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스키 대표팀 김남제 감독. <에이블뉴스>

“일단 경기 결과를 떠나 장애인들이 다 같이 모여서 스키대회를 개최하고 또 선수들이 별 사고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는 것에 감독으로서 기분이 뿌듯하다. 앞으로도 계속 장애인 동계체육대회가 개최되어 장애인 스키의 발전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제1회 전국동계장애인체육대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25일 장애인 스키 대표팀 김남제(한국장애인스키협회 이사) 감독은 시합이 끝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특히 김 감독은 “이런 대회를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많은 장애인선수가 확보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일반 스키선수로 활동한 김남제 감독은 92년도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 일반 국가대표선수를 거쳐 코치로 활약했다. 이후 96년부터 장애인 스키선수로 활동하면서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등을 출전했으며, 올해로 2년째 장애인스키 대표 감독을 맡고 있다. 한편 김 감독은 개인전을 치른 서양화가이기도 하다.

유일한 메달종목 장애인스키…해결과제 산적

장애인스키의 경우,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동계장애인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종목.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장애인동계올림픽에서 한상민(남·25·한국체대 재학)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알파인스키 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둔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06년에 열리는 토리노 올림픽에도 알파인스키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솔트레이크에서 한상민 선수가 출전한 시트스키(Seat Ski) 부문이었는데, 현재 3개 등급이 다음 올림픽에서부터는 등급을 하나로 통합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해야 할 선수가 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만큼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말이다.

결국 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된 지속적인 훈련밖에는 없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장애인스키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김 감독은 그 첫 번째로 선수 부족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현재 장애인스키 종목의 대표선수로 여자 한 명을 포함해 총 8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하계 종목과 함께 하고 있는 실정.

동계장애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보였던 장애인스키부분에 선수부족과 훈련기간 부족, 국제경기 경험 부족 등의 개선과제가 산재해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스키선수는 지난 90년부터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해마다 개최하는 장애인스키캠프를 통해 발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스키캠프 때마다 소질이 있어 보이는 장애인들을 몇 명 뽑아서 대표 선수팀에 데리고 와서 훈련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캠프를 통해 최소 10명 정도를 발굴해서 적어도 보름에서 20일정도 따로 훈련을 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현재 진흥회 측에 건의해 놓은 상태인데 잘하면 내년부터 가능할 것도 같다”고 전했다.

장비 부족도 빼놓을 수 없는 어려움이다. 현재 장애인 스키 장비는 600만원에서 800만원에 이를 만큼 굉장히 고가이기 때문에 개인장비를 보유한 선수는 한두 명에 불과한 실정. 김 감독은 “진흥회 장비 10여 개를 가지고 연습을 하고 있는데, 스키장비 하나가 더 있으면 그만큼 선수를 한 명 더 키울 수 있는 여력이 되기 때문에 선수 확보 차원에서라도 스키장비가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겨울 짧아 훈련일수 부족…국제경기 경험도 부족

무엇보다 김 감독은 가장 힘든 점으로 부족한 훈련일정을 꼽았다. 우리나라 경우, 겨울 시즌이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럽이나 미국선수들에 비해 연습할 시간이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4~5개월 훈련하는 동안 우리는 2개월도 채 연습하지 때문에 연습일정을 늘려달라고 계속 진흥회에 건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김 감독은 “다른 나라의 선수들은 해마다 국제경기에 여러 번 출전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고작 1년에 한번 밖에 못 나가고 있다”며 “국제경기에 두세 번 정도 이어서 참가하게 되면 그만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와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시즌이 끝나고 장애인스키협회와 장애인복지진흥회가 모인 가운데 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2014년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경우 장애인올림픽이 동반 개최되는데 감독으로서 많이 기대되지 않으냐는 질문에 “올림픽이 확정되면 능력 있고 훌륭한 새로운 감독이 빨리 배출이 돼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며 겸손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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