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장애인인권영화제가 오는 26일과 27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미지는 공식홈페이지.

제주DPI(회장 이준섭)가 주최하는 ‘제6회 장애인인권영화제'(www.dhff.or.kr)가 오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린다. ‘키 작은 사람 담벼락 넘기’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영화제에서는 장애인의 삶과 문화가 가득 배어있는 13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이 슬로건은 장애인이 사회적, 제도적 차별을 능동적인 자세로 뛰어넘는다는 의미이다.

제주DPI는 “모든 상영작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상영을 실시하며, 일부상영작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을 덧붙인다”며 “많은 분들이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로 벌써 6돌을 맞게 되는 이번 영화제의 주요 특징을 살펴봤다.

▲장애인의 성과 사랑=“포장되거나 왜곡되지 않은 장애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이번 영화제의 작품들을 선정했으며, 장애인의 성문제가 한창 이슈화되고 있어 성과 관련된 영화들이 많다.”

이번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제주DPI 양영진 사무국장의 설명처럼 올해 장애인인권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성과 사랑’에 관한 작품이 다수 상영된다는 것이다.

개막작에서부터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다. 제주DPI는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중증장애여성이 사랑을 하면서 세상과 소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감독 이누도우 잇신)을 선정했다.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핑크 팰리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 핑크팰리스 제작팀>

‘총각딱지를 떼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 한 48세의 중증뇌성마비 장애인이 성매매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청량리 성매매업소의 문을 두드리는 다큐멘터리 ‘핑크팰리스’(서동일 감독)도 이번 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핑크팰리스’는 본격적으로 장애인 성을 이야기하는 국내최초의 장편 다큐멘터리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본적 성(姓)이 중증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무시되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난 그냥 여성이고 싶다’(감독 김정희,김재우,박성준)도 준비됐으며,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기획·제작한 지체, 시각, 농아, 정신지체 등의 장애를 가진 19명의 여성장애인들이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길은 가면, 뒤에 있다’(감독 이수경)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이번 영화제의 또 다른 특징을 꼽으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다룬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청각장애인 은하와 비장애인인 준우의 소통과 사랑을 그린 영화 ‘정전’(이승은 감독)이다. 이승은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과 여, 사회와 개인 간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뇌병변장애를 비롯해 신체,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한 대학생의 일상을 통해 소통의 문제를 그린 다큐멘터리 ‘소리’(우니 필름)도 이 유형의 작품에 속한다. 이 작품은 가족이나 친구들과는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그에게 무관심하거나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에 불과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사진을 찍으면 장애를 뒤로 숨기거나 뭐로든 가리려했던 자신의 모습을 떳떳이 인정하려는 장애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영화 ‘4=5’(감독 최미경, 이계정)와 장애를 낯설어하지 않고, 자신의 장애를 똑바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난나’(감독 송은일, 김의자, 지경)도 상영작에 올라있다.

평범치 않은 발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신발을 만드는 일흔 줄 네 할아버지의 첨단 구두방 ‘미래제화연구소’(감독 홍형숙). 온갖 기형적인 발을 가진 장애인들이 신발을 맞추러 모여들면서 쏟아낸 눈물겨운 사연들이 그려지고 있다.

제6회 장애인인권영화제 포스터. <사진제공 제주DPI>

▲첫 상영되는 작품 3편=1978년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됐던 ‘뉴 어프로치(New Approach)’(미국-판 필드 감독)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 작품은 헐리우드 영화·TV계의 협력을 얻어 자립하는 장애인의 고용문제를 유머러스하게 그린 사회파 코미디다.

이번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일본의 오쿠리겐 감독의 'Able'도 국내에서 첫 상영되는 작품이다. 2002년 암스텔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정식 출품작인 이 영화에는 미국의 한 부부가 일본의 ‘지적장애인’(정신지체장애인) 2명을 호스트패밀리로 받아들여 함께 수개월간 생활하면서 겪는 일상이 담겨져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막상 갈 데가 없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의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는 영화 ‘준비 그리고 출발’(감독 김병련)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감독과 관객이 소통하는 영화제=이번 영화제는 관객들이 직접 영화감독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첫날에는 ‘장애코드로 문화읽기’라는 주제로 류미례 감독과 대화의 시간이 준비됐다. ‘장애코드로 문화읽기’ 공동체가 탄생하기까지의 진솔한 경험담을 류미례 감독으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기회다.

또 ‘장애여성과 매스미디어’라는 주제로 장애여성문화공동체 ‘4=5’, ‘난나’ 제작진 및 출연진들과 함께 관객들이 대화하는 시간도 준비돼 있다.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한 ‘핑크팰리스’의 서동일 감독 및 출연진들, 현장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담아내는 ‘노들바람’의 박종필 감독과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