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단체 포스터.ⓒENA

그야말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입니다. 우영우가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또 ‘우영우’ 같은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인물들에 대해, 심지어 ‘우영우’의 월급, 극 중 ‘우영우’가 맨 가방의 품절 소식까지. 이렇게 장애인을 다룬 드라마가 흥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ENA 채널의 수·목 드라마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 분)가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로 입사하며 벌어지는 법정 휴먼 드라마입니다. 장애의 희화화를 우려해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은 전문가를 찾아 자폐에 대한 특성을 배우고 연구한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 에피소드 속 피고인 중증 자폐성장애인 김정훈과 그의 어머니.ⓒENA

물론 ‘우영우와 같은 장애인은 없다’면서 드라마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 에피소드에서 중증 자폐성장애인 형제를 둘러싼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한 가족의 가슴 아픈 진실을 다루며, “우우우우~” 소리만 내는 김정훈(문상훈 분)이 “대부분 우리가 아는 자폐”라고 짚어주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범위가 엄청 넓다’는 정보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살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30만명의 장애인을 학살한 나치의 T4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지금도 사람들은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면서 우리가 짊어진 장애의 무게라는 무거운 메시지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임에도 6개월간 취업하지 못한 것을 ‘장애인 차별’이라 짚으며, “장애인 차별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8일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회 속 영우와 준호의 첫키스 장면.ⓒENA

개인적으로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우영우와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 분)의 러브스토리입니다. 오빠 아직도 나누리 봉사하고 다니네’ 라는 대학 후배의 편견, 무성으로 취급됐던 장애인의 편견 속에서 영우와 준호가 어떻게 사랑을 키워나가고 어려움을 헤쳐 나갈지 흥미롭습니다. 이미 둘의 연애는 시작됐습니다.

장애인 혐오를 마주할 때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교육해야 한다’는 항상 똑같은 목소리를 내왔지만, 드라마 한 편으로 우리 사회가 마주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화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영우’를 뗀 장애인들을 TV 속에서 봤으면 좋겠습니다.

30cm 자 하나로 그림을 그리는 자폐성장애인 한부열 작가, 성인 자폐성 자조단체 estas에서 활동하며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글로써 목소리를 내는 이원무‧장지용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들까지. 우리 사회에는 많은 발달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범죄도시2 초반부 장면 스틸컷. 주인공 마석도가 병원복을 입은 채 인질극을 펼치는 사람을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고 표현하며, 제압하고 있다.ⓒ네이버 영화

지금 ‘우영우 시대’라면, 얼마 전까지 ‘범죄도시2’ 열풍이 엄청났습니다. 누적 관객 수 1268만명을 돌파한 이 영화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경찰서 강력반이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역대급 범죄를 저지르는 악명 높은 살인마 강해상(손석구 분)을 소탕하는 ‘마동석표 액션’으로 코로나19로 위축된 극장가를 되살린 장본인입니다.

뜬금없이 범죄도시2 이야기냐고요? 이 안에는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정신장애인들을 향한 편견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마석도가 병원복을 입은 채 동네 슈퍼마켓에서 인질들을 가두고 칼부림하는 사람을 제압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영화는 그를 향해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또라이’ 라면서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극 중 내용과 관련이 없겠지만 파급력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 더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또라이’라며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정신장애인들도 우리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제3항에는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마인드포스트 옴부즈만센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와 함께 2022년 7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영화 ‘범죄도시2’ 제작사 등 4곳을 상대로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영화 ‘범죄도시2’ 제작진을 비판하는 피켓을 든 당사자들 모습.ⓒ에이블뉴스

이 영화를 보고 상처를 받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정신장애인 편견을 조장했다”면서 이달 초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바라본 대중들은 ‘‘왜 장애인 인지 이유가 있구나", "전장연이나 이런 단체들 보면 없던 혐오감도 생기겠다"란 조롱식의 리플을 달았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영우’에는 “감동받았다”며 공감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고 정신장애인 당사자,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고 온몸으로 저항하는 전장연 활동가들에게는 비난과 조롱일까요? 어쩌면 장애인은 무해하고,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건 아닐까요? 우영우를 통해 느꼈던 공감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 장애인들과 함께 나눌 순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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