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빅이슈’는 장혁린 극본 이동훈 연출인데 ‘희망에 고문당하고 악마에 저당 잡힌 영혼들로 피어난 악인의 꽃밭에서 불편한 진실을 들추어내는 파파라치 이야기’라고 한다.

선데이통신 지수현(한예슬 분) 편집장이 알코올중독으로 홈리스가 된 전직 사진기자 한석주(주진모 분)를 파파라치로 끌어들인다.

지수현은 악명 높은 연예스캔들 파파라치 신문 선데이통신 편집장이다. 한 번 냄새를 맡으면 놀라운 인맥과 막강한 정보력으로 셀럽(celebrity 유명인)의 스캔들을 잡아내고야 마는 그녀. 피도 눈물도 없는 속물이라며 뒤에서 하는 손가락질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왜? 최소한 그녀 앞에 그녀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이제 더는 없으니까.

빅이슈. ⓒSBS

한때는 그녀도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를 꿈꿨다. 하지만 그녀가 믿었던 진실은 힘이 없었고 힘은 곧 현실이었다. 무시당하던 진실보다 현실을 택한 그녀에게 힘이 생길수록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점점 사라졌다.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또한 사라졌다는 것도 어렴풋이 깨달았지만……. 이상은 ‘빅이슈’ 드라마에 소개된 지수현에 관한 설명이다.

한석주도 국내 최대일간지의 엘리트 기자였다. 시대의 진실을 한 컷의 사진에 담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기자였으나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일도, 자부심도 그리고 가족까지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딸의 병을 치료해 주겠다는 악마와의 거래를 거부한 죄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자책과 자괴가 이끄는 알코올의 늪에서 돌아갈 홈을 잃어버린 진짜 홈리스가 되고 만다.

그런 홈리스 한석주를 파파라치로 끌어들인 것은 지수현이었다. 한석주는 과거 그가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파파라치가 되기로 기꺼이 마음을 먹은 것이다. 오직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한석주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파파라치가 되었다.

지수현과 한석주 그리고 파파라치 이야기로 점철된 ‘빅이슈’에는 세 가지 모델의 휠체어가 나온다. 한 드라마에 세 가지 모델의 다른 휠체어가 나온다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것도 한 사람이 세 가지 모델을 때와 상황에 따라서 사용한 게 아니고, 세 사람이 각각의 휠체어를 사용했다.

임덕훈이 사용하는 휠체어. ⓒSBS

첫 번째 휠체어는 선데이통신에 근무하는 임덕훈(강성진 분) 장비실장이다. 그는 연예인 사진을 찍어 외제차를 타게 되었다는 파파라치계의 전설이고 산전수전 다 겪은 이 바닥 대선배이자, 선데이통신의 숨은 실력자라고 한다. 그런 임덕훈이 왜 무엇 때문에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빅이슈’에서 임덕훈은 처음부터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임덕훈이 휠체어를 사용한 뒤로는 도청, 몰카 장비 제작 및 보안, 해킹 전문가로서 선데이통신의 든든한 수문장 역할을 하는데 파파라치로 들어온 한석주와 친해지면서 한석주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된다.

드라마에서는 임덕훈이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선데이통신에서 그가 맡은 도청, 몰카 장비 제작 및 보안, 해킹 전문가 그리고 CCTV를 보면서 지수현의 입 모양을 읽어 지수현이 검찰에 잡혀갔다는 것을 밝혀내지만 모두가 사무실과 책상 앞에서만 하는 일이다.

백은호가 타고 나오는 휠체어. ⓒSBS

두 번째 휠체어는 아이돌스타 백은호(박지빈 분)가 기자회견에서 타고 나온 휠체어다. 백은호는 영화 촬영 중 갑작스러운 건강 적신호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불치병 판정을 받게 된다. 매니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탄 백은호가 기자회견장에 등장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지고, 파리한 낯빛의 백은호가 정면을 응시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백은호 : “저를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제가 좀 안 좋은 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막 시작한 영화였는데 하차할 수밖에 없는 실망을 드려 감독님과 동료 배우, 스텝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여러분 저는 이제 잠시 활동을 접고 치료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백은호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그날까지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인사를 한 뒤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백은호의 기자회견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백은호의 할아버지인 백 회장(정종준 분)이다. 백 회장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백회장. ⓒSBS

백 회장 : “내 피가 더러워 젊은 애비 죽게 만들고 쟤까지 저렇게 됐구먼.”

백 회장이 피가 더럽다고 한 것은 ‘루시-레비 증후군’이라는 유전병 때문이었다.

루시-레비 증후군(Roussy-Levy syndrome)은 유전운동감각신경병의 일종으로 1926년에 Roussy와 Levy 등에 의해 처음으로 기술되었다. 수족의 떨림 및 보행 실족 등이 다른 유전운동감각신경병증에 비해 심한 경우이지만 후에 여러 유전운동신경병증 하위 유형에서도 같은 증상들이 발견되어서 현재는 유전감각신경병증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생각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백은호가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 모 신문에서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백은호의 사진과 함께 백은호의 유전병에 대해서 자세하게 보도하였다.

선데이통신에서는 한발 늦었다며 모두가 실의에 빠져있을 때, 지수현은 한석주를 불렀다.

지수현 : “가서 백은호가 멀쩡히 걷는 모습을 찍어와!”

한석주는 지수현의 지시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백은호의 입원실에 잠입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백은호가 걷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자 지수현은 백은호의 예전 여자 친구 서혜주(신우희 분)를 찾아서 협상했다. 서혜주는 백은호를 불러내 차에 태우고 자신이 미끼였다며, 한석주가 따라오는 것을 눈치 채고는 달아나려다가 운전미숙으로 그만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한석주가 두 사람을 구하려고 물로 뛰어들려는 순간, “안 돼!” 지수현은 한석주에게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라고 명령했다.

얼마 후 백은호는 서혜주를 안고 물에서 걸어 나왔다. 지수현은 백은호의 가짜 병 사진을 손에 넣었다.

한석주는 지수현이 백은호의 병이 가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다.

지수현 : “백은호가 친아버지가 아닌데 유전될 리가 없잖아.”

백은호는 병역기피를 위해서 가짜 병을 만들었던 것이다. 백은호는 다리가 불편하지 않았지만 병역기피를 위해서 가짜 병을 만들어 휠체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파크골프장에서 전동휠체어. ⓒ이복남

필자는 ‘빅이슈’에 세 개의 휠체어가 나온다는 것만 알았지 휠체어의 이름이나 성능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서 ‘빅이슈’에 나오는 휠체어를 협찬한 업체를 찾아보았다.

A 회사에서 전동휠체어 3대를 협찬했다고 한다. 정확히 얘기하면 무상으로 대여를 했다가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다시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빅이슈’에 나오는 휠체어 3대는 전부 수동휠체어 같았는데 전동휠체어라니, 필자가 평소에 접하던 휠체어가 아니라서 잘 몰랐던 모양이다.

임덕훈(강성진 분)이 탄 전동휠체어는 징거체어라는 초경량 접이식이라고 했다. 징거체어는 시속 9.5km의 속도와 18.5kg의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로 간편하게 접고 펼 수 있는 원터치 폴딩체어라고 했다.

백은호(박지빈 분)가 탄 전동휠체어도 조이라이더라는 경량 접이식인데 일상생활에서 차에 실을 수 있는 가벼운 무게와, 언덕길 등에서의 퍼펙트한 전자기브레이크 시스템이므로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조이라이더는 얼마 전에 끝난 JTBC 드라마 ‘라이프’에도 협찬했다고 한다.

백은호의 할아버지 백 회장(정종준 분)이 탄 휠체어는 조이라이더 워크비하인드인데 전동휠체어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 보호자용 전동키트가 달려 있어 위험한 도로나 초고령자의 경우 보호자가 뒤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워크비하인드는 보호자용 전동모드로 보호자가 휠체어를 밀어줄 때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궁금한 것은 이상 예를 든 최신의 전동휠체어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보장구 혜택이 가능한가였다. 보건복지부에서 보장구로 지정한 전동휠체어는 2,090,000원이다. 그리고 A 회사의 징거체어는 2,550,000원이고 조이라이더는 4,080,000원이다.

A 회사 :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장애인 보장구는 안 됩니다.”

왜? 무엇 때문에 보건복지부 보장구로 지정이 안 되는 걸까

A 회사 : “일반적인 전동휠체어는 납산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징거체어나 조이라이더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A 회사 : “리튬이온 배터리가 납산 배터리에 비해서 가볍고 수명도 더 오래 갑니다. 우리 제품은 미국산인데 일본산은 니켈 수소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안 됩니다.”

일반적인 전동휠체어 보다 더 가볍고 수명도 오래 간다면 보건복지부에서 안 된다고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라이프에서 예선우의 전동휠체어. ⓒJTBC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로 문의를 했다.

“징거체어나 조이라이더가 전동휠체어의 한 종류인데 보험급여가 안 된다고 하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건복지부 :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전동휠체어의 한 종류라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장애인 단체 등 여러 분야 사람들이 보장구에 관한 심의회의를 하는데 거기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더 이상은 잘 알 수 없으니, 건강보험공단이나 그 업체에 다시 한 번 물어 보라고 했다.

현재 전동휠체어는 중량이 60~120kg 정도 되므로 사람이 타고 조작하는 것 외에 사람이 들어서 옮기거나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징거체어나 조이라이더는 18~22kg 정도 되므로 성인이라면 여자들도 들어서 옮기거나 승용차 트렁크에 넣을 수도 있단다.

필자도 궁금했다. 보험급여가 안 되어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A 회사 : “건강보험에서 보험급여는 안 되지만, 그래도 가볍고 성능이 좋으므로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구입을 합니다.”

장애인 보장구는 안 된다지만, ‘빅이슈’에 휠체어가 3대나 나오는 것은 긍정적인데, 그 휠체어가 어떻게 방안으로 들어가고 나오며, 승용차에는 또 어떻게 싣고 내리는지 궁금했다.

A 회사 : “그 문제는 우리도 좀 난감합니다. 전에 ‘라이프’에서는 그런 부분이 좀 있었는데 이번 드라마에는 그런 부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임덕훈의 살신성인. ⓒSBS

임덕훈(강성진 분)은 선데이통신 장비실장인데 징거체어라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임덕훈은 복화술로 지수현(한예슬 분) 편집장이 검찰에 잡혀 간 것을 알게 되고, 한석주(강진모 분)는 지수현을 구하러 나서는데 임덕훈은 한석주의 조력자였다. 요즘 흔희 말하는 브로맨스였다.

임덕훈 : “장비 챙겨.”

한석주 : “같이 가게?”

임덕훈 : “왜, 장애인이라서 짐 될 것 같아? 혼자서는 안 돼!”

한석주는 말없이 장비를 챙겼다.

임덕훈 : “내 차로 가, 장애인차라서 어디든지 주차하기가 쉬워.”

아하, 장애인 주차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을 예리하게 짚어준 작가나 연출가에게 정말 감사한다.

임덕훈과 한석주는 거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렸고 차가 오자 임덕훈은 일부터 나가서 받히었다. 임덕훈과 한석주는 검찰청 직원의 신분증을 훔치러 위장사고를 냈던 것이다. 위장사고이기는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승용차에 들이받히다니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드라마고 위장사고라지만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그 후에도 임덕훈은 위기에 처한 한석주를 구하려고 변압기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발생시켜 검찰청 전체를 정전시켰다. 그야말로 임덕훈은 한석주 그리고 지수현을 위한 살신성인이었다.

‘빅이슈’에 전동휠체어가 3대나 한꺼번에 나오게 된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빅이슈’는 거악에 맞서는 파파라치라는 신선한 소재로 출발했으나 웬일인지 빅이슈가 되지 못한 채 지난 2일 32회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임덕훈이 타는 징거체어는 전동휠체어이므로 임덕훈이 혼자서도 잘 다닐 수는 있었다. 그러나 징거체어가 가벼운 접이식이라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다닐 수 있어 휴대와 이동이 편리한 휠체어라고 했는데,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승용차에 휠체어를 싣거나 내리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 주었더라면 좋았으련만, 그런 모습은 없었던 것 같아서 약간은 아쉬웠다.

현재 많은 시각장애인이 선호하는 한소네도 보건복지부 보장구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빅이슈’에서 보듯이 최근 다양한 전동휠체어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보조공학기기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건강보험 혹은 장애인보장구 관련 제도 또한 시대에 맞게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