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전역에 걸쳐서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이 큰 과제로 부상되고 있는 듯싶다.

정부가 이미 유엔 장애인 인권 선언을 받아드리고 국회에서 인준까지 했으니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이 격리되고 소외되고 인간으로써의 기본권이 존중되지 않는 대형 시설로 부터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논리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탈시설 움직임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금 추구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탈시설 정책은 성공의 가망성이 희박하며, 결국 시설에서 나온 발달장애인들이 다시 시설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 후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은 다시 거론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예견은 현 상황을 볼 때 명백해 진다.

2015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대략 20만명 정도다. 15만명 가량이 18세 이상 성인 발달장애인이고 그중 2만 4000명 가량이 시설 거주인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성인 발달장애인은 대략 12만6천명인데, 그 대부분이 부모,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2013년 한국장애인 개발원에서 발표한 성인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 연구에 의하면 성인으로의 전환 계획에 주거지원체제가 별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자립생활 지원 방식이 주로 신체 장애인을 기준으로 되어 있어서 발달장애인에게 효과적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논하고 있다.

발달장애가 있는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 성인 자식을 보낼 곳은 시설이외에 별로 없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통계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08년으로부터 불과 7년 사이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의 숫자는 거의 100% (280에서 554로) 증가하고, 거주 장애인은 1만 8000명에서 2만 4000명으로 30% 이상이 증가 했다. 시설과 시설거주 장애인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미국과 서구에 반해서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시설 입소의 욕구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데, 막대한 재정을 들여가며 발달장애인을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오게끔 하려는 정부 정책의 기원이 무엇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지금 발달장애인을 위해서 우리 사회에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은 재가 성인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다.

가족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 질 때 장애자식을 시설에 입소시켜야만 하는 가정의 어려움이 경감 되고, 더불어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의 질이 향상 될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성인 발달장애 자식을 가진 부모가 연로해 감에 따라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생각해 보라. 오죽하면 부모가 불쌍한 자기 자식을 인간으로써의 기본권이 존중되지 않는 시설에서 평생을 살도록 하겠는가.

지역사회에 주거를 포함한 각종 지원이 갖추어 진다면 시설에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로 자연스럽게 나와서 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시설의 인구는 차츰 줄어 들 수밖에 없다. 복지선진국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대형시설을 점차로 폐쇄하게 되었고, 시설에 쓰이던 국가 재정이 지역사회로 재분배 되었고 그럼으로써 탈시설은 자연히 이루어지게 되었다.

시설로의 입소가 더 이상 필요 없도록 사회적 지원과 서비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발달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첫 번 과제일 것이다.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장애인 부모이자 국제발달장애우협회(IFDD) 대표인 전현일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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