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훈장으로 유명한 김봉곤 훈장과 그의 두 딸(김도현, 김다현)이 함께하는 ‘福자선콘서트’가 지난달 30일 광주공연을 시작으로 12월 6일 부산, 10일 서울, 11일 일산, 14일 청주, 18일 인천 등 전국투어에 나섰다.

福자선콘서트 포스터. ⓒ이복남

필자는 지난 6일 KBS홀에서 개최된 부산 ‘福자선콘서트’를 보러 갔다. 웬일인지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늘어 선 줄이 출입구 경사로를 다 막고 있어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입구 정면에 계단이 있었음에도 어르신들이 오른쪽 옆에 있는 경사로를 다 차지하고 있음은 아마도 그 경사로가 장애인을 위한 것임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조창용 회장도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왔는데 경사로에는 어르신들이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줄을 선 사람들이 다 들어가고 그제야 조창용 회장을 비롯하여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입장했다. 다행히 주최 측에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해서 무대 앞자리를 비워 두었다.

경사로로 들어오는 조창용 회장. ⓒ이복남

KBS홀은 2,400석이라는데 거의 다 찬 것 같았다. 1부 행사는 이숙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남승민의 ‘보라빛 엽서’, 장진의 ‘땡벌’ 등으로 무대를 열었다.

2부 행사는 웃음박사 조상영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2부에서는 오늘의 주인공 김봉곤 훈장과 그의 두 딸 도현(13) 양과 다현(10) 양이 함께 나왔다. 김봉곤 원장은 이번 부산 콘서트에는 대한노인회부산광역시연합회, 부산장애인총연합회 그리고 독도사랑회 등의 회원들을 초청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복자선콘서트 출연진들. ⓒ이복남

그런데 이번 콘서트를 왜 福콘서트라고 했을까.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한다. 좋은 일을 하면 ‘복 받을 거예요.’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좋은 일을 하면 ‘복이 돌아온다.’고 말하고, 궂은일을 하면 ‘복이 달아난다.’라고 말한다.

생김새가 좋은 사람을 보면 ‘복스럽게 생겼다.’, ‘복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하고, 어른들은 다리를 떨면 ‘복 나간다.’며 나무라기도 한다. 그렇다면 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김봉곤 훈장은 언니 도현 양에게 물었다.

“도현아, 복이 무엇이냐?”

“난감하네! 난감하네! 난감하네!”

도현 양은 복에 대한 아버지의 물음에 ‘난감하네!’ 라는 판소리조로 화답했다.

“허허, 그러면 다현아 복이 무엇인지 네가 대답해 보아라.”

“어이~~ 어이~~ 어이~~”

다현 양도 판소리 곡조로 ‘어이~~’라고 답했다.

물론 아버지와 딸들은 사전에 짜고 나온 연출이겠지만, 그 전에 웃음박사 조상영 교수가 관람객들에게 박수를 치라면서 ‘내장튼튼’을 기독교식과 불교식으로 노래를 불러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지만 복에 관한 도현 양과 다현 양의 대답을 듣고 관중들은 또 한 번 박장대소했다.

김봉곤 훈장과 두 딸 그리고 조상영 교수. ⓒ이복남

복이란 한자는 ‘볼 시(示)’와 ‘가득할 복畐’으로 이루진 글자이다. 示는 신에게 바치는 공물을 얹어놓은 제단인데 그 제단에 공물이 가득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福이라는 글자는 신에게 제사지낼 때 술과 음식을 가득 채워서 기원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福이란 인간의 염원 속에 성숙하는 것으로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받는 것이지 누가 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한다.

이번 福콘서트는 많은 가수들이 출연하는데 사람들에게 복을 나누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며, 출연진들도 복을 나누기 위한 기능재부라고 했다. 그래서 이날 판매된 공연 CD수입금은 전액 소외계층에게 기부된다고 했다.

도현 양과 다현 양은 경기민요 메들리를 멋지게 불렀는데 김영임 명창에게서 사사 받았다고 한다. 아직 어린아이들임에도 정말 국악을 즐기는 듯 했다. 두 딸의 꿈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서 훌륭한 국악인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방탄소년단 같은 국악아이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제가 딸들에게 국악을 가르쳤지만 처음부터 애들이 잘 한 것은 아닙니다. 서너 살 때부터 국악을 가르쳤는데, 도현이는 중간에 하기 싫어해서 1년 쯤 쉬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애들이 국악에는 타고난 소질이 있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민요도 하고 판소리도 하면서 판소리 중간 중간에 ‘내 나이가 어때서’ ‘인연’ 등의 유행가를 부르기도 했다.

김봉곤 훈장의 미니 특강. ⓒ이복남

김봉곤 훈장의 미니특강도 있었는데 김봉곤 훈장은 두 가지를 얘기했다.

‘일엽폐목 불견태산(一葉蔽目 不見泰山)’

한 장의 나뭇잎으로 눈을 가리면 태산같이 큰 것도 볼 수가 없다. 갈관자(鶡冠子)에 나오는 말인데 사심이 마음을 덮으면 공명정대하게 일 처리를 못 한다는 것이다.

'망족은 이지적야(亡足은 履之滴也)’

망족(亡足) 발을 잊다. 발은 신체의 일부분인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는가. 이 말은 장자(莊子)에 나오는데 신발이 발에 딱 맞게 제 역할을 다하므로 발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자기가 맡은 바 역할을 다 하라는 것이란다.

김봉곤 훈장은 자신의 신발을 객석을 향해 들어 보였는데 그는 두루마기 망건에다 흰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그는 평생 흰고무신을 신고 살았는데 자신에게 딱 맞아서 발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콘서트장을 나오면서 한 장애인이 보조기가 몸에 잘 안 맞으면 정말 신경 쓰이고 불편한데 딱 맞으면 보조기를 잊고 산다고 했다.

“나도 오늘부터 보조기에게 감사하겠습니다.”

KBS 어린이합창단과 함께. ⓒ이복남

김봉곤 훈장의 두 딸은 국악 외에 키즈아이돌그룹 엘스타((L STAR) 소속이기도 해서 엘스타 그룹이 다함께 나와서 춤추고 노래했다. 그리고 부산 공연이다 보니 김태호 단장이 지휘하는 부산 KBS 어린이합창단이 나와서 두 딸과 함께 노래했다.

예로부터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복은 바라면서도 잘 웃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복을 바라지 말고 많이 웃어라 그러면 복이 올 것이다. 발을 잊을 만큼 신발이 딱 맞는다면 신발에게 감사하라. 매사에 고맙고 감사하게 산다면 행복은 저절로 올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봉곤 훈장이 두 딸과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를 때는 객석의 사람들이 거의 다 무대 앞으로 몰려들어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다함께 노래했다. 약속된 시간은 2시간인데 2~30분이 지났지만 모두가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다함께 부르는 진도아리랑. ⓒ이복남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고 즐기고 손뼉 치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모두가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콘서트장을 나갔는데 덕분에 2018년 한 해도 좋은 추억으로 마무리 하는 것 같았다.

콘서트가 끝나고 몇몇 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KBS 근처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들어 갈 수 있는 식당이 만만치 않았다. 몇 군데를 돌다가 겨우 한군데 식당을 찾아 들어 갔다. 그 식당도 이제 마칠 예정이라 우리 일행이 마지막 손님이라고 했다. 무얼 시킬까? 메뉴를 고르기가 마땅치 않았는데 한 사람이 ‘난감하네!’라며 길게 판소리를 하는 바람에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이번 행사에는 부산의 장애인 가수 한 명이 나온 것 같았다. 만약 또 다시 이런 행사를 기획한다면 장애인 가수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래하는 콘서트에 청각장애인을 초대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부산장애인총연합회에 문의를 해 보니 청각장애인 신청자가 몇 명 되지 않아서 수어통역사 섭외를 미처 못 했다고 했다. 앞으로는 청각장애인들도 많이 참가를 하고 수어통역도 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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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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