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서 치료받던 윤창호 씨가 사망했다. 윤창호 씨는 9월 25일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만취한 운전자 박모(26)씨가 운전하던 BMW 320d 승용차에 치여 의식을 잃고 해운대백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당시 피의자 박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81%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윤창호 씨 친구들과 누리꾼들은 음주운전자 처벌 강화를 위한 법률을 만들어달라고 국민청원까지 펼쳤다.

국회에서도 ‘윤창호법’ 발의에 나섰다. 현행 음주운전은 과실이었기에 사람이 죽으면 과실치사였다. 그러나 ‘윤창호법’에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다.

당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은 살인과 같다’며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이용주 의원은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89% 상태로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차를 몰다 경찰에 적발됐다.

‘윤창호법’에서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라지만, 장애인복지 측면에서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이 문제였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이 곧 장애인 복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도로교통공단

그런데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지만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의 약 70%가 안전운전 의무위반 즉 전방주시 태만이라고 한다. 특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교통사고 위험을 4배나 높인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49조에 의거하여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적발시 벌금은 승용차가 6만 원, 승합차는 7만 원인데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거나, 이어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손으로 이어폰을 잡고 있다면 단속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운전 중에 휴대폰 사용이나 내비게이션 조작, DMB 시청 금지 등은 <도로교통법>에서 범칙금으로 다스리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잘 지키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운전자가 운전 중에 휴대폰 사용이나 내비게이션 조작, DMB 시청 등을 할 경우 전방주시 태만이 된다. 운전자가 앞을 보지 않고 휴대전화 등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시속 100km로 달릴 때 3초 동안에도 80~90m를 움직이게 된다. 만약 3초라도 눈을 감거나 딴 짓을 한다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전방주시 태만에서 휴대폰을 보는 것 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딴 짓(?)을 하거나 고개를 돌려 옆 사람과 대화하는 모습을 곧잘 텔레비전에서 보여 준다는 것이다.

전방주시 태만. ⓒ한국도로공사 포스트

그런 모습이 텔레비전 드라마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걸핏하면 운전자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그 시간이 족히 3~4초는 되는 것 같다. '아하, 저래도 되는구나!' 하고 사람들이 보고 배울까 정말 무섭다.

그렇게 고개를 3~4초씩 돌려서 운전하는 탤런트가 드라마에서는 물론 직접 운전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짓을 서슴지 않다니……. 드라마 작가나 PD는 물론이고 탤런트도 정말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MBC 일요드라마 ‘내 사랑 치유기’는 “착한 딸이자 며느리이자 아내이고 싶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그러나 식구들에게 그 한 몸 알뜰히 희생당한, 국가대표급 슈퍼 원더우먼의 명랑 쾌활 분투기”라고 한다.

그 분투기에서 국가대표급 슈퍼 원더우먼 임치우(소유진 분)는 밤낮없이 죽기 살기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다. 8년 만에 돈 3천만 원을 모아서 시집살이서 벗어나 오피스텔로 분가를 할 예정이라 약간은 들떠 있었다. 이제 남편 박완승(윤종훈 분)이 오면 계약을 할 거라고 부동산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철딱서니 없는 남편 박완승이 사고를 쳐서 오지 않는다.

돈을 세어 보면서 좋아하는 박완승. ⓒMBC

남편 박완승은 나름대로 아내 임치우에게 한 푼이라도 더 보태 주려고 햄버거 트럭을 몰고 나가 장사를 했다. 그러다가 아내와의 약속시간이 다 되어 햄버거 트럭을 운전하면서 오늘 얼마나 벌었는지 돈을 세어 보는데…….

박완승이 돈을 세는 사이에도 자동차는 굴러가서 앞 차와 추돌했다. 박완승은 전방주시 태만에다 차간거리 미확보였다.

마침 남편을 기다리다가 달려온 임치우는 차주에게 한 번만 도와 달라며 빌었다. 박완승이 추돌한 차는 외제차였다. 외제차의 운전기사가 계산한 총 수리비는 9천 4백 7십만 원이었다. 임치우와 박완승은 까무러칠 금액이었다. 남편 박완승이 터무니없는 수리비에 화를 내자 아내는 남편을 뒤로 제치며 결혼하고 처음으로 집 계약하는 날이라며 사정했다.

차주는 보험으로 처리하자고 했다. “저희가 대물한도 보험이 낮아 가지고……. 한 번만 봐주세요.” 임치우는 애걸했다. 차주는 “한 푼도 못 깎아주니까 보험사 불러서 처리하자”고 했다.

차주에게 빌면서 애걸하는 임치우. ⓒMBC

임치우는 “합의는 하는데 지금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돈이 3천만 원”이라면서 울먹였다. 마침 그 차에는 차주와 사업 때문에 만났던 최진유(연정훈 분)가 타고 있었다. 최진유의 설득으로 외제차는 보험으로 수리하기로 하고 수리비는 임치유가 지불했다. 물론 임치유의 분가는 물 건너갔다.

‘내 사랑 치유기’에서는 박완승의 추돌사고를 유도하기 위해서 전방주시 태만으로 앞차와 일부러 추돌사고를 일으킨 내용이다.

현실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고는 가끔 일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운전자들에게 일종의 불문율은 '외제차 뒤에는 절대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내 사랑 치유기’에서 교통사고는 드라마에서 일부러 일으킨 사고지만, JTBC 드라마 ‘제3의 매력’에서 전방주시 태만은 사고 유발은 아니고 그냥 사랑하는 남녀가 차 안에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온준영(서강준 분)은 민세은(김윤혜 분)과의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서 민세은 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온준영은 민세은의 아버지 즉 장인 될 어른이 따라 주는 술을 거절할 수 없었기에 주는 대로 술을 마셨다. 그래서 운전은 술을 안 마신 민세은이 했다.

고속도로에서 고개를 돌려 옆 사람과 얘기하는 민세은. ⓒDRAMAcube

온준영이 민세은의 아버지가 "자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민세은은 운전을 하면서도 조수석에 앉은 온준영 쪽으로 고개를 돌려 "아버지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 염려 말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시간이 족히 3~4초는 되는 것 같았다. 여기서 민세은의 전방주시 태만은 사고 유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랑 놀음일 뿐이었지만, 만약 현실이라면 민세은이 고속도로에서 그렇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앞차가 끼어들 수도 있는 등 위험천만 행동이다.

필자가 ‘제3의 매력’을 보면서 위험천만한 민세은의 모습에 우려했으나 그냥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그 후 우연히 드라마큐브(DRAMAcube)에서 재방송을 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민세은의 이런 모습은 또 한 번 나왔다. 온준영의 옛 여자 친구 이영재(이솜 분)가 이혼 후 온준영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을 보고 민세은이 이영재에게 소개팅을 주선했다. 온준영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온준영은 민세은이 운전하는 차의 옆자리에 타고서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화를 냈다.

그러자 민세은은 온준영에게로 고개를 돌려 “오빠는 무슨 생각으로 이영재와 사귀었단 사실을 말 안 한거예요?”라며 오히려 되물었다. “오빠 그거 알아요? 우리 만난 4년 동안 처음으로 내게 화를 낸 거, 그 이유가 영재언니 때문인 거?” 민세은은 섭섭한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앞서 민세은이 온준영 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으므로 전방주시 태만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민세은이 온준영에게 고개를 돌린 것은 차가 밀려서 정차하고 있었으므로 전방주시 태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정차 중이라도 운전자는 앞을 보고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제3의 매력’에서 민세은의 직업은 경찰이다.

민세은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으나 정차 중임. ⓒJTBC

한국도로공사에 의하면 2017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2,145건 중 무려 54%의 원인이 전방주시 태만이라고 한다. 전방주시 태만으로 뒤에서 추돌할 경우 뒤차의 과실은 100% 내지 80%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자동차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어 억지를 부리기도 어려워졌다.

운전자들이 신호대기 중에 전방주시를 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는 등 다른 행동을 하다가 신호가 바뀌는 것을 몰라서 급출발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급출발을 하다보면 도로 상황을 미처 파악할 수가 없어서 사고를 유발 할 수도 있다.

운전 중에는 휴대폰 사용이나 내비게이션 조작, DMB 시청 등도 금지지만 특히 드라마 등에서 운전자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뒤돌아보는 행위는 정말 삼가야 할 것이다. 드라마 등에서 운전자가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절대로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애인 A씨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였다. 어느 날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길 좌회전 신호 대기 중에 맞은편에서 오던 트럭이 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를 덮쳤다. 상대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이었다. 그러나 사고는 이미 일어났고 A씨는 1급 장애인이 되었다.

운전자들의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차마 웃을 수도 없는 아이러니는 그렇게 사고를 당한 장애인들 중에서도 전방주시 태만은 물론이고 음주운전이나 과속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항변한다. 장애인이 술 안 먹고 어찌 살겠느냐고, 세상의 모두를 적으로 돌려 복수하고 싶은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내가 그렇다고 또 다른 사람마저 장애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고는 언제 어느 순간에서나 발생할 수 있기에 운전자는 늘 안전의무를 지켜야 하고, 안전운전을 위해 운전자는 물론이고 자동차 관계자 등 모두가 주의하고 노력해야 될 것이다. 빨리 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 안전하게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제발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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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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