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지 정상민 부장(사진 좌)이 오는 3월 27일부터 4월11일까지 15박 16일의 일정으로 히말라야 나야칸카봉(5,846m) 등정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해 칸진리봉 등반 중 자투리 시간을 이용,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일년 전 가슴에 접어둔 히말라야 만년설 봉우리".

서울의지 정상민 부장(35세, 지체장애3급)이 오는 3월 27일부터 4월11일까지 15박 16일의 일정으로 히말라야 나야칸카봉(5,846m) 등정에 나서는 '2008년 희망원정대'의 일원으로 참여한다.

희망원정대는 연예인 봉사 모임인 '사랑의 밥차'(www.foodcar.co.kr)와 '한국절단장애인협회'(www.uk-ortho.co.kr), '국제가족총연합회'가 만든 히말라야 원정대다.

정 부장에게 이번 등정은 의미가 깊다. 바로 "일년 전 가슴에 접어둔 히말라야 만년설 봉우리"라는 타이틀이 정 부장의 말 때문에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 부장은 지난해 4월 21일부터 29일까지 8박9일 동안 '2007년 희망원정대' 대원으로 참가, 히말라야 칸진리봉(4,700m)을 등정했다. 정상에 올라섰을 때 눈 덮인 옆 봉우리를 보고, "저 산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칸진리봉' 등반에 대한 회고

'2007년 희망원정대'는 거벽 개척 등반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산악인 김세준씨를 단장으로 '사랑의 밥차' 연예인 대원, 7명의 멘토, 절단장애인 및 혼혈인 대원, 취재진 등 37명으로 구성됐었다.

정 부장은 등반을 하는 내내 항상 뒤쳐져 걸었다. 30∼40°경사를 오르다 다리에 무리가 오면 기어서 전진했다. 특히 아내가 지난해 9월 태어난 아들 웅천이를 임신한 상태여서 '순산'의 염원과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기기 위해 포기할 수 없었다.

"비장애인도 가까이 다가서기 힘든 곳, 선뜻 오르지 못할 그 곳을 절단장애인인 제가 오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걷다 지치고 쓰러져 마지막 기어오르는 그 순간까지 그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자 스스로가 갖고 있던 편견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절단장애인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해버린 지난 과거가 떠오르고, 지금 현재 내가 가진 사소한 행복과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망이 눈앞에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이 같이 회고하는 정 부장은 "2007년 히말라야 칸진리봉 등반은 비록 오르는 길은 고되었을지라도 소중한 것을 깊이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나야칸카봉 등반을 향해…

'2008년 희망원정대'는 산악인 고미영 대장, 절단장애인 7명을 포함한 총 인원 37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는 3월 27일부터 4월11일까지 15박 16일 동안 일정으로 '히말라야 나야칸카봉'을 등반한다.

등반계획은 27일 인천공항을 출발, 카트만두에 도착해 호텔에서 1박을 한 뒤 차량을 이용 '샤브르베시(1,450m)'로 이동한다. 29일부터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도보로 본격적인 정상 등반에 나서게된다.

▲3월 29일: 사브르베시-밤브(1,980m) 5시간 ▲3월 30일: 밤브-라마다호텔(2,450m) 4시간-고라타벨라(2,960m) 3시간 ▲3월31일: 고라타벨라-랑탕(3,200m) 5시간 ▲4월1일: 랑탕-캔징곰파(3,800m) 5시간 ▲4월2일: 캔징곰파-나야칸카 베이스캠프(4,300m) 3시간 ▲4월3일: 베이스캠프-제1 하이캠프(4,800m) 3시간 ▲4월4일: 제1 하이캠프-제2 하이캠프(5,350m) 3시간 ▲4월5일: 제2 하이캠프-나야칸카 정상(5,846m) 4시간-하이캠프 경우 베이스캠프 4시간 이동.

이후 4월 6일을 '제1차 정상도전 예비일', 7일을 '제2차 정상도전 예비일'로 잡고 있다. 정상 등정에 성공하면 8일 축하파티를 갖고 9·10일 입국 준비 후,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눈 덮인 산을 올라보지 못했고, 3곳의 베이스캠프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텐트 안에서의 숙식해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지난해에도 계속되는 도보, 잠자리 등으로 힘든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힘들 것 같고, 두렵습니다."

이에 따라 정 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등반을 위해 아침 6시부터 1시간 동안 수영, 회사를 마친 뒤 저녁에 1시간 씩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대원들과 주말에 예비산행에 나서, 최종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라산을 다녀왔다. 바로 장애인 대원들이 눈 덮인 산을 올라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6일에도 경기도 안양의 청계산을 올라 '나야칸카봉'을 무사히 등반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또한 3월 1일에는 로프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대비, 북한산 예비산행을 다녀왔다.

"어떠한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눈으로 뒤덮인 '나야칸카봉'에 올라 아내와 아들 웅이의 건강을 빌고, 부끄럽지 않은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겠습니다."

'평범하게 사는 게 꿈'

정 부장의 꿈은 '지금도 평범하지만, 앞으로도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이를 이뤄나가는 데 기초가 되어 준 것은 첫 직장이자 14년 동안 다녀온 지금의 회사다.

정 부장은 만 3살 때 집 앞에서 놀다가 교통사고로 슬관절을 절단했다.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기술을 배우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의수족 전문제작 업체인 서울의지에 입사했다. 서울의지는 어려서부터 의족을 맞춰왔던 곳이자,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고마운 은인이다.

"사실 첫 입사 당시 '장애인'이기 때문에 배려해 주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선동윤 사장님이 일찍 출근하고, 남들보다 2배 더 열심히 일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저만의 생각이었죠. 또 의수족 제작기술을 배우는 게 많이 더뎠습니다. 사장님한테 많이 혼났죠."

'너무 힘들어 회사를 무단 결근한 적도 있다'는 정 부장은 "무단 결근 후 사장님이 견디지 못하겠으면 그만두라고 말해 바로 나왔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했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반추했을 때 지금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장님한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또한 "어려움을 극복, 의료보조기 기사자격을 취득했고 사장님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아들도 하나 낳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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