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앞에서 출발하기 위한 대오 정렬.

장애인의 날 주간을 맞이해서 각 장애인 단체나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저마다 구청의 지원이나 지역소기업의 후원을 받아 행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마다 장애인의 날 즈음이 되면 장애인식개선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처럼 지역주민의 참여와 지원으로 실시하는 건 마찬가지였으나 좀 특이한 점이 있다. 일정한 장소에서 무대 셋팅을 하고 스텝들의 천막을 쳐서 정해진 시간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로드 캠페인’을 한 것이다.

집회나 시위에서 깃발이나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행진하거나 가끔 캠페인을 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는 것은 볼 수는 있으나 복지관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지난 4월 18일 화창하다 못해 덥기까지한 일요일 아침 10시 서울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주차장과 강당은 2002 월드컵 응원단이 다시 오지 않았나 싶을 만큼 붉은색 물결로 떠들썩했다. 후원업체(아울렛 중계점, 까루푸 중계점)가 제공해준 붉은 색과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 지체장애인들, 정신지체인들, 동호회회원들, 후원업체 관계자들 그리고 직원들까지 30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 모든 인원들이 강당에 다 들어가지 못해 일부만 축사와 장애인인권선언문을 낭독하는 간단한 식에 참가했다.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며 캠페인에 참여하는 학생들.

이날 중랑천 자전거 도로를 따라 5km를 가야하는 사람들은 알고 보니 다들 역할이 있었다. 우선 도봉중학교와 상명고등학교 학생들은 장애체험을 하면서 갔다.

한쪽 파트는 안대를 끼고 흰 지팡이를 더듬으며, 다른 쪽은 휠체어를 타거나 밀며 전원 친구와 2인 1조가 되어 출발했다. 멋진 헬멧과 장갑 무릎보호대 등 모든 보장구를 다 갖추고 가족들까지 동반한 인라인 동호회 회원들은 왔다갔다하며 행렬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통제하는 임무를 맡았다.

또 목적지인 중랑천 공원에 도착해서는 (주)다인상사가 대여하는 인라인으로 정신지체인들에게 인라인 강습을 했다. 깃발을 들고 행군을 준비하고 있는 정신지체인들에게는 5km를 걷는다는 것 자체가 훈련이었을 테지만 즐겁게 인라인을 배우기도 했다. 지체장애인들은 불편한 몸으로 그 긴 거리를 간다는 건 혼자서는 엄두를 못낸다. (주)케어라인의 후원으로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타고 동참했다.

대열을 갖춘 100m의 붉은 물결이 중랑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다들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너무 먼 거리에 힘들고 지쳐하기도 했지만 뜨거운 햇살뿐 아니라 중랑천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있어 마치 산책하는 기분이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언제 또 이 길을 이렇게 가보랴’하는 심정으로 이 캠페인에 참가하는 것을 무척 뿌듯해 했다. 도착하고 나서는 더위와 피로로 모두 주저앉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질서정연하게 도시락을 받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를 한 후 명지대학교와 다다회에서 온 수화공연을 관람하고 간단하게 수화를 배워보기도 했다.

붉은 옷의 긴 캠페인 행렬.

이 행렬이 도착하기 전 이미 중랑천 공원에서는 장애인식과 관련한 사진전이 진행중 이었고 설문지 판에 스티커를 붙여 장애인식에 관한 조사도 하고 있었다. 점심을 다 먹어 갈 무렵 빨간머리 가수 김장훈이 나타나 한바탕 시끌벅적했다.

이미 김장훈씨는 주최측인 서울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 3월에 중증장애인 생계비 지원을 위한 일일호프 행사를 할 때도 스타도네이션을 한 적이 있었다. 소외된 계층이나 불우 아동, 장애인을 돕는데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김장훈씨는 이날 캠페인에서 장애인식과 관련한 OX퀴즈를 진행했는데 퀴즈 참여자들이 의외로 많고 장애인에 관한 상식도 풍부해 1위 한 명이 나올 때까지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소란스러움과 열악한 무대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특유의 입담으로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녹음준비로 가야 할 땐 모두들 아쉬워하는 바람에 기념사진을 몇 장 같이 찍고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마지막은 다 같이 풍선을 하늘 높이 띄워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을 세상을 기원하며 캠페인을 마무리 해 10시에 시작한 이 행사는 4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김장훈.

마지막으로 풍선을 날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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