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인권영화 <엘리베이터> 촬영중1. ⓒ한국장애예술인협회

안녕하세요? 원래, 원래 강원래입니다.

방송을 할 때는 매일 이렇게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이 지면에서는 좀 더 진지하게 다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예전에는 ‘클론’으로 지금은 방송인이란 정체성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강원래 인사드립니다.

먼저 『e美지』를 통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편집부에 제가 부탁 했어요. 제 코너 하나 만들어 달라고… 왜냐하면 요즘 글쓰기가 재미있어졌거든요.

그리고 『e美지』가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예술 매거진이라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리라 믿고 있기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입니다.

편집부에서 코너명을 원래의 착한 시선, 그리고 원래(처음부터, 본질적으로 라는 뜻)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착하지만 편견 때문에 차별이 생긴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본질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제 얘기가 그렇게 착할지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엘리베이터인데 이것은 제가 처음으로 만든 단편영화입니다. 장애인 인권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하여 제작한 것인데 제가 휠체어를 사용하면서 겪은 사례들 입니다.

장애인인권영화 <엘리베이터> 촬영중2.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병원 엘리베이터

딸 : 맞다. 이 병원에 강원래 입원해 있는 거 알어?

아빠 : 누구?

딸 : 강원래?

아빠 : 강원래가 누군데 ?

딸 : 가수우~ 강원래 몰라? 오토바이 사고 나서.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텔레비에 나왔잖아.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강원래가 휠체어를 혼자서 밀며 들어온다.

딸 : (속삭이듯) 암튼 아빠, 강원래. 장애인 되서 이제 못 걷는대. 아무튼, 불쌍해.

아빠 : (큰소리로 딸 바라보며) 불쌍하긴 그거 다 쑈야.

視善 / 쇼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장애 때문에 미치기 직전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정말 울분이 끓어올랐지만, 정말 이 상황이 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장애인인권영화 <엘리베이터> 촬영중3.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학원 엘리베이터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강원래 내리려고 브레이크 풀고 휠체어 손잡이를 잡는데 남녀 학생 둘이 급하게 웃으며 탄다.

강원래 학원생들 때문에 내리지 못하고 공간이 비좁아 비켜 주지만 휠체어 움직이기 힘들다.

몇 번은 학원생들이 휠체어에 부딪힌다.

그렇게 움직이려는 강원래의 모습을 학원생들은 힐끔 보고 관심없는 듯 아까 웃던 웃음 참다 마주 보고 피식 미소짓다 결국 웃음이 터져 큰소리로 서로를 때려 가며 웃는다.

나는 내가 내리지 못한 것이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욕을 한다. 실제로는 속으로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남녀 학생이 웃은 것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여학생이 방귀를 뀌었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내가 내리려고 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모든 상황을 장애와 연결짓고 있는 내 모습은 피해의식으로 가득차 보일 것이다.

아줌마 : 몇 층 가세요?

강원래 : 눈감고 있다.

아줌마 : 어디 아프세요? (다리 만져 보며) 아프냐구요? 분명 나을 거예요. 다시 걸을 수 있어요.

강원래 : 저는요 당분간 못 걷는 게 아니라 앞으로 쭈욱 못 걸을 거고 아픈 게 아니라 장애를 갖게 된 겁니다. 그러니깐 저 강원래는 장애인입니다.

아줌마 : 강원래 씨는 장애인 아니에요.

視善 / 참, 이상합니다. 장애인이라고 해도 기분 나쁘고, 장애인이 아니라고 해도 기분이 나쁩니다. 이 현상은 도대체 뭘까요? 그리고 이것은 누구 책임일까요?

극장 엘리베이터

올라가야 하지만 엘리베이터 버튼 내려가는 방향으로 누른다. 지하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설때 휠체어 두 대가 있자 다른 사람들이 못 탄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투덜거린다.

“아니 몸도 못쓰면서 뭐하러 밖에 나와서 바쁜 사람들 피해를 주구 그래. 컴퓨터로 다운받아 보면 되지 않나?”

그때 고집 센 아줌마가 아이를 데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아줌마 : 죄송합니다. 아이와 함께 타니깐, 좀만 비켜 주세요.

남자아이 : 와, 장애인이다.? 엄마 : 조용히 해.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고개를 돌려) 죄송합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남자아이 : 휠체어 탄 사람은 장애인이라고 선생님이 그랬단 말야.

엄마 : 누가 널 더러 병신! 병신! 하면 기분 좋아? 아이고 죄송합니다.

視善 / 아이 엄마의 친절이 되레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런 잘못된 친절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왔다. 상영관에서 한꺼번에 몰려나온 사람들로 엘리베이터 앞이 북적거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일반인들이 밀치고 먼저 탄다. 두 번 반복되는데(외국인이 광경을 유심히 관찰 중)

외국인 : 래려주세요. 대한민쿡은 통팡예의지쿡 와니닙카? ?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은 외국 여자를 쳐다보지만 내리는 사람은 없다.? 외국인 : 이러씨면 앙대요우 먼저우 타쒜요. 몇 층 캅니캬?

어색하게 표정을 지으며 한두 명씩 내린다. 어색해하는 한국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역시 어색한 얼굴로 강원래와 친구가 엘리베이터에 탄다.

강원래 : 야, 미국은 꼬마애가 어른한테는 반말하는 나란데 장애인한테는 되게 예의 바르지 않냐?

視善 /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 사람은 지금 이 상황이 장애, 비장애를 떠나 익숙치 않다.

아마 쑥스러워서 그런 건 아닐까? 장애인에 익숙해져야 선진 시민이 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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