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솟대문학상위원회(위원장 유안진)가 제10회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손병걸(40·시각장애1급, 수상작품 시 '낙하의 힘')씨를, 제15회 2006 구상솟대문학상 신인상 수상자로 이상규(44·지체장애, 수상작품 시 '목욕탕에서')씨를 선정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구상솟대문학상은 지난 2004년 원로시인 구상 선생이 타계하면서 장애인문학 발전기금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기존 ‘솟대문학상’을 개칭하고, 작품 선정방법을 응모형식으로 개방해 만들어진 장애인 문학상이다.

올해 본상 수상자 손병걸씨는 2003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등 일반문단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시각장애인이며, 신인상 수상자 이상규씨는 문학공간(2001년)을 통해 등단해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신마비 장애인이다.

두 수상자는 오는 9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 3층 엘리제홀에서 열리는 ‘솟대문학 창간 15돌 기념, 솟대문학의 밤' 행사에서 상을 받는다.

한편 최근 발간된 솟대문학 여름호(통권 62호)에는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작품과 심사평, 수상자 인터뷰 등이 실렸다.

다음은 수상작.

▲제10회 2006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수상작

낙하의 힘

-손병걸-

모든 물질들은 때가 되면 떨어지고

떨어지는 그 힘으로 우리는 일어난다.

그때도 그랬다, 천수답 소작농으로

시도 때도 없어 떨어지는 쌀독 탓에

수백 미터 갱속, 아버지의 곡괭이질과

시래기 곶감 담은 대야 이고 눈길을 헤치던 어머니의 힘으로

우리 남매는 교복을 입고 푸르른 칠판을 바라보며

김이 오르는 밥상 앞에 앉아 왔다

어느 덧, 딸내미 책가방도 무거워 가는데

떨어지고 떨어지는 허기진 살림 탓에

아내는 새벽부터 출금을 서두르고, 나는

채 익숙지 않은 흰 지팡이를 펴고

늘, 시큰둥한 면접관을 만나러 간다

떨어지는 힘으로 제자리를 잡는 일이

어니 우리네 살아가는 일뿐일까

이를 악물고 비바람을 견뎌 온

꽃봉오리가 편친 꽃잎이 떨어지는 힘으로

덜 여문 열매가 익어가고, 땅은 또 씨앗을 품듯

떨어진 이파리가 겨울나무의 발목을 덮어주며

기꺼이 썩어주는 열기로 봄은 돌아오는 것

보라, 떨어지는 별들의 힘으로

못내 구천을 떠돌던 가난한 영혼들이

하늘에 내어 준 빈자리에 자리를 잡듯

그 순간, 별똥에 소원을 비는 것도

다들 낙하의 힘을 믿고 있는 탓이다.

▲제15회 2006 구상솟대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목욕탕에서

-이상규-

일주일마다 어김없이

거쳐야 하는 목욕탕에서

온 몸이 마비된 아들 때문에

골이 깊은 주름진 어머니 모습

말없이

통나무 굴리듯 굴려

이태리 수건이 껍질 벗겨내듯

박박 문지러서

줄기차게 뿜는 물줄기로 뿜은 후

시원스럽게 TLtrldj 내려가

하수구에 수북하게 쌓인 기름때

이렇게 몇 번 하는 동안

팔 다리 오므라져 괴로워하며,

조금도 도움 못 주는 나는

내 가슴속에 쌓인 아픔도 씻겨 주세요

땀 흘리시는 당신께 말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

닭똥 같은 눈물만 자꾸 자꾸 흘렸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안쓰러워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그 후로

나는 당신 앞에서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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