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십이야의 한 장면. 여장남자인 봐이크 역을 맡은 유승일씨. <사진=펑키락크리에이티브 제공>

시각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성우가 지문 등을 읽어주는 국내 최초 장면해설 연극공연 '트랜스 십이야'(十二夜)의 두 번째 공연이 지난 20일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서 막을 올렸다.

약 두시간 가량 공연된 '트랜스 십이야'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세익스피어의 원작 '십이야'를 등장인물의 성(性)을 바꾸고 현재적인 감각에 맞게 각색한 작품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배우들의 연기와 성우의 장면해설이 어우러져 원작의 재미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을 관람한 이병은(66·시각장애1급·이천)씨는 "해설공연을 처음 봤는데 새롭고 재미있었다"며 "46세 때 시력을 잃고 난 후 이런 공연을 접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감상소감을 밝혔다.

트랜스 십이야(十二夜)를 기획한 '펑키락'의 임선하 기획팀장(26·여)은 "그동안 농아인을 위해 자막을 지원하는 연극이나 지체장애인들을 위해 편의시설을 갖춘 연극은 있었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해설연극은 아직 없었다"며 "몇 달 전 친구로부터 영국은 송수신기를 통해 배우의 동작과 줄거리를 전해주는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대중문화 중 가장 생동감과 호흡까지 밀접하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연극"이라며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시각장애인들에게 문화를 많이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 트랜스 십이야의 해설을 맡은 성우가 극 장면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펑키락크리에이티브 제공>
특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저시력인연합회의 후원을 받는 장면해설연극공연의 반향이 높아 다음달 3일부터 8월1일까지 대학로 아룽구지 극장에서 앵콜 공연을 갖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6월19일과 7월16일 두 차례의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펑키락은 송수신기는 신경을 많이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연을 즐기는 데 불편하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성우의 목소리 해설방송으로 공연할 것을 결정,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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