는 타이밍에 맞춰 전광판에 그림으로 동작을 표시, 음악이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있게 했다.

대신 어느 개막식에나 있을법한 유명 가수의 공연이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없었다. 개막식을 시작하는 타북 공연이 있었지만 청각장애인들은 북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진동으로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은 주경기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바로 옆에 위치한 탁구경기장에 모여 대형 화면을 통해 개막식 행사를 지켜봤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두 개의 작은 화면으로 국제(영어) 수화와 대만어 수화가 나왔다.

선수들과 함께 했던 대한농아인체육연맹 전현순 실장 “국제 수화를 보고 국가별 수화 통역자가 바로 자국 선수들에게 내용을 알려줬다”며 “농아인이 개막식을 즐기는 데 있어 크게 문제되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하나된 모습으로 공연을 즐겼다. 다른 나라 선수와 통하기에는 말보다 손짓, 몸짓이 더 효과적이었다. 선수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함성소리를 냈고 파도타기도 했다.

타이베이 시는 수화가 가능한 자원봉사자 3000여명을 곳곳에 배치해 청각장애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특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1년 전부터 시내 대학에 ‘국제 수화 교실’을 개설했고, 공무원 5000여명에게도 수화를 교육했다.

청각장애인들은 개막식 공연에서 북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진동으로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대한장애인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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