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 포스터. <사진출처 씨네라인투>

진단/올해 대한민국 뒤흔든 말아톤 열풍

올해 초 개봉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아톤’은 올 한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고, 언론과 미디어는 감춰져 있던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말아톤’으로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말아톤’ 열풍을 진단해봤다.

‘말아톤’ 열풍, 발달장애에 관한 문제제기

영화 ‘말아톤’은 올 한해 우리사회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 1월 27일 개봉 이후 전국에서 518만의 관객이 ‘말아톤’을 보기위해 극장을 찾았다. 대중의 호응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서도 ‘말아톤’은 환영을 받았다. 제41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제42회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영화제에서 ‘말아톤’이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말아톤’은 그동안 미디어에서 소외돼왔던 장애인,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왜곡이나 편견 없이 담담한 시선으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현실을 드러냈다는 것이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이다.

‘말아톤’에서 초원의 어머니 경숙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초원이에게만 매달려 결국 초원이를 마라톤 선수로 키워낸다. 이러한 모습은 장애의 문제를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 떠넘기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방송으로 이어진 ‘말아톤’ 열기. 그러나…

‘말아톤’의 열풍은 공중파 방송으로 이어졌다. 각 언론에서는 ‘말아톤’ 열풍을 조명하면서 발달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MBC는 예능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발달장애인을 등장시켜 그 열풍을 이어받았다. 수영선수 김진호씨를 주인공으로 한 ‘진호야 사랑해’를 편성해 지난 6월 19일부터 8월 21일까지 총 9회에 걸쳐 방송했다.

김씨의 일상이 오락적 재미로 버무려져 방송되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계속됐다. 시청자들은 김씨가 혼자서 해운대를 찾아가거나 목욕탕에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즐거워하고 안타까워했다.

매회 방송이 끝나면 MBC 게시판에는 김씨를 응원하는 글들이 이어졌고, 김씨의 팬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도 생겼다. ‘말아톤’이 생소한 발달장애인을 소개했다면 ‘진호야 사랑해’는 발달장애인을 가깝고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호야 사랑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진호야 사랑해’는 ‘말아톤’이 일으킨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방송용으로 재탕하고 있을 뿐 ‘말아톤’의 문제의식에서 진전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말아톤' 중 초원의 동생과 어머니. <사진출처 씨네라인투>

‘진호야 사랑해’는 ‘말아톤’을 오락프로그램의 형식으로 그대로 재탕하고 있다. 어머니 유현경씨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운동선수가 된 김진호씨의 사연은 ‘말아톤’의 초원이 가족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말아톤’에서 초원의 어머니 경숙이 초원이에 대한 부담을 모두 껴안았던 것처럼 진호의 어머니도 그랬다. 이러한 반복은 시청자들은 장애가 부모의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발달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는 주위 사람으로부터 “아이한테 체육을 시켜봐라. 진호처럼 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 학부모는 “‘너는 왜 그 부모들처럼 못 사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솔직히 화가 난다. 부모가 아무리 피눈물이 나는 훈련을 시켜도 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수많은 자폐아 중 진호와 초원이는 몇 퍼센트 안 되는 성공케이스에 해당한다. 방송 이후 발달장애인에 대해 친숙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했지만 실제적인 어려움은 잘 모른 채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나 해결책에 대해서는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참교육부모회 김경애 대표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논의가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좀 늘어나야 한다거나 이들을 위한 전문 센터가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그래도 예전처럼 장애인을 우울하게, 불쌍하게 다루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현재 장애인을 바라보는 방송과 시청자의 의식이 이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위안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장애인 단체에서는 발달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로 성년후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말아톤’ 열풍은 재미와 감동은 던져줬을 뿐 이러한 대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랑의 말아톤 2’, 근본적인 변화 이끌자

지난 6월말 열린 '사랑의 말아톤 2' 행사. <에이블뉴스 자료사진>

그래도 한편에서는 ‘말아톤’ 이후 발달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한국장애인부모회, 한민족복지재단, 한민족어린이돕기네트워크, 국회 연구모임 ‘장애아이 WeCan'은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사랑의 말아톤 2’ 사업을 계획하고 현재 준비작업에 착수해 있다.

‘사랑의 말아톤 2’는 발달장애인을 대표할 수 있는 전국 규모의 법인 단체를 설립하고 발달장애인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말아톤 복지센터(가칭)’를 건설하는 것을 주요 사업 계획으로 잡고 있다.

한민족복지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발달장애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정책을 건의하거나 국민들에게 실상 알리는 데 어려움 있었다. 발달장애인들의 목소리 낼 수 있는 대표 있는 단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 전문가, 시설종사자 등을 네트워킹하고 있으며, 복지센터 부지를 분당에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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