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언어 격하 논란이 된 MBC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소리를 보이다`. <사진 MBC>

MBC가 TV프로그램을 통해 수화언어를 격하했다며 농아인협회가 공개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발표, "MBC가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구화교육을 소개하면서 수화언어를 격하하는 등 편향된 시각을 보여줬다"며 "한글날 특집으로 방영한 다큐 프로그램에 대해 전국 농아인에게 공개 사과하고 해당 내용을 즉각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MBC 문화방송은 한글날을 맞아 지난 9일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 과학성을 보여주는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소리를 보이다'를 방영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MBC는 청각장애인들이 한글 구화교육을 통해 소리를 보고 익혀가는 과정을 방영함으로써 한글이 진정한 소리를 보여줄 수 있는 문자임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한글의 우수성'을 입증해 내는 과정에서 '수화 등의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수단은 언어에 비교될 수 없다'는 내용을 내레이션으로 내 보내자 농아인협회가 "수화언어를 격하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

농아인협회는 "농아인들은 수화에 의해 생각하고, 의사를 표현하기 때문에 '수화는 농아인의 모국어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며 "실제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농아인들의 뇌는 수화를 받아들이게 구조화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중과학잡지 '사이언스 올제'의 2001년 7월호에 따르면 어빙 캘리포니아대 그레고리 힉콕 교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에드워드 클리마 교수가 10여 년 간 뇌손상을 입은 장애인들의 두뇌활동(수화실어증)을 관찰한 결과, 수화능력도 일반인의 음성언어 처리능력(말하기와 이해력)을 담당하고 있는 두뇌의 왼쪽 부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힉콕 교수와 클리마 교수는 "수화가 비록 손이나 몸짓으로 표현하지만 단순한 시각·공간적 행동과는 별개의 것으로 확실한 언어영역이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아들이 처음으로 수화를 배우고 발전시키게 되는 시기인 생후 10개월 무렵은 건청인 아이가 처음으로 말을 배우는 때와 일치한다"며 "5살의 수화사용자는 약 500개의 단어와 어휘를 알게 되는데 이는 5살의 건청인 아이와 거의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농아인협회는 "현재 유엔(UN)에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을 위한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많은 국제장애인단체들이 '농아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화는 음성언어의 보조수단이거나 서비스가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 중에 하나로서 인정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농아인협회는 "지상파 방송인 MBC가 객관적인 자료제시도 하지 않고 수화언어를 격하한 것은 일반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성이 있다"며 "이번 방송은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에게도 수화언어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심어주어 농아인복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아인협회는 수화언어의 정착을 위해 지난 97년부터 전문수화통역사 인정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부터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7개년 사업으로 약 7천단어가 포함된 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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