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문학예술연대(대표 최현숙)가 장애인 시인들이 자신의 육성으로 직접 낭독한 창작시를 CD에 담아 ‘살아있는 날의 詩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시집에는 한국시낭송가협회 이사 김태호씨를 비롯해 척수·청각·뇌병변·지체·시각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시인 7명이 직접 쓰고 낭독한 시 24편이 담겼다.

에이블뉴스는 이 CD에 담긴 시인들의 작품을 독자들이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차례차례 전한다. 세 번째는 뇌병변장애 1급 고명숙 시인의 작품 <포대기>, <삐삐와 진아>, <비눗방울 놀이>이다.

1. 포대기

고명숙(뇌병변장애1급)

한 발 한 발 걸음마 아가

고까신 신고 방긋

포대기야 빠이빠이

잊어버리지

나도 울엄마도

빠 이 빠 이

꿈꾸듯 물끄러미

따라해 본다

열 살 되도록 앉기도

힘겨웠던 나

빨간 신호등에

멈춘 휠체어

파란 불에 바퀴는

앞으로 나아가도

바람결에 나풀대는

저 포대기 끈

사랑 손때

추억 보프라기

눈물자국 누더기

2. 삐삐와 진아

고명숙(뇌병변장애1급)

노란 개나리 핀 어느 봄 날

분홍 상자에 담긴 병아리 한 마리

오빠 손에 들려 우리 집에 왔어요

촉촉한 좁쌀 깨끗한 물을

소꿉놀이 밥그릇에 담아주었지요

삐약삐약 얌얌 배고픈 병아리

좁쌀 한 알 물고 물 한 모금 찍어 먹고

하늘 보는 삐삐

삐삐 엄마가 삐삐를

꼬옥 품어주진 못했지만

푸득푸득 날갯짓하며

손뼉 치는 쪽으로 따라와요

아장아장 날 따라와요.

푸른 잎 붉어진 어느 가을 날

라면상자에 담긴 강아지 한 마리

아버지 손에 들려 우리 집에 왔어요

묽게 끓인 죽, 깨끗한 물을

소꿉놀이 국그릇에 담아주었지요.

끙끙끙 얌얌 배고픈 강아지,

죽 한 입 핥아먹고 물 한 모금 물고

꼬리치는 진아

진아 엄마가 진아에게

오래 젖 물리진 못했지만

껑충껑충 삐삐 쫓아다니다

내가 부르면 단숨에 뛰어와요

후닥닥거리며 내게로 뛰어와요

3. 비눗방울 놀이

고명숙(뇌병변장애1급)

호르륵 호르륵 무지개 색

아슬아슬 피운 꽃송이

흐드러져 촉촉이 흩날린다

영혼보다 가벼운 투명 구슬 안에

색색의 빛을 가둬 놓은 나는

감각의 색채주의자

나체의 여인을 전방으로

투사시키는

황홀한 창조자

이제라도 즐거워 나는

고독과 함께 무도회를 여는

이 은밀한 유희를

차마 버릴 수 없다

늙어서 종이 자르기에 미쳐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마티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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