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지도를 해주시는 선생님. ⓒ양현주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금 뉴욕에 와있는 특파원 룸미입니다.’

한국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뉴욕에서 거주했던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정보를 수집했지만, 실제로 오니 정말 어마어마해서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뉴욕은 전세계에서 2천만이라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대도시로서, 매년 700만의 관광객들이 뉴욕을 여행하러 온다고 한다.

뉴욕에 도착한지 3일째인 오늘! 오늘은 뉴욕 식물원에서 있는 ‘드로잉 트리 인센티브 코스’(DRAWING TREE INTENSIVE COURSE) 수업을 듣기로 한 날이다. 뉴욕주 식물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식물원’은 그 크기만 100 ha로 1만 5,000종이 있으며 자연의 기복이 많은 지형을 이용하여 습성·건성의 식물이 재배되고 있다. 북아메리카의 자생종 외에 북반구 각지의 침엽수·석남·목련·아잘레아·장미·떡갈나무 등의 재식이 유명하다. 몇 채나 되는 온실에는 많은 소철류·다육식물이 재배되고 있고, 그 옆의 풀밭에는 많은 종류의 수련을 기르고 있다. 본관에는 소박물관과 400여 만 점을 소장하는 표본관이 있으며, 별관에는 식물생리 및 병리학의 연구실이 있어서 컬럼비아대학과 인접된 포덤대학이 제휴하여 학생의 교육에도 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더 뉴요커 호텔’(The NewYorker Hotel)은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하고 있지만, 뉴욕 식물원은 맨해튼 위쪽에 자리잡은 브롱스(Bronx)지역에 있기 때문에 6시부터 일어나서 이것저것 수업준비를 하고 8시쯤 집을 나섰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침 식사를 위해 잠깐 거리의 테라스에 멈춰 비를 피했다. 수업도 수업이지만, 배가 고픈 채로 먼 길을 떠날 수는 없는 일! 미국 스타일(기름진 음식들 투성이)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7일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한 메트로 카드를 구입해 지하철 플랫폼으로 간다. 뉴욕은 특이하게도 지하철이 시간대마다 정차하는 역이 다르다. 친절한 뉴욕 메트로 직원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이용할 ‘디 노선’(Line D)앞에 선다.

지하철 안에서 열심히 오늘 수업을 대비해 전공책을 탐독하는 중. 드디어 도착한 뉴욕 식물원 앞, 이번 뉴욕 일정 중 가장 학수고대하던 곳에 오자, 나래의 휠체어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직원들이 알려준대로 도서관까지 가보니,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그래서 다시 왓슨(Watson) 빌딩으로 이동. 역시 모든 강의 홀(lecture hall)을 가봤지만,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라고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식물원안에서 왔다갔다하며 헤매고 있자, 관계자분이 이미 야외수업을 나갔단다. (100h가 넘는데!) 그러나 다행히도 비가 와서 밖이 아닌 온실에서 그리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햅트 컨서버토리(Haupt Conservatory). 식물원내에서 가장 희귀한 식물 종만을 모아놓은 온실로 미국 전역에서도 그 명성이 드높다고 한다.

비를 맞으며 힘겹게 그곳까지 도착하자, 딕 라우(Dick Rauh) 선생님이 우리를 반겨준다. (아니, 아까 왓슨 빌딩에서 미주쳤던!!) 선생님은 우리를 보면서, 꼭 자기 학생들 인것 같았다고 느꼈다고 하자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는 정년을 하고 이곳에서 자원봉사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한 대학에 출강을 하기도 한단다. 우리는 급하게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상상하지 말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려내기. 그림을 그리다보면, 아무래도 사람이라 항상 어떤 부분에 있어 더 좋게 보이려고 상상해서 다듬게 된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은 아주 엄격했다.

“보이는 그대로 그림을 그릴 것.”

뭔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까지 우리는 너무 뭔가를 할 때 자로재고 머리로 계산하느라 바빠 사물 그 자체를 놓치고 산건 아닐까.

학생들 작품을 평해주시는 중. ⓒ양현주

한 시간 가량 흘렀을까. 드디어 점심시간, 가지고 간 점심을 식물원 내 카페테리아에 먹기로 했다.

수업도 재밌지만, 역시 밥 먹는게 가장 중요한 우리에게는, 비내리다 고생한 것도 다 잊어버린 것처럼 즐거웠다.

식사가 끝나고 다시 3시까지 그림을 그린다. 이번에는 다른 나무와 식물을 그린다. 3시가 되자 학생들(그래도 우리팀이 가장 어린 연령대를 자랑(?)했다)은 강의실로 돌아가 각자의 작품을 감상하고 평하기로 했다.

모두들 뛰어난 작품을 만든 것 같다. (우리도..) 특히 학생 중 한명은 거의 프로작가라고 알 정도로 정말 멋진 작품을 그려낸다.

학생들의 따뜻한 배려로 강의실 맨 앞에서 수업을 듣는 우리. 아무래도 우리가 작고(?) 어려 보여서(?) 모두들 많이 신경 써주는게 눈에 역려하다.

흥미로운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래의 표정이 사뭇 더 밝아 보이는 건 왜일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래는 다시 전공책을 펼쳐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정말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 중인 것 같다.

마지막 수업날인 내일! 어떤 일이 또 우리 좌충우돌 룸미팀에게 일어날지?

*이 글은 2009 장애청년드림팀 뉴욕팀의 팀원 양현주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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