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첫 주부터 SBS에서 월·화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여우각시별’이 지난 26일 32부로 끝이 났다. 드라마는 여우각시별을 닮은 공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남자 주인공 이수연 (이제훈 분)과 여자 주인공 한여름(채수빈 분)이 만나서 엮어가는 사랑이야기다.

그런데 ‘여우각시별’에서는 조현병 장애인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수연이 1급 지체장애인이었다.

지난 12일 강민님은 ‘장애인을 ‘아이언맨’으로 만드는 드라마는 안 된다’는 글에서 ‘여우각시별’은 장애인 인식개선드라마가 아니라 장애인을 아이언맨으로 만드는 장애극복드라마라고 질타했다.

이수연의 팔에 한여름의 목걸이가 들러붙다. ⓒSBS

‘이수연이 자신의 콤플렉스인 장애를 '로봇팔과 로봇다리' 착용으로 숨기려고 하는 점 그리고 '1급 장애인'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라며 표현하고 있는 점, 이수연을 보장구 착용 없이는 무능력자로 그려내고 있으며, 이수연이 착용하는 보장구는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등.’

이수연 ‘또한 '아이언맨 보장구' 착용 시엔 능력자, 보장구 착용 없이 다닐 땐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주울 수도 없는 무능력자로 그려낸다는 것은 아이언맨이 아닌 이 땅의 평범한 모든 장애인을 초라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는 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수연은 예전에 이복형이라는 서인우(이동건 분)를 쫓아가다가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그런데 미스터장(박혁권 분)의 도움으로 이수연의 팔과 다리는 초능력 즉 괴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자 이복형이라는 서인우은 사사건건 이수연에게 태클을 걸었다. 이수연이 장애 1급이라는 것과 그가 착용한 보장구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이것이 왜 이수연이 공항에 근무하지 못할 이유이고 이수연 또한 왜 자신이 보조기를 착용했다는 사실을 숨겨야만 했을까.

온갖 집기들이 들러붙는 이수연의 오른팔. ⓒSBS

물론 장애1급이고 보장구를 착용하면 공항에 근무하지 못한다는 조건 같은 것은 없다. 모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민간업체에서는 장애인을 의무고용 해야 한다. 다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공안직군 공무원, 검사, 경찰·소방·경호 공무원 및 군인 등은 예외직종이다.

이수연은 인천공항 여객서비스팀이다. 보안이나 공안도 아니므로 예외직종도 아니다. 그럼에도 서인우 운영기획팀장은 이수연의 보장구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마지막에 보면 서인우의 이의제기는 이수연을 지키기 위해서 공항을 그만두게 하려는 고육지책이었지만.

이수연은 공항직원으로서 조용히 살고 싶어 했지만 조용히 살기는 애초에 그른 것 같았다. 특히 서인우가 이수연의 보장구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제기 할 무렵, 사실 이수연의 보장구에는 심각한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다. 물론 이수연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이수연의 보장구 즉 오른팔과 오른다리는 미스터장이 특별히 제작한 의지와 의족이었는데 ‘여우각시별’에서는 이 같은 보장구를 웨어러블(wearable)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이 웨어러블에 칼 가위 집게는 물론이고 볼펜이나 클립 등 주변의 온갖 집기들이 들러붙기 시작하는가하면 웨어러블이 오작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수연은 물론이고 미스터장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6백만불의 사나이. ⓒ구글이미지

아주 오래 전 ‘6백만불의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라는 미드가 있었다. 미국의 우주국 파일럿인 스티브 오스틴 대령이 훈련 도중 왼쪽 눈과 오른쪽 팔, 두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게 된다. 6백만불은 당시 우리 돈으로 72억 정도인데 그런 돈을 들려서 스티브를 최첨단 사이보그(cyborg)로 개조한 것이다.

사이보그로 개조된 스티브(리 메이저스 분)의 눈은 20배 줌에다 열 감지 센서와 어둠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팔은 불도저급의 괴력을 가졌고 손끝에도 센서가 있었다. 다리는 시속 100km의 속력에다 웬만한 담장은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는 점프력을 가졌다.

이 같은 능력의 사이보그 스티브는 온갖 불의와 악당들과 싸우는 역할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6백만불의 사나이’ 스티브에 열광했다. 스티브가 힘을 줄때마다 ‘두두두두’ 하는 소리가 났는데 아이들이 그 소리를 내면서 스티브 흉내를 내기도 했다.

당시 스티브는 사이보그였지만 ‘여우각시별’에서 이수연 같은 문제는 없었다. ‘6백만불의 사나이’는 1973년에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최근(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만2,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험 생물학 2006' 행사의 하나로, 6백만불의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고 한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많은 과학자들이 전자장치로 움직이는 다리와 팔, 눈, 귀 등을 소개했다고 한다. 그러나 ‘6백만불의 사나이’는 기계인 팔다리가 생체에 붙어 있는데 두뇌의 생각대로 인공 팔다리가 자유자재로 움직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경계까지도 완전하게 연구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이 분야 연구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신경계의 비밀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인체와 인공기기를 결합하는 데는 6백만불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아직은 얼마나 기다려야 될지 모른다고 했다.

다시 ‘여우각시별’로 돌아가 보자. 이수연은 우여곡절 끝에 그의 웨어러블에 철제기구들이 들러붙고 오작동을 일으키는 이유를 알아냈다.

“한여름 때문이에요.”

이수연은 미스터장에게 한여름 때문이라고 했다. 한여름이 뭘 어찌했기에 그런 일이 생긴단 말인가.

이수연의 웨어러블. ⓒSBS

‘여우각시별’은 이수연과 한여름의 러브스토리다. 그 러브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장소는 공항이고 이수연은 교통사고로 팔과 다리를 다친 1급 장애인이다. 이수연은 그의 장애를 보완하기 위해서 보조기 즉 웨어러블을 착용하고 있다.

이수연의 웨어러블은 이수연의 인체에 연결되어 있었고 한여름에게 위험이 닥칠 때마다 이수연의 신경세포에 연결된 웨어러블은 울분과 분노 등의 감정으로 폭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이 대목을 보면서 필자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6백만불의 사나이’는 1973년에 제작되었고 2006년까지도 인체와 인공기기의 결합은 요원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아직은 정말 꿈같은 공상과학 판타지를 2018년의 ‘여우각시별’에 접목을 시키다니 말이다.

그런데 ‘여우각시별’에서 마땅찮았던 부분은 한여름이 공항에 입사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매사에 어리바리한 민폐 캔디 같은 캐릭터인데 이수연은 그런 한여름 때문에 웨어러블에 철제집기들이 들러붙고 오작동까지 일으키게 한다는 것이다.

정말 필자가 궁금한 것은 1973년에 제작되었다는 ‘6백만불의 사나이’에서도 스티브를 사이보그로 만들기 위해서 6백만 불이 들었다는데 과연 이수연의 웨어러블에는 얼마의 돈이 들었으며 그 돈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건강보험에서는 장애인의 보장구에 대해서 90%를 지원하므로 본인은 10%만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 건강보험에서 책정한 기준액은 어깨부터의 의수는 1,470,000원이고, 제일 비싼 고관절 의족은 2,270,000원이다. 그러나 이 기준액은 현실을 무시한 가격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기준액 만큼은 건강보험에서 지원을 받고 나머지는 자부담으로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수연과 미스터장이 과연 무슨 돈으로 어떻게 웨어러블을 장착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수연의 웨어러블에 철제집기들이 들러붙고 오작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이수연이 지쳐서 코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미스터장은 당분간 이수연에게 웨어러블을 착용하지 말라고 했다. 연구를 더 해봐야 된다고.

“싫어요. 다시 옛날로 돌아가기 싫어요.”

이수연은 또다시 침대에 누워서, 허송세월한 11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었다.

이수연이 한여름에 보여주는 웨어러블. ⓒSBS

‘여우각시별’에 그런 내용이 방송된 다음날 아침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밤 여우각시별 보셨습니까?”

A씨는 오래 전 교통사고로 팔과 다리를 다친 1급 장애인이다.

“미스터장이 이수연에게 당분간 보조기(웨어러블)를 착용하지 말라고 하니까 이수연이 싫다고 하던데 저 같아도 다시 옛날도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겁니다.”

꿈에라도 다치기 전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야 꿀떡 같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했다. 현재는 보조기 덕분에 생활하고 있는데 그에게 보조기를 벗으라고 하면 가능하겠는가.

A씨는 보조기를 벗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언젠가 지인들과 일본 온천여행을 갔지만 온천탕에는 발도 한번 담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저는 이미 장애인이 되었고 제게 보조기가 없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불편하지만 그래도 보조기 덕분에 이나마 생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B씨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2급 장애인이다. 그런데 낮에는 고관절 의족을 하고 걸어 다니지만 집에 와서 의족을 벗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느 날 집에 와서 의족을 벗고 샤워도 다 했는데 승용차에 서류를 놓고 온 사실이 생각났다.

“00야, 차에 가서 아빠 서류 좀 가져 온나!”

B씨는 딸에게 심부름을 시키며 차 키를 내밀었는데 딸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했지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B씨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의족을 착용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서류를 가져 왔다.

“참았어야 되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으로 들어오자 딸을 실컷 뚜드려 팼다고 했다.

‘여우각시별’ 시청자게시판. ⓒSBS

현재의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의수나 의족은 특별한 기능은 없다. 다만 기능을 상실하거나 절단된 신체의 팔과 다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게 해 주고, 무거운 것은 들지 못하지만 손을 움직이거나 걸음을 걷는 등 약간의 기능을 보완해 주고 있다.

그런데 우연히 보게 된 ‘여우각시별’ 시청자 게시판의 한마디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sje****님은 ‘이제훈(이수연 역) 팔에 대해 문의 드립니다.’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내용을 열어 본즉 “정말로 그런 팔이 지금 있습니까? 저희도 의족 팔을 하는데 그런 것은 없다고 하던데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요? 가격은 얼마나 되나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네요. 저도 꼭 그런 팔 가지고 싶네요. 제 껀 너무 불편하고 표시가 나서 그렇거든요. 꼭 알려주세요.” sje****님은 정말 이수연이 착용한 웨어러블이 있다고 믿는 것일까.

‘6백만불의 사나이’는 1973년에 제작되었다는데 그 때만 해도 스티브를 사이보그로 만드는데 6백만불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2006년 ‘6백만불의 사나이’ 심포지엄에서도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6백만불의 사나이’같은 것은 요원하다고 했다.

6백만불로 슈퍼맨 되기. ⓒKISTI의 과학향기

“설사 신경계의 비밀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이들 인공 기기들을 인체와 결합하는 게 쉽지 않다. 만만치 않은 비용 역시 걸림돌이다. 지금으로서는 팔 하나 만드는데도 6백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의 6백만불의 사나이가 현실에서 탄생하기 위해서는 30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 때는 '6천만불의 사나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6백만불의 사나이' 만들 수 있나>에서.

‘여우각시별’은 조현병도 그렇고 장애인의 취업이나 보장구 등에 관해 부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많은 장애인들에게 보장구에 대한 기대와 꿈을 갖게 한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앞으로 우리 현실에서도 이수연의 웨어러블이나 스티브 같은 사이보그가 탄생할 날도 머지않았으리라. 그날이 언제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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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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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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