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이 울리면, 진실이 밝혀진다.”

최첨단 ‘과학수사’와 ‘향토적’ 판타지의 만남이라는, 강신효 연출 한우리 극본의 OCN 주말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 관한 프로그램 소개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빛나는 과학수사의 시대.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만 있으면 그 사람의 직업, 행적, 심지어 성(姓)까지도 알아맞힌다. 오로지 ´팩트-논리-숫자´만을 믿는 IQ167 엘리트 형사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는 ´신기(神技)´ 있는 형사가 만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세상에서 제일 안 닮은´ 두 남녀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면서 시작되는 ´설레는 악연´이 시작된다!”

작은 신의 아이들. ⓒOCN

‘작은 신의 아이들’은 종교계 집단자살 사건과 연쇄살인 사건 등 극단적이고 미스터리한 주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사건을 풀어 나가는 데는 천재형사 천재인(강지환 분)과 신기 있는 형사 김단(김옥빈 분)이 활약한다.

이 둘이 풀어나가는 사건의 중심에 천인교회가 있다. 천인교회 왕목사(장광 분)와 대한그룹 회장 백도규(이효정 분) 그의 딸 백아현(이엘리야 분) 그리고 대통령 후보 국한주(이재용 분)와 그의 심복 같은 검사 주하민(심희섭 분)이 모두 한 통속이다.

김단은 경찰청 광역 수사대의 형사인데 남다른 직감으로 베테랑 형사들도 찾지 못하는 단서를 찾아낼 때가 있다.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아도, 그녀는 방울 소리로 알 수 있기에 ‘귀신들린 아이’라고 했다.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던 김단 형사가 베테랑 엘리트 천재인 형사를 만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외딴 섬 자미도로 향한다. 천재인 형사에게는 기자인 여동생이 있었는데 동생이 자미도에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자미도에 다녀 온 후 살해 되었던 것이다.

민박집 할머니의 죽음. ⓒOCN

자미도에 도착한 천재인과 김단은 민박집을 찾았는데 민박집 할머니는 김단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 댕겨 온 겨?”라며 아는 듯이 대한다. 그러자 주인아들은 어머니가 치매라서 아무에게나 그런다며, 내일 아침 이 섬을 떠나라고 협박한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해변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조사하던 천재인과 김단은 섬 주민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정황상 할머니의 살해자는 요양원 직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천재인과 김단은 요양원 직원 임동희(신승환 분)를 찾아간다.

요양원에는 CCTV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었지만 직원은 보여 줄 수 없다고 한다. 임동희는 진술을 거부하고 영장도 없는 상태라 난감해 하던 차에 임동희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던 천재인 형사가 잠시 만요!

요양원 직원의 걸음걸이. ⓒOCN

임동희를 불러 세운다. 임동희는 다리를 저는 지체장애인이었던 것이다.

“걸음걸이가 좀 독특하시네요. 양쪽다리 길이가 다르시죠? 우리 쪽에서는 법보행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걸음걸이도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하거든요.”

“그게 뭔 말이래요?”

천재인은 간밤에 민박집 CCTV에 찍힌 영상 하나를 임동희에게 보여 준다.

“이분도 하지부동, 왼쪽과 오른쪽 걸음걸이가 비대칭이라 보행조건이 (임동희)완전 똑 같아요. 본인 맞으시죠?”

“원 말이래요. 난 어제 밤 내내 여기 있었다니까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결백은 금방 증명되겠네요. 다행히 CCTV가 풍년이라……. 해명을 한 번 해 보세요. 왜 그 시각에 민박집을 찾았는지, 거짓말은 왜 했는지……. 할머니를 죽였습니까?”

“나는 아무 짓도 안했습니다.”

“그럼 민박집엔 왜 갔습니까?”

“내가 거기 갔다고 내가 죽였다는 증거 있습니까? 증거가 없으니까 나를 몰아세우는 것 아닙니까?”

“증거? 여기 있지! 할머니가 죽기 전에 단서를 하나 남겼거든.”

천재인은 증거라며 뭔가를 내밀었고 임동희는 그 증거를 빼앗으려다가 천재인에게 구속당하고 만다.

법보행을 들이미는 천재인 형사. ⓒOCN

몇 년 전부터 갈수록 치밀해지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용의자의 걸음걸이를 분석하는 수사기법으로 법보행(法步行)이 대두되고 있다. 법보행 분석은 사람마다 다른 걸음걸이의 특성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가려내는 과학수사라고 한다.

CCTV에 용의자의 모습이 찍혀도 얼굴이 잘 보이지 않거나, 영상 화질이 좋지 않거나, 복면을 쓰고 있을 경우에는 용의자를 특정해 검거하더라도 ‘CCTV 속 인물은 내가 아니다’라며 잡아떼면 그만이다.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얼굴 외에 지문이 있지만 장갑을 끼면 지문도 소용없고, 족적이 있으나 치밀한 범죄에는 남의 신발을 신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법보행은 어떻게 해서도 감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에서는 수사 시 걸음걸이 분석이 필요할 경우 일선 경찰의 의뢰를 받아 ‘법보행 분석 전문가’에게 검증을 맡긴다고 하는데 옷을 갈아입거나 얼굴을 가려도 보행 특성에 따라 유사성이 높은 동일 인물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보행 분석은 유전자(DNA) 정보나 지문처럼 그 자체로 개인을 식별하는 증거는 아니지만, 전국 곳곳에 촘촘하게 CCTV가 설치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다른 증거가 부족할 경우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따라서 법보행으로 범인을 검거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굿판에서 신장대를 든 김단 형사. ⓒOCN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요양원 직원 임동희가 전날 밤 할머니를 찾아 간 것은 맞지만, 할머니의 사인은 바닷물이 아니라 ‘민물익사’였기에 천재인과 김단은 진범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굿판을 벌이고 있는 곳에서 죽은 할머니가 빙의됐다는 무당을 향해 "왜 말을 못해요? 진범이 누구에요?"라고 다그쳤다.

무당이 답을 못하자 김단은 무당의 신장대(나무에 종이 술을 붙여 만든 것으로, 신이 깃드는 막대기)를 빼앗아 할머니에게 물어 보더니 김단은 할머니의 아들이라는 민박집 주인남자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민박집 주인은 우물가에서 할머니와 다투다가 할머니의 머리를 우물 속에 집어넣어 죽인 후 사체를 바닷가에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민박집 주인은 할머니의 친아들이 아니고, 친아들은 동네 주민들도 다 아는 요양원 직원 임동희였다. 자미도 주민들의 종교에서 볼 때 할머니는 이단이었던 것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무기수가 있었다. 이 내용은 2016년 1월 23일에 방영되었다. 대구 금호강변에서 윤용필 씨가 살해되었다. 중학교 동창이자 15년 지기인 친구 박우성(가명) 씨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무기징역을 받았다.

그런데 박우성 씨는 CCTV 화면에 얼굴도 없고, 지문도 없고, 사건 당시 거창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우성 씨는 경찰의 강압에 의해서 자백했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법보행 분석. ⓒSBS

경찰에서도 얼굴은 알 수 없지만 실종당시 윤용필 씨와 함께 걸어가는 사람의 CCTV 영상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자 친구들은 모두가 박우성을 지목했다. 박우성의 걸음걸이는 O자 다리인데 왼발의 걸음이 안으로 휘는 ‘원회전’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 뿐 아니라 영국의 법보행 분석 전문가도 CCTV의 인물과 박우성의 걸음걸이가 동일임을 확인했다. 법보행 분석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금호강 살인사건의 결정적 단서였던 법보행 분석이 영국에서는 이미 2000년부터 법정 증거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경찰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의 법보행 분석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어 용의자 검거가 용이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처럼 법보행으로 용의자를 특정 짓는 사례는 특이한 걸음걸이 즉 지체장애인이나 O자 다리나 팔자걸음 내지 안짱걸음 등이었다.

필자의 사무실은 5층인데 엘리베이터에서 20m 쯤 떨어져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지체장애인이나 목발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아하, 우리 집 손님이구나’ 싶어서 문 밖에 나가 인사를 하기도 한다. 장애인은 법보행이 아니라 해도 걸음걸이가 발걸음 소리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모두가 죄짓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어딘 그런가. 더구나 걸음걸이가 특이한 지체장애인은 제발 죄짓지 말고 법보행으로 용의자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