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열광시켰던 SBS특별기획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 ⓒSBS홈페이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막을 내렸다. 숱한 화제를 남겼고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 <시크릿 가든>을 사회복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재벌2세 남자가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여자와 운명적인 사랑을 해서 신데렐라가 되는 스토리는 정해진 코스였다. <시크릿 가든> 역시 사랑의 장애 요소로 신분의 차이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했다. 바로 사회지도층과 사회 소외계층이다.

이 단어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이상의 큰 격차를 느끼게 했다. 재벌이라고 하면 돈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면 재력은 물론이고 권력과 명예까지 움켜쥔 정말 거대한 힘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소외계층을 더욱 약하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사회지도층의 선행이지’ ‘사회지도층의 도덕이랄까’ ‘사회지도층의 정부 시책 실천으로’ 하면서 사회지도층만이 갖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외계층은 사회지도층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은근히 압력을 행사했다. 물론 작가가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소외계층 입장에서는 상처가 되는 대사이다.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여자 주인공 길라임은 사회지도층에 당당한 하지만 사회지도층의 표상인 김주원의 인어공주론이 맞다고 동의해 소외계층의 한계를 인정했다.

<시크릿 가든>의 결말을 놓고 논란이 많았던 것은 소외계층이 인어공주가 되느냐 백설공주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양극화 현상 등 시대적 갈등을 더 조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소외계층인 길라임이 사회지도층인 김주원에게 화가 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바로 “5번 척추 6번 만들어줄까”이다. 5번 척추가 6번이 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은 하반신마비이다. “5번 척추 6번 만들어줄까”는 “너 장애인 만들어줄까”이다.

정말 무시무시한 협박인데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한다. 예전에 아이들이 부모 말을 안들으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놓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이제 그 말 대신에 사람들은 “5번 척추 6번 만들어줄까”를 쓰게 될 것 같다. 이 역시 장애를 우회적으로 비하하는 교묘한 대사이다.

<시크릿 가든>의 성공 비결은 영혼이 체인지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건 안하건 김주원이 길라임이라고 주장하고 길라임이 김주원이라고 주장하면 그것은 정신장애이다. 까도남의 열풍을 일으킨 김주원은 실제로 폐소공포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주치의는 정신과 의사이다.

이렇게 <시크릿 가든>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의 열쇠는 장애이다. 장애에서 차용해온 여러 가지 상황들이 <시크릿 가든>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복지 키워드를 찾으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직 사회지도층 남자와 소외계층 여자의 사랑이 엄마의 반대 속에서 불안전하게 이루어졌다고 절반의 행복으로 위안을 삼거나 사회지도층 남자와 소외계층 여자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여 주인공 중 한사람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허망함을 남겼다.

사회지도층 남자와 소외계층 여자의 사랑이 완전한 행복으로 그려지는 드라마를 보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이 글은 사단법인 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이자 방송작가인 방귀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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