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오디션장에서 춤을 추는 윤지영씨.ⓒ에이블뉴스

“장애를 뛰어 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7일 오전 11시 서울 대학로 이음센터 지하 연습실. 3인의 장애예술가들이 한 무대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비상’ 뮤지컬 오디션장. 윤지영 씨(41세, 뇌병변장애1급)가 전동휠체어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건반 반주에 맞춰 윤 씨는 5분여간의 휠체어를 가운데로 두고 주위를 돌며 몸사위를 펼쳤다. 심한 언어장애로 인해 노래 대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인 윤 씨는 심사위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꿈이라는 윤 씨는 오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극단 녹두에서 활동하며 2014년 일본에 순회공연까지 다녀왔다. 윤 씨는 “뇌병변장애인도 배우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창작뮤지컬 '비상'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가 장애인들이 다양한 예술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지난 4월 17일 ‘비상’ 뮤지컬 제작발표회 모습.ⓒ에이블뉴스DB

최고의 무용수를 꿈꾸던 무용학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의 장애인이 된 뒤 재활치료로 시작한 그림을 통해 화가로 거듭나는 ‘춤추는 그림’

특공대 출신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고 사회 변두리로 밀려난 뒤 시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말하는 시’

소아마비 장애인이 재활원 선생님의 조언으로 음악을 만나고 프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희망의 음악을 들려주는 ‘행복 찾는 음악’

공연 마지막에는 화가, 성악가, 무용수 등 3명의 장애 예술가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와 춤, 그림 그리는 작업이 어우러지는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장애인 6명, 비장애인 5명 등 총 11명의 배우가 기본 트레이닝을 거쳐 본격적 작품 연습에 들어가기 전, 배역 선정을 위해 이날 오디션에 참가했다. 중앙대학교 연희예술학부 정호붕 교수가 제작을 맡아 현재 극본은 모두 완성됐으며, 배역 선정 이후 집중적으로 작품 완성단계를 거쳐 11월 정식공연을 가질 예정.

유창호씨의 오디션 모습.ⓒ에이블뉴스

본격 오디션에 앞서 배우들은 오전 10시, 연습실에 모여 반주에 맞춘 마지막 연습을 했다. 즉흥춤 공연, 댄스스포츠 선수로도 활동하는 유창호 씨(26세, 시각3급)의 우렁찬 목소리가 연습실 밖에서까지 들렸다.

평소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유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거쳐‘비상’에 합류했다. 4개월간의 트레이닝 기간 동안 기본기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는 유 씨는 이번 배역 오디션을 통해 2번째 테마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유 씨는 “중도에 시각장애를 입고 실명했지만 시인으로서 활동하는 주인공 역”이라며 “연습실을 빌려서 발성과 가사외우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점자책을 펼치니 점자가 와르르 쏟아진다..’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건반 연주에 맞춰 무사히 오디션을 마쳤다. 유 씨는 “정말 오늘 오디션이 너무 저에게 감사한 날”이라며 “앞으로도 엔터테이너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한국인문예술치유연구소 강대유 대표가 오디션에 참가했다.ⓒ에이블뉴스

피아니스트 이자, 음악치유 및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한국인문예술치유연구소를 운영하는 강대유 대표(33세, 지체4급)도 첫 뮤지컬에 도전했다.

음악치료사와 피아니스트를 겸업하는 강 대표는 어깨와 허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해서 트레이닝 기간 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동료들의 응원으로 연습을 거듭한 끝에 이제는 오픈 마인드로 거듭났다.

강 대표는 “특히 오른 쪽 어깨가 불편해서 무용하는데 너무 힘들었다”며 “이번 뮤지컬 도전을 통해 장애인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척수장애인 임일주 씨가 7일 오디션에 참가했다.ⓒ에이블뉴스

제1회 이음가요제 대상 수상자이자,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2학년인 임일주 씨(45세, 지체1급) 또한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뮤지컬에 도전했다. 1996년 중도장애 이후 집에만 있다가 장애예술에 눈을 뜨며 바깥 생활도 잦아졌다.

척수장애인인 임 씨 역시 춤연습이나 행동연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11명의 배우들이 똘똘 뭉쳐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남기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임 씨는 “장애인문화예술원이 생겨서 예술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앞으로 장애예술에 대한 인식개선은 물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비상’ 제작을 맡은 중앙대학교 정호붕 교수는 “주인공 3인의 삶의 경험이 예술 재료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장애예술에 대한 독특한 색깔, 삶의 경험이 어떻게 예술에 투영되는지 음악과 춤을 통해 전달해볼까 한다”며 “장애인배우들의 학고자하는 의욕이 대단하다. 이제 배역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제작단계를 거쳐 11월에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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