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확대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장애인들이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항정신의약품을 강제로 먹여 6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의 며느리와 장애인을 성폭행한 목사 J씨 사건을 계기로 '반시설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앞 공원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DPI 등 9개 단체가 ‘시설반대와 자립생활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복지부의 시설확대정책은 인권유린에 더 큰 씨앗이 될 것”이라며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 단체들은 지난 2004년 9월 발표된 ‘희망한국 21’프로젝트 속에 포함돼 있는 장애인시설 확대 정책(2009년까지 250개 장애인시설 신설)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복지부의 정책방침이 '분리와 배제'인가?

한국DPI 김대성 사무처장은 “호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시설을 축소․ 폐쇄하고 있는 시점에서 280억을 들여 250개의 시설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복지부는 시설이 장애인 정책의 유일한 대안이라도 되는 듯 늘리기에 급급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시설로 몰아넣는 것이 복지부의 정책패러다임이냐?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랜드케어자립생활센터 서주관 대표는 “17년간의 시설생활을 통해 의타적이고 무료해지는 ‘시설병’을 얻었다. 돼지처럼 사육되고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시설은 교도소와 다름이 없다. 시설에서는 아직도 폭력과 성폭행, 수당 착취 등이 난무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서 대표는 “특성인의 도덕성에 의지해야하는 시설의 구조자체가 문제가 있다. 시설인권에 대한 실태파악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시설을 활성화하는 것은 또 다른 죽음을 낳는 결과를 야기한다. 시설정책이 인권침해를 부른 것”이라며 시설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설인권유린 문제 대안? '자립생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고관철 상임대표는 “시설의 비리와 인권유린은 시설이 존재하는 그 자체에 있으며, 이는 시설이 존재하는 한 절대 해소되지 않을 문제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1인당 수용비용은 1000만원으로 시설이 확충되면 대다수 장애인들의 복지는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대표는 “시설인권 유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시설을 폐쇄하는 것이고, 자립생활이 보장된다면 시설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이것이 곧 장애인의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시설 예산축소방안 검토 의사 밝혀

이날 집회를 주최한 장애인단체 대표단은 결의대회를 마친 후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장애인정책관 노길상 국장, 김동호 재활지원팀장, 김강립 장애인정책팀장이 참여한 가운데 2시간가량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대표단측은 ▲‘희망한국21’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 할 것 ▲모든 장애인수용시설의 인권실태를 조사 할 것 ▲미신고시설을 폐쇄할 것 ▲‘탈시설화 정책’을 수립하고 ‘자립생활지원법’을 제정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김대성 한국DPI 사무처장은 “우리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보건복지부 측에서는 대표단 측의 입장을 충분히 검토하고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고 밝혔으며 논의 된 사안에 대해 복지부측에서 대안을 만들어 조만간 재면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표단측은 복지부로부터 ‘올해 예산은 이미 각 지자체에 내려졌다. 허나 내년부터는 점차적으로 예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또한 시설실태를 전면 재검토하려면 별도의 기구가 있어야 하므로 현재로는 어려운 실정이다. 시설협회 측을 통해 시설현황을 점검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자립생활 보장과 관련해서는‘자립생활보장에 대해서는 자립생활센터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인지, 자립생활지원을 위한 예산편성이 가능한지 등을 알아 본 후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집회를 주최한 내일을여는멋진여성, 저신장애인모짐,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한국사회복귀시설협회, 한국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반시설기획단,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한국DPI 등은 반시설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한 연대기구를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수용시설에서 죽고 싶지 않다, 자립생활 보장하라'라는 플래카드 너머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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