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희관밴드 공연모습1 ⓒ배희관밴드

‘배희관 밴드’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멤버로 구성되어 ‘소리’라는 감각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행복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충만한 ‘모던 락 뮤지션’이다.

홍대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공연을 하며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장애인예술의 가능성을 보여 준 팀이 바로 ‘배희관 밴드’였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안녕하세요. 배희관 밴드에서 드럼 치는 김명규입니다.

배.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배희관입니다.

윤. 키보드에 윤형진입니다.

손. 베이스와 엄마 역할의 손주은입니다.

Q. 배희관 밴드는 언제 어떻게 결성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배. 처음에 ‘4번 출구’라는 밴드로 활동을 하다가, 또 혼자서도 하다가, 다시 해 보자 의기투 합해서 멤버들을 구했죠. 그러던 중 같이해 보자고, 지금 저희 밴드 끌어 주시고 계시는 독고정은 대표님도 만났습니다.

윤. 저는 희관이한테 코 꿰어서… (웃음)

배. ‘4번 출구’ 밴드로 같이할 때부터 제가 생각했었거든요. 나중에 저 친구랑 같이해야지. 형진이가 음악 활동 잠시 안 하던 때가 있었고, 그때 바로 낚아챘습니다. 같이하자고요.

손. 희관 오빠가 사람을 잘 낚아채요. (웃음) 저는 학교 선배가 도와 달라고 해서 한 번 왔다가 코 꿰어서 3년째 이 밴드에 젖어들고 있습니다.

김. 그리고 주은이가 저를 꿰어서 저도 합류하게 됐습니다. 드럼 자리 공석 됐다, 너 들어와 라, 너무 좋은 팀이다, 꼭 같이했으면 좋겠다 해서 들어왔고요. 일단 ‘너의 뜻대로’라는 곡이 정말 좋았고, 팀의 취지도 좋아서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Q. 정규앨범 ‘서장(序章):너와 함께’ 음악이 참 좋았다. 어떤 감정들을 담고 싶었는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배. 꿈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누군가를 위하여 만들었습 니다. 그분들이 이 노래들을 듣고 조금 더 뛰놀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앨범 들어 보시면, 굉장히 다양한 곡들이 있는데요. 응원하는 노래도 있고, 사랑에 관한 노래도 있고… 생각해 보면, 그 곡을 만들 때 담고 싶었던 감성들을 종합적으로 녹여 냈던 거 같아요. 저희 밴드의 모토가 ‘공감(共感)’이거든요. 저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혹은 슬픈 이야기든, 즐거운 이야기든, 뭐든요. 그래서 첫 정규앨범엔 다양한 메시지와 장르를 담았습니다.

Q. 가장 자랑스러운 무대는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공연이 아니었을까. 인기를 실감하는지.

배. 네. 패럴림픽 이후에 길 가다가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 어어 그 노래, ‘존재 감’! 거기 그 올림픽~하시면서요. 그러면 웃으면서 함께 사진도 찍어 드리고.

손. 뭐야. 왜 오빠 혼자만 체감해요.

김. 나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배. 사람들이 너 많이 물어보던데? 드러머 오빠 잘생겼다고.(웃음)

배희관밴드 공연모습2 ⓒ배희관밴드

Q.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에서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배희관 밴드의 ‘존재감’이란 곡을 골랐다. 선곡 과정이 궁금하다.

배. 선곡을 저희들이 했어요. 정규앨범에 실린 음악 중에 ‘존재감’이라는 곡과 ‘So Nice’라는곡 중에서 고민했고요. 의견이 분분했는데, 조율해서 ‘존재감’이란 곡을 골랐습니다. 원곡 가사에는 다소 공격적인 부분이 있는데, 패럴림픽 무대에 맞게 조금 완만하게 다듬었어요.

사람들이 그걸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가수 에일리와 콜라보한 공연은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골랐습니다. 이 곡도 저희가 먼저 제안을 했어요. 아마 저희 밴드가 그분이 계셨던 밴드 넥스트 (NEXT)보다 이 곡을 더 많이 불렀을 거예요.

그만큼 그 노래를 좋아하고, 저희 밴드가 제일 잘 부를 수 있는 곡이라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해철 팬이고, 아직도 그분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어쨌든 ‘하자’고 결정하고,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에일리 씨도 미국 활동 일정 있으시고, 저희도 각자 본업이 있다 보니 함께 합주를 하진 못했지만, 서로 연습한 거 녹음해서 전달하고 맞춰 보면서 작업했습니다.

Q.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 무대에 선 기분이 어땠는지.

윤. 그날 기억이 안 나요.

손. 정말 조마조마했거든요. 엄청나게 큰 무대였고, 관객들 반응보단, ‘실수 안 해야 할 텐데’, ‘음악에 집중하자’는 마음이 컸어요. 또, 무대가 움직이고, 그날 비도 와서, 안전사고 걱정도 많이 했죠.

김. 일단 잘 해야 돼, 넘어지지만 말자.

손. 아, 우린 그러고 있는데, 리허설 하는데 희관 오빠가 꽤 단차 있는 데를 혼자 이동하겠다고 펄쩍 뛰어서. 전 간 떨어질 뻔하고, 독고정은 대표님은 기절하실 뻔… (웃음) 희관 오빤 참 겁이 없다고.

Q. 시각장애가 있는 걸로 들었다. 장애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배. 시각장애 1급인데, 어렴풋이는 보인다. 낮에는 장애물을 피하면서 볼 정도는 되고, 밤에는 음… 혼자서 익숙하지 않는 곳을 갈 때는 지팡이가 필요한 정도요. 어찌 보면 저 같은 저시력자에게 ‘무대’란 곳은 위험한 곳이죠. 각종 장비들부터 무대 조명들이 비추고 하면.

손. 그래서 독고정은 대표님이 불안해하실 때가 있어요. 특히 희관 오빠가 무대에 서면 너무 열정적이라서 기분 업 돼서 막 뛰고. 지난번에 공연할 땐 마이크 쓰는데 부딪히기도 하고.

배. 그래도 상관없어. 좋으니까.

Q.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 장르의 예술 중에 ‘음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손. 전 부모님 두 분 다 음악을 하셔서.

모두. 오~음악이 가장 쉬웠어요?

손. 아냐.(웃음)

윤. 저는 4세 때부터 14세 때까지 피아노 학원을 다녔었고, 그 이후엔 안 쳐서 손이 완전히 굳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게 엄두가 안 났어요. 음악을 본격적으로 한 건, 대학 졸업하고 취미로 미디(MIDI,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 편집이나 특수효과)를 하다가.

손. 형진 오빤 절대 음감이에요. 어떤 소리나 음악 들으면 그걸 키보드로 바로 쳐요.

모두. 오~

윤. 뭘…

김. 보통 음악 시작하는 사람들이 고등학교 때 밴드부 하거나 아니면 교회 다니다인데, 전교회에서 음악을 처음 접했습니다. 음악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었는데, 교회에서 반주 하다 보니까 부모님이 지지해 주시기도 했고요.

배. 맹학교 선배님 중에 김치국 교수님이라고 계신데요. 어렸을 때, 그분이 드럼 치는 데에 갔었어요. 완전히 빠져 버렸고요. 13세 때인가 그분이 해외로 유학을 가시면서, 자리가 비니까, 이제 저 자린 내꺼다 했고요. 그렇게 선배님들이랑 드럼 치면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음악을 계속해야겠단 숙명으로 살았고요. 그리고 이후엔, 아~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기타 치면서 보컬을 해야겠다 싶어서.

손. 아, 오빠.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배. 왜~ 난 모든 음악의 동기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야. 사랑은 예술 창작에 큰 동기부 여가 된다니까.

손. 오빠 솔직히 말해 봐. 예쁜 여잔 잘 보이지.

Q. 밴드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었는지.

손. 전 오빠가 공연하다가 신나서 갑자기 곡 바꿀 때요. 맞춰서 베이스 치기는 하는데 그럴 땐 오빠가 너무 얄미운 거 있죠.

배. 주은이는 저희 밴드의 엄마 같은 존재입니다.

손. 희관 오빠가 마음 졸이게 할 때 많아요. 오빠 검정 옷 입고 오셔야 해요~했는데 빨간 옷입고 오신다거나. 처음엔 어색해 말 못했는데 이젠 말할 수 있어요.

배. 제가 음악을 하면서 맹학교에서 특수교사를 하고 있어요. 공무원으로 메어 있죠. 그래서 평일에 하는 공연을 같이 못하기도 하고, 멤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저도 마음의 중심은 ‘음악’이지만, 멤버들은 진짜 ‘음악’만 하고 있어서, 제가 뭔가 좋은 커리어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데… 현실을 생각하면 또 아쉬운 부분이 많죠. 전 요즘 그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배희관밴드 공연모습3 ⓒ배희관밴드

Q. 배희관 밴드 활동을 통해 세상에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 예전에 누가 건물을 짓는데 ‘장애인 휠체어가 다니는 길을 지어야 하는지 아닌지’를 제게 물은 적 있어요. 전 이건 ‘할지 안 할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대답했고요.

윤. ‘배희관 밴드’라고 하면 어디서든 ‘시각장애’가 먼저 설명처럼 나오는 그런 구조를 바꾸고 싶어요. 저흰 장애인 밴드가 아니에요. 밴드인데 멤버들 중에 장애인이 있을 뿐이죠. 배희관과 저만 시각장애를 갖고 있어요.

배.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배희관 밴드를 보며,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해요. 왜 그렇게 생각 하는지 물었더니, 보통 장애예술인들을 보면 ‘리더’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메인이 아니라 서브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저희는 그런 사회적 시선을 깨뜨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밴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손. 더 큰 무대에 서고 싶고, 더 유명해지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희 노래를 더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 특히 저는 장애 당사자잖아요. 음악이란 표현 수단을 가진 아티스트로서, 세상의 거름이 되고 싶어요. 저희 음악이 힘을 얻어서 세상이 긍정적이고 정의롭게 바뀔 수 있길 희망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하여.

배. 올해 앨범 무조건 만듭니다. 멤버들끼리 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그러다가 또 가사가 나오기도 하니까요. 우리가 같이 만든 음악을 꼭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관중들의 반응

“배희관 리드 싱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무대에서 직접 말하기 전엔 몰랐다. 장애 예술 인도 본인이 할 수 있으면 공연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예술의 영역에선 ‘장애’를 배제하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예술인을 ‘장애’의 관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예술’ 관점에서 봐야 한다.”- 도윤정, 서울 강북구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잘 몰랐다. 장애예술인들이 활동하는데 다소 불편한 점은 있겠지만, 장애로 불편한 부분이 예술에선 새로운 표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예술을 받아들일수 있는 관객들의 오픈된 마인드만 있다면, 더 특별한 무대나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본다. 장애 예술인들의 활동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예술의 영역은 그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좁은문 중에 하나일 수 있으니까.” - 윤미, 서울 용산구

“이전부터 들어서 배희관 밴드를 알고 있었다. 장애가 있으면, 음… 음악 공연의 경우엔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청각장애가 있으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예술 활동 하시는 장애 가지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와 관련된 정보도 많이 접해서, 그들이 예술로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길 바란다.” - 오지은(가명), 인천

“배희관 밴드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장애가 예술 활동에 문제가 되진 않는데, 주로 비장 애인 위주의 공연을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불편한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장애예술인 분들에 대해 편견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데, 예술은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거 아닌가.” - 이원준, 경기도 남양주

“오늘 공연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연인 줄도 모르고 왔어요. 장애가 예술 활동을 하는데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지 않고. 장애예술인의 예술 활동에 대해서는 사실 평소에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오늘 공연 와서 보니 좋네요.” - 한수지(가명), 경기도 일산

글 김민혜/사진 이하영

배희관밴드 공연모습4 ⓒ배희관밴드

배희관 밴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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