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면 부산에는 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2019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3일부터 10월 12일까지였다.

국제영화제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필자가 부산장애인총연합회(이하 부산장총)에서 실무를 볼 때 ) 국제영화제에서는 500매 정도의 영화표를 부산장애인총연합회에 후원했다. 그래서 각 단체에 영화표를 나누었는데 당시만 해도 야외 상영은 바닷바람 몰아치는 수영만 요트장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1회부터 2010년 15회까지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문화의 불모지로 불리던 부산을 영화도시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필자도 부산장총을 그만두었고, 영화의 전당이 건립되어 바닷바람 매섭던 수영만 요트장의 야외 상영도 끝이 났다. 그리고 또 하나 그동안 부산장총에 주어지던 영화표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넘어갔다. 그래서 국제영화제를 보려면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줄을 서서 신청해야 했다.

김근태 화백의 5·18. ⓒ이복남

국제영화제 신청 기간이 됐다 싶어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화를 하니 어제 다 끝났다고 했다. 개별 단체에는 연락을 안 하고 사회복지협의회와 복지관협회에만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국제영화제 날짜가 임박하자 몇몇 사람들이 왜 영화표를 안 주느냐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영화표를 못 구했다고 죄송함을 전했다.

그런데 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센텀시티 內 베리어프리존 일대에서 ‘2019 장애인미디어축제’를 개최한다고 했다. 장애인미디어 축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주최하는데, 그중에서 10월 10일 하루는 배리어프리의 밤으로 부산장총에서 주관한다는 것이다.

배리어프리의 밤은 ‘배프 in BIFF’라는 이름으로 개최하는데 이는 미디어를 매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벽(barrier)을 허물고, 자유롭게(free) 즐기며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여, 장애의 사회적 인식개선 및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배프 in BIFF’에서 ‘배프’는 Barrier-Free와 Best Friend를 합쳐서 BIFF 기간 동안 열리는 배리어프리의 축제의 날(day)!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best friend) 즐기는 축제의 장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BIFF는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의 영어 약자다.

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시청자미디어센터나 배리어프리존에는 별로 가보지 않았는데, 오늘(10월 10일)은 ‘배프 in BIFF’에 가볼 예정이었다. 장애인 몇 명과 영화의 전당에서 만나자는 약속도 했고, 그리고 장애인미디어축제 기간 동안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김근태 화백의 전시회가 있었던 것이다.

김근태 화백의 전시회는 ‘5.18 가을로 피어나라’는 제목으로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1층에서 전시되는데, 김근태 화백은 10일 오픈식에 참석한다고 했다.

필자가 김근태 화백이 전시회를 할 때마다 관련 기사를 썼다. 그러나 몇 년 전 부산 전시회에서 처음 만난 이후 김근태 화백 매니저 최호순 선생의 전화와 보도자료 만으로 기사를 썼기에 10일 오픈식에는 참석한다고 해서 이번에는 만나 볼 예정이었다.

김근태 화백과 서성록 교수. ⓒ이복남

10일 오후 5시 시청자미디어센터로 가서 김근태 화백과 최호순 매니저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번 전시회는 서울북경인주식회사 서창환 대표가 기획했다는데, 기존의 그림 외에 아직은 미완의 작품이라는 5·18 그림이 하나 더 있었다. 5·18 그림에는 한지로 만든 천개의 사람을 붙일 예정이라고 했다.

국립안동대학교 미술학과 서성록 교수는 “김근태 그림은 유엔이 추구하는 것과 일치해서 유엔에서 전시한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개인적인 것에 치중하는데 김근태 화백은 공동체적 삶에 치중하는 것 같아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라고도 했다.

서성록 교수의 미술평은 광주 KBS 텔레비전에서 취재 중이었기에 필자가 따로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서성록 교수는 김 화백이 “지적장애인에 대한 애민사상으로 비장애인과의 간극을 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본인도 장애인으로서 상처 받은 치유자로서 굉장히 순수하고 우리 모두가 고민해볼 만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했다.

“김근태의 화풍은 표현주의적인 단색조로 주로 노란색인데 밑에서 건져 올린 노란색의 신비감이 돋보인다. 그러나 그 노란색은 정제된 아픔과 기쁨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호순 매니저가 저녁에는 관계자들과 회식자리가 있다며 필자에게 같이 가자고 했으나, 영화의 전당 ‘배프 in BIFF’ 행사에 가야 된다며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떠났다.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길을 건너면 KNN 방송국이 있고 그 옆을 지나면 바로 영화의 전당이다.

마지막 레드카펫 참석자들. ⓒ이복남

영화의 전당 앞에는 미리 약속한 장애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은 4,000석의 규모인데 절반인 2,000석은 부산장총에서 입장권 없이 입장한다고 했다. 비장애인들은 예전처럼 왼쪽 입구에서 검표를 했고, 장애인은 영화의 전당을 빙 돌아서 무대 오른쪽 1번 게이트에서 입장을 했다. 부산장총에서는 각 장애인단체 신청자에게는 미리 무릎담요를 배포했다는데 우리는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무릎담요를 받았다.

오늘 상영될 영화는 ‘초미의 관심사’인데 6시부터 ‘배프 in BIFF’ 행사가 있다고 했다. ‘배프 in BIFF’는 오후 6시 반부터 레드카펫 행사로 시작했다. 영화는 8시부터이므로 앞의 장애인 자리 외에 뒷자리는 아직은 텅텅 비어 있었다.

레드카펫 행사는 무대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객석의 가운데를 지나서 다시 왼쪽으로 꺾여 무대 앞까지 이어진 레드카펫은 부산장총에서 초대한 장애인단체 대표들이 지나갔다. 장애인단체 대표들이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고 단체 대표들이 지나갈 때마다 관중들은 박수를 쳤다. 장애인단체 대표뿐 아니라 특수학교 교장들도 레드카펫을 밟았다.

레드카펫 행사에는 방금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만나고 온 김근태 화백과 최호순 매니저도 있었다. 김근태 화백은 청각장애인이고 한쪽 눈 실명이라 매니저를 하는 최호순 선생은 사모님이다. 레드카펫에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은 부산시 변성완 행정부시장, 방송통신위원회 고삼석 상임위원,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그리고 오늘의 행사를 주관한 부산장총의 조창용 회장이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참석하기로 예정되었던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이라 아무도 못 왔다고 한다. 그 대신 김세연 의원과 전재수 의원이 영상으로 축하를 했다.

정희정·이창훈 사회자. ⓒ이복남

내빈 입장이 끝나자 축하 공연으로 노 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 등의 공연이 있은 다음, 오늘의 사회자가 등장했다. 사회자는 우리나라 최초라는 시각장애인 이창훈 KBS 아나운서와 KNN 정희정 아나운서가 공동으로 사회를 봤다.

사회자는 장애인미디어축제 그리고 ‘배프 in BIFF’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과 소통, 공감을 주제로 한 캘리그라피 퍼포먼스가 있었다.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 이화선 이사장이 무대 위에서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부산베데스다 윈드오케스트라(발달장애인)의 연주로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화선 이사장은 무대 위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퍼포먼스는 무성한 나뭇잎을 그렸는데 마지막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고삼석 위원장과 BIFF의 이용관 이사장 등 참석 내빈들이 다 함께 참여하여 커다란 붓을 잡고 나뭇잎에 연결되는 나무 기둥을 그렸다. 이는 ‘배프 in BIFF’를 위해 소통, 참여, 협력 등의 축제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념 세레머니(ceremony)였다.

기념 세레머니. ⓒ이복남

‘배프 in BIFF’ 행사는 끝났다. 처음 참석 내빈의 레드카펫 행사가 있을 때 감독과 주연 배우들도 나온다고 했지만, 레드카펫 행사에 배우들은 없었다. 잠깐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8시가 되어 오늘의 영화 ‘초미의 관심사’가 시작되자 남연우 감독을 비롯하여 조민수 치타 테리스 브라운 등 파출소장 배달원 등 출연 배우 전원이 나왔다.

남연우 감독은 ‘초미의 관심사’는 미개봉 영화이고 내년에 개봉할 것이므로 오늘 보고 나서 입소문 좀 많이 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이태원을 무대로 했는데 영화의 전당도 야외무대이다 보니 양옆으로 차 소리가 나던데 이 또한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조민수는 인사말에서 “킬빌(Kill Bill)은 칼로 사람을 죽이지만 초미는 입과 욕으로 사람을 쳐나간다.”고 했다. 조민수는 욕을 잘한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할 때면 큰 화면으로 비춰주는데, ‘배프 in BIFF’도 큰 화면으로 비춰주더니 웬일인지 ‘초미의 관심사’는 큰 화면으로 비춰주지 않아서 필자는 중간쯤에 앉았더니 무대 위의 배우들은 목소리만 들릴 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영화는 배리어프리 영화라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관람을 돕는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작하여 배리어프리 전용 어플 싱크로를 이용하여 상영하고, 한국 최초로 외국인(다문화)을 위한 오픈자막으로 인도어 베트남어 등 5개 국어로 서비스를 한다고 했다.

국제영화제라서 그런지 대형 스크린에는 영어 자막이 나왔는데, 한글 자막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피커가 윙윙거려서 배우들의 말소리가 잘 안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초미의 관심사 출연진. ⓒ이복남

다문화 가족들이 얼마나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 옆에는 일본인 여자가 앉아 있었다. 요즘 노재팬(NOJAPAN)이 대세라 그런지 일본어 자막은 없었기에 일본인 여자는 휴대폰으로 열심히 통역을 찾고 있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오래전 집을 나와 이태원에서 가수 생활을 하고 있는 순덕(치타 분)을 엄마(조민수 분)가 찾아온다. 엄마는 둘째 딸이 실종되었다며 순덕에게 같이 찾아보자고 온 것이다. 엄마와 딸은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인연이라고 했다가 가슴 찡하게 끝을 맺었는데 중간 중간 실컷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도 더러 있었다.

‘초미의 관심사’는 엄마와 큰딸이 둘째 딸을 찾아다니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인데, 영화를 보고난 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찬반이 엇갈렸다. 엄마 조민수가 너무나 막돼먹은 사람이라 꼴 보기 싫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도 엄마와 큰딸이 근본적으로는 착한 사람인 것 같아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으므로 영화는 각자가 직접 보고 판단하시도록.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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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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