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춤을 추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신체통합무용(physically integrated dance) 또는 장애포괄무용(inclusive dance)이라고 불리는 장애인의 춤은 무엇인지, 그 역사와 선진 사례를 소개하고, 한국의 현 주소와 향후 발전 전망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그 마지막으로 미국과 영국, 그리고 한국을 중심으로 신체통합무용의 미래에 대해 살펴봤다.

신체통합무용의 미래를 예측해보기 전에 장애인 무용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 무용은 ‘대상으로서 관점’과 ‘주체로서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 대상으로서 관점은 ‘특수무용’, ‘무용치료’ 개념을, 주체로서 관점은 ‘장애인 무용’, ‘커뮤니티댄스’ 개념을 포함한다. ‘신체통합무용’은 기존의 ‘장애인 무용’보다 포괄적인 의미이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보는 특수무용과 무용치료는 장애에 대한 전통적 접근법인 ‘의료적 모델(medical model)’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의 한계는 장애인이 무용을 단지 배우고 체험하는 것으로 제한한다는 점에 있다.

한편, ‘사회적 모델(social model)’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신체통합무용과 커뮤니티댄스 개념 등장과 연결된다. 즉, 장애인이 어떠한 치료나 처방의 대상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움직임에 대한 자기표현 욕구와 의지를 실행하는 것이다.

장애 패러다임이 사회적 모델로 전환되면서 신체통합무용과 커뮤니티 댄스의 개념이 등장했다. ⓒ "Disability Studies" in Sage Key Concepts: Key Concepts in Learning Disabilities.

향후 장애인 무용의 미래는 오늘날 장애 패러다임에 따라 신체통합무용과 커뮤니티댄스의 발전이라는 두 갈래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해볼 수 있다.

신체통합무용이 상대적으로 대중화된 미국의 사례와 커뮤니티댄스의 본고장인 영국의 사례를 제시하고 한국의 발전방향을 짚어보겠다.

※ 출처: 홍애령(2015). 장애인의 문화예술향유를 위한 장애인 무용의 개념 및 가치 재탐색. 문화정책논총, 29(1), 78-102.

■미국=미국 액시스 무용단(AXIS Dance Company)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주디스 스미스(Judith Smith)는 댄서스그룹(dancersgroup)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신체통합무용의 진전과 관련하여 공연장으로의 물리적 접근성, 수어통역지원 행사 빈도, 자막이나 음성 지원, 자폐장애인 맞춤 공연 빈도 등은 일부 향상되었으나 훈련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낮음을 지적했다.

성인과 청소년을 위한 기초 단계부터 지역사회나 대학수준에 이르기까지 신체통합무용을 훈련받을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신체통합무용 분야의 ‘기회의 확대’와 ‘네트워크 공고화’를 앞으로의 과제로 꼽았다. 장애인 무용수 뿐 아니라 장애인 예술가, (장애·비장애)통합 출연진과 함께 일하는 데 관심 있는 안무가의 훈련 기회 확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전역에 분절되어 활동하고 있는 신체통합무용단들이 면대면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더 많은 협동과 네트워킹, 공연 공유를 꾀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 출처: Judith Smith. (2016.12.01.). Activating National and Local Connections to Further Physically Integrated Dance. dancersgroup. Retrieved 2017-7-5 from, http://dancersgroup.org/2016/12/physically-integrated-dance/

영국 커뮤니티댄스재단의 프로그램 모습. ⓒ www.comminitydance.org.uk

■영국=영국은 1970년대부터 커뮤니티댄스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 영국 예술위원회가 무용의 발전을 위한 관객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영국의 커뮤니티댄스재단(Community Dance Foundation, CDF)은 1986년 결성되었다. 이는 일반인들에게 춤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의 대형 조직체로서, 그들을 지원하는 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테면 커뮤니티댄스 실행 프로그램을 개발·공개하여 실행가들이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 웰빙 및 건강, 노령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한 실적이 두드러진다.

영국 커뮤니티댄스의 핵심은 사회문제 해결이나 사회통합에 있다. 춤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게 하고, 공동체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커뮤니티댄스가 시민의식을 적극적으로 고취시키기 때문에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 출처:

1. 김채현. (2017.06.24.). [춤:in_웹진] [기획연재] 춤·시민·표현-·시민, 커뮤니티로 엮다: 커뮤니티댄스재단.

2. 도널드 후테라 (2011). [무용] 굳건한 기반 위에서 춤추기. 공연과리뷰, (75), 226-232.

■한국=장애인의 문화예술향유를 위한 장애인 무용의 개념 및 가치 재탐색(홍애령, 2015)에 따르면 연구자가 만난 장애인 무용수들은 주로 취미로 무용을 시작했다가 점차 전문적인 무용수의 길을 걷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용 전공자가 아닌 커뮤니티댄스의 참여자로 입문했다가 무용을 통한 신체적 만족감과 정서적 안정, 즐거움을 계기로 장애인 무용의 참여자로 전환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의 확대는 장애인 무용의 접근성을 늘릴 것이고, 이는 곧 장애인 무용수 육성의 기반이 될 것이다. 앞서 미국의 사례에서 액시스 무용단장인 주디스 스미스가 강조한 ‘기회의 확대’와도 맥이 통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댄스 개념을 중심으로 장애인과 관련된 접근은 2011년 들어 활성화되었고, 성공적인 사례가 된 무용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 은평재활원에서 남성 장애인 12명을 대상으로 주 1회 2시간 30차시 실행된 커뮤니티댄스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계기가 되어 2016년 ‘춤추는 은평재활원(홍댄스컴퍼니(안무가 홍혜전), 은평재활원이 모인 장애인전문무용단체)’이 창단되기도 했다.

2011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복지 차원으로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대다수 문화복지 차원에서 행해지는 단순한 체험이나 교육은 오랜 기간 꾸준한 효과를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장애인 무용을 위해 특화된 교육과정 및 교육 자료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지닌 전문 무용인을 양성하여 장애인 무용수와 함께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기회의 확대와 프로그램의 내실화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 차례에 걸쳐 ‘장애와 춤’을 주제로 신체통합무용 관련 영국, 미국, 호주, 한국의 사례와 커뮤니티댄스를 포함하여 장애인의 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신체통합무용은 일부 국가에서는 대중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아직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장애인의 춤이 다방면으로 내실화되어 장애인의 예술뿐 아니라 일반 문화예술 분야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5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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