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화면해설서비스가 실시중인 KBS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KBS 홈페이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 서비스가 방송위원회와 방송사간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김수경, 이하 한시련)는 지난 3월 방송위원회가 2004년도 장애인등 방송소외계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화면해설방송물 보급비, DVS수신기 보급비 등 3억9천24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며 KBS에서만 실시되던 화면해설서비스를 올해부터 방송 3사로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지원액은 9배정도 늘어났지만 방송시간 연장 등 방송위원회와 방송사간 의견 대립으로 인해 현재 방송 3사 중 지난해부터 화면해설방송을 실시해 온 KBS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에 한해서만 낮 시간 연장방송을 통해 화면해설방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낮 방송시간동안 드라마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편성을 못하게 되어 있지만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경우 드라마보단 시사교양이나 공익적 성격이 강한 것에 초점을 맞춰 예외적으로 인정하게 된 것"이라며 "보도교양물에 대해서는 연장방송도 가능하지만 시각장애인연합회 측에서 드라마에 한해 해설방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보류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한 방송위는 "화면해설방송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과연 낮 시간 연장방송을 통해 서비스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얼마만큼의 방송접근보장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낮 방송시간 연장을 통해 드라마를 재방송하는 것보다 다른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접근해서 현재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송위원회 규정상 낮 12시∼4시 사이에는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 특별한 편성을 할 때에는 방송위원회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특히 국내 드라마의 경우 드라마 사전 제작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재방송시간에 화면해설방송물을 방영할 수밖에 없다. 이에 KBS, MBC, SBS 등 방송사들은 정규방송시간대가 아닌 평일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화면해설방송을 송출하기 위해 지난달 방송위원회에 방송시간 연장에 관한 승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올해 2000여대의 수신기를 더 지원할 예정이지만 법정등록 시각장애인이 15만명인데 비해 현재 화면해설방송 수신기는 2000여대밖에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낮 시간 방송을 허용할 경우 시각장애인보다는 일반인 시청자들이 보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 한시련은 지난 12일 '화면해설방송 서비스 제공에 따른 시각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방송사들이 드라마의 재방송편성이 잡혀 있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스포츠중계, 특집방송 등으로 인해 고정편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화면해설드라마의 송출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는 시각장애인은 정규방송시간에는 방송을 시청하지 말라는 것으로 공공성을 준수해야하는 방송사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방송사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주말 재방송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덜 보는 확률은 있지만 낮 시간 연장방영을 통해서라도 일단 화면해설방송을 해야만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위에 낮 방송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시련은 성명서를 통해 ▲방송위원회는 화면해설드라마에 한해 제한적으로 평일 방송시간을 연장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 확대를 보장할 것 ▲방송사들은 자체의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서비스를 시행할 것 ▲정부는 방송법 등 관련 법률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해 화면해설방송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의 방송시청권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현행 방송법시행령 제52조 장애인의 시청지원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돕기 위하여 방송프로그램에 대하여 수화·폐쇄자막·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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