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의 강원래씨가 긴장한 표정으로 이동권연대 관계자들 앞에서 '장애인 투쟁가'를 들려주고 있다. <에이블뉴스>

내주 5년 만에 5집 앨범 출시를 앞두고 있는 클론의 강원래씨. 그가 앨범 출시를 앞두고 가장 염려스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앨범이 성공할까?’ ‘휠체어댄스가 대중들에게 과연 먹힐까?’ 이런 고민들일까? 아니다. 강씨는 “장애인들이 과연 내 노래를 좋아할지가 가장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밤 강씨는 5집 앨범 14곡이 담긴 CD를 들고 서울 혜화동 노들장애인야간학교 사무실을 찾았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사무실로 쓰이던 곳이다. 강씨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자신의 노래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어떠한 노래를 만들었기에 장애인들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일까? 지금부터 그 궁금증을 풀어보자.

5집중, 강원래가 가장 아끼는 곡은?

클론 5집의 타이틀곡은 강원래씨와 구준엽씨가 강원래씨의 아내 김송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송이에게’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강씨는 “주위 사람들이 ‘송이에게’라는 노래가 가장 좋다며 타이틀곡으로 결정하자고 말해 그렇게 했지만,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래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 곡은 바로 장애인이동권연대의 투쟁을 담은 노래 ‘소외된 외침’(가제)이다. 이 노래는 지난 ‘2001년 오이도역 수직형리프트 장애인 추락참사’ 소식을 전하는 딱딱한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곧바로 장애인들의 이동권보장 집회 현장음이 이어진다.

“여러 분들의 의사는 충분히 알았으니까, 일단은 이 쇠사슬을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버스를 막고 차도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이거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일단은 가는 차는 보내고 노선버스도 보내고 여러 분들의 의견이 충분히 개진될 수 있도록 장소를 옮겨 가지고 집회를 해주시기 바랍니다.(혼란스러운 상황... 싸움소리...) 휠체어 바퀴 들어!”

이어 랩이 시작된다. “이손 놔 놓고 이거 놓고 잠깐 좀 내말 좀 들어보소. 당신 나 과연 다를 게 무엇이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소. 어디를 가든 똑같은 손님이고 어디를 가든 자유로운 인간이오. TV속 드라마에 나오는 그곳을 한번 가보는 게 우리들 꿈이라오.”

“이대로~ 우린 살순 없소. 이대로~ 이대로 이대로!” “이대로~ 우린 살순 없소. 이대로 난 이렇게 난!”(함께)

“평생을 구속받고 살아왔는데~ 우리를 끌고 가며 가두려는 사람들~. 이유도 묻지 않고 왜 그러는데~ 우리의 표현조차 가두려는 사람들~.”(강원래)

장애인집회 현장음과 랩이 어우러져…

장애인들의 지하철연착 투쟁 현장음도 삽입됐다. 장애인들의 지하철 집회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민들이 장애인들에게 보내는 곱지 않는 시각이 담겨 있다.

“장애인 여러 분의 집단 승하차로 인해 열차가 많이 늦어져서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 이거 시민들을 볼모로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시민) 아저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당신은 30분 늦을 뿐이잖아. 평생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활동가).”

클론은 노래가 마무리되는 부분에서는 “무섭다 이상하다 특이하다 우리와는 다르다라는 식의 생각들 모두다 버려 버려 버려! 안 된다 못 한다 불가능해 도저히 할 수 없다라는 식의 편견은 모두다 버려 버려 버려! 당신의 모든 편견을 버려!”라고 외친다.

맨 끝부분에서는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와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 정만훈 소장의 육성도 나온다. ‘소외된 외침’은 이런 식으로 이동권집회 현장음과 랩을 어우러져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이 노래는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거나 집회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동감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사 내용이 장애인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어 어둡지만 리듬은 오히려 신이 난다는 점도 독특하다.

국회의원들을 향해 “금배지는 폼인가?”

장애인들의 현장 투쟁을 다룬 노래는 이 노래만이 아니다. ‘소외된 외침’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무언의 발걸음’(가제)도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깨자고 노래하고 있다. 특히 이 노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당신네들 금배지는 폼인가”라고 꼬집는 등 정치풍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금배지 높이 달고 뭐하시나? 모두들 발뺌하고 핑계대기 바쁜가? 이렇게 우리들은 죽으라는 마인가~ 서로가 눈치만~ 모두가 핑계만~ 하는 둥 마는 둥 뭐하시나? 그래 당신네들 금배지는 폼인가? 우린 이 땅에서 사라지란 말인가 우리 하나 되어 앞으로 나가자!”

이 노래에는 ‘한국의 마이클잭슨’이라고 불리는 가수 이정씨가 보컬로 참여했다. 다음은 이정씨가 부르는 부분. “차가운 저 표정에 소중한 걸 잃었네, 살아왔던 날들에 아픔만 남아 지금 내 가슴에(반복) 나를 향한 시선에 가던 길을 잃었네 살아왔던 날들에 슬픔만 남아 지금 내 가슴에(반복)”

‘소외된 외침’과 ‘무언의 발걸음’은 하나의 세트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5집 앨범에 담긴 노래 14곡이 모두 스토리가 이어져 있다. 강씨는 “지난 5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사고가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라고 설명했다.

노래가 끝이 나자 장애인이동권연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박수를 보냈다. 이 자리에는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를 비롯해 총 5명의 활동가들이 함께했다. 노래를 듣는 도중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박자를 맞추기도 했던 박씨는 노래가 끝나자 강씨에게 “감동적이다”라고 칭찬했다. 강원래씨는 “휴~! 이제 마음에 놓이네요”라며 웃어보였다.

*[기사예고]강원래씨와의 인터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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