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문학예술연대(대표 최현숙)가 장애인 시인들이 자신의 육성으로 직접 낭독한 창작시를 CD에 담아 ‘살아있는 날의 詩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시집에는 한국시낭송가협회 이사 김태호씨를 비롯해 척수·청각·뇌병변·지체·시각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시인 7명이 직접 쓰고 낭독한 시 24편이 담겼다.

에이블뉴스는 이 CD에 담긴 시인들의 작품을 독자들이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차례차례 전한다. 네 번째는 지체장애1급 서주관 시인의 작품 <귀가>, <나만의 얘기>, <사랑이게 하소서>이다.

1. 귀가( 歸家 )

서주관(지체장애1급)

물기 머금은 어둠 마시며

좁은 골목길 걸어

집으로 가는 우리들은

작은 나방입니다

나비 되지 못한

우리 날개는

보잘것없이 초라하지만

따뜻한 불빛 하나만 있으면

나비보다 행복해 집니다

가진 것이 없는 슬픔보다는

가질 것이 많은 희망으로

마음 넉넉합니다

모두 똑같은 번데기에서 나왔는데

날개 좀 화려하다고

거만한 나비들 우리 비웃지만

그들은 모릅니다

따뜻한 불빛 하나만으로

외롭지 않고

돌아갈 집 하나만으로

우리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2. 나만의 얘기

서주관(지체장애1급)

방안에 누워

뒷동산 올라갔다.

손으로 잔솔가지 붙들면서

키 작은 떡갈나무 잎사귀 밟으며

산에 올라

산토끼도 만나고

산새들도 만나서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산꼭대기에서

“야호”

외쳐도 보고 내려왔는데

내 발에는 흙 하나 없다

방안에 누워

시냇가에 나갔다.

한 손에 주전자

다른 손에 그물을 들고

무릎까지 물이 차는

냇물에 들어가

붕어

피라미

주전자 가득 잡아 돌아왔는데

나의 옷은 하나도 젖지 않고

주전자 속 고기들은

어느새 푸른 하늘 깊은 물 속으로

달아나고 없다.

3. 사랑이게 하소서

서주관(지체장애1급)

나의 간절한 기도의 목적이

당신께서 주신 응답도

오로지 사랑이게 하소서

내 주위에 있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기보다는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게 하소서

길가에 작은 풀꽃 하나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게 하소서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아픔도

나를 오해하는 사람도

원망하기 보다는

사랑으로 끝까지 인내하게 하소서

외롭고 쓸쓸한 나의 삶 가운데서도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는

간직하게 하소서

사랑으로 십자가를 지신 당신처럼

나의 삶이 온전히 사랑이게 하소서

그래서 내가 없어지고

온전히 사랑만이 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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