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와 방송위원회가 마련한 장애인 영상교육 수강생들이 첫 작품 시사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영상교육 첫 시사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와 방송위원회가 마련한 장애인 영상교육 수강생들의 첫 작품이 지난 7일 처음으로 관객과 만났다.

'장애우 퍼블릭 엑세스'란 이름으로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23일까지 진행된 초급 1차 영상교육을 마친 10명의 장애인 교육생들은, 짧은 기간동안 촬영, 편집 등을 배우며 만든 자신들의 영상물을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에 빗대 표현했다.

첫사랑처럼 익숙지 않던 영상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아쉬움들은 6주간의 시간을 지나 이동권, 자기결정권, 장애여성의 취업에 관한 3가지 주제의 작품으로 탄생됐다. 이들이 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날, 상영장인 영상미디어센터를 찾았다.

휠체어 리프트의 공포, 광고로 표현

첫 상영작은 류나연, 이경호, 이원재, 김민경씨가 함께 제작한 2분 내외의 광고로 장애인이 지하철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를 탔을 때의 공포와 두려움, 불편함 등을 표현하고 있었다. 비장애인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만든 이 작품은 풍자와 역설로 주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작품 제작에 참가한 이경호씨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공포심과 두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아마 비장애인들은 너무 느린 리프트 속도에 속 터져 죽을지도 모르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섞어 작품의 주제를 설명했다.

또한 예옥주, 허성현, 박성준씨가 함께 만든 '나도 여자이고 싶다'는 성폭행을 당했던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는 중증장애여성에게 자궁적출 수술을 권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장애여성이 여성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스스로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주인공인 장애여성은 성폭행의 기억에 힘들어하면서도 “자궁적출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나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며 "더 이상 무성이고 싶지 않아, 나도 여자이고 싶다"고 외친다.

직접 중증여성장애인을 연기하고 시나리오를 썼던 허성현씨는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짜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편집과정도 너무 힘들었고 시간도 촉박해 미흡한 점이 많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상영이 끝난 후 한 관객은 '언어장애를 가진 분의 인터뷰들은 자막처리를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지적했고, 박성준씨는 "관객들도 그들의 말을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일부러 자막을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애여성 취업난, 릴레이 인터뷰

마지막 상영작인 '장애여성의 취업'은 인터뷰 형식을 빌려 구성됐으며 실제로 장애를 가진 여성들이 취업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김정희, 김진희, 함미선씨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장애인의 취업이 '쉽다'고 말하는 어느 복지관 취업담당자의 인터뷰와 취업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장애여성들의 인터뷰를 나란히 편집해 그들 사이의 현실적 괴리감을 잘 보여줬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 허성현씨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던 내게 가장 큰 좌절감을 맛보게 한 것은 복지관이었다. 대부분의 복지관은 나를 실습생으로조차 받아주지 않았고 그들은 내게 장애인은 수혜를 받는 사람이지 주는 사람이 아니라며 신체활동이 적은 IT분야를 알아보라면서 내 꿈을 짓밟았다"며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날 자신들이 직접 만든 영상물을 내놓고 마음 졸이던 10명의 교육생들은 무사히 첫 작품 시사회를 마치면서 2차 교육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중급과정은 제작지원 형태로 진행

이번 교육을 진행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민경 간사는 "이번에는 서툰 작품이지만 직접 만들어 본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중급과정에 들어서면 작품을 방송할 채널을 찾는 제작지원의 형태로 교육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간사는 "교육생이 총 10명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10작품이 나왔어야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3가지 주제를 각각 촬영한 후 개인별로 각자 개성을 살려 편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총 7작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간사는 "장애인단체에서의 활동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한 두 명의 교육생과 시각장애를 갖고 있던 교육생이 작품을 내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특히 시각장애인이셨던 분은 영상물이라는 특성상 시각장애의 벽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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