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재영 교수.ⓒ에이블뉴스

“운동성과 정체성이 퇴조돼 마치 작은 회사 같다.”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동료상담과 동료지지는 행사처럼 진행된다,” “활동보조에 행정력을 모두 소진한다”, “전 장애유형을 통합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략도 부재하다”

이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보는 그들의 현 주소다.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윤재영 교수는 25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자립생활 패러다임 시대, 자립생활센터의 현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 같이 지적하며, 자립생활센터의 역량 강화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재 중증 신체장애인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 150여개 달하는 센터는 기존의 전문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의 대안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비롯, 동료상담, 동료옹호, 자립생활기술훈련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센터는 당사자로서 낮은 수준에서 서비스에 관여하고 있고, 정보를 나누고 자문하는 수준에서 장애인 당사자 개인이나 집단이 기존 장애인복지서비스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

이는 윤 교수가 최근 센터 관계자들과 유선 통화를 통해 정리한 ‘센터가 말하는 센터의 문제점 10가지’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문제점은 ▲운동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비전과 리더십의 부재 ▲유명무실한 동료지원 ▲무책임성 ▲과도한 활동보조사업 ▲유능한 활동가 양성 어려움 ▲불안한 센터의 수익 구조 ▲지역사회로부터의 고립 ▲신체장애 중심 ▲유사 복지관 등이다.

윤 교수는 “자립생활센터는 기존의 서비스를 바꾸게 했다. 시설에서도 인권에 관련된 부분이 늘어났으며, 복지관에서도 자립옹호팀이 생겨났다. 이는 자립생활센터의 영향력이지만 지금은 주춤한 상태”라며 “기존의 서비스 전달체계를 통제하려는 노력보다는 기존의 서비스 전달체계에 동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센터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으며,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 업무에 잠식돼 운동의 방향성을 잠시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센터의 방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윤 교수는 호주, 영국 등 선진국 사례를 통해 운동의 방향성을 제언했다.

먼저 영국의 경우, 자립생활운동 세력은 사회적 돌봄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사회서비스를 장애인 당사자가 통제할 수 있도록 개인별 총예산제를 도입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기존의 서비스를 통제하지 위해 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해 기존의 장애인복지서비스를 포함한 사회서비스의 통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윤 교수는 “선진국 사례를 통해 직접지불제도의 시범사업과 권익옹호 활동을 위한 기술지원팀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권익옹호 활동에 있어서는 센터를 중심으로 국내의 사례를 수집해 분석하는 일과 이를 근거로 매뉴얼이 제작되고 센터 실무자를 중심으로 권익옹호 실천가가 양성돼야 한다”며 “이는 운동의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삼호 정책위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활동보조위원장,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구근호 소장.ⓒ에이블뉴스

이에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삼호 정책위원은 “운동성을 잃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이다. 자립생활운동의 지속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소수적인 것의 가치를 적극 옹호해야 한다”면서 “제가 보기엔 은밀한 건 아니지만 장애인사회 내부에서도 위계가 생기고 있다. 운동 초반에는 경중을 가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통제권을 행사하다보니 위계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정책위원은 “장애인 사회의 무권력층이 있다. 최중증장애인, 지적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이다. 특히 센터는 지적, 자폐성 장애인의 자기결정과 자기주장을 적극 옹호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장애인에게는 신체적장애인들의 물리적 속도를 고려하라고 요구하면서 자신은 지적, 자폐성 장애인들의 정신적 속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윤 정책위원은 희생자모형에서 벗어나기, 장애 뿐 아니라 손상 문제도 운동의 주요관심사 되기 등을 함께 제언했다.

새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구근호 소장은 센터 스스로가 본연의 역할을 찾기 위해 문제점 고민만이 아닌 제대로 된 결단과 의지가 중요함을 꼬집었다.

구 소장은 “지금 센터는 복지관처럼 서비스 기관 중에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당사자다 하기엔 지금 하는 일이 그렇지 못하다. 현 활동보조서비스는 활동보조인이 왕이다. 그분들에 의해 센터가 눈치를 보고, 좌지우지 하는 현실”이라며 “이런 구조적인 모순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점들은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소장은 “이는 센터가 어떤 의지를 가질지의 문제다. 과연 활동보조서비스를 포기할 수 있는 센터가 몇이나 되겠느냐. 센터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과도한 요구지만 생각이나 의지는 있냐는 말”이라며 “지금 당장 서비스를 치우자는게 아니라 노력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말로만 문제 있다 하지 말고 고칠 의지가 중요하다. 센터는 지역장애인 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박홍구 활동보조위원장은 센터가 직면해 있는 문제점들이 센터 내부안의 문제가 아님을 주장했다. ‘전쟁터에 나갈 때 총알부터 확보해야 한다.’ 즉 바로 센터가 탄탄히 육성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자립생활운동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어가며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반성에 앞서 성과부터 지어야 한다”며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사회에 나왔으며, 장애인활동지원법, 장애인연금, 장애인차별금지법들이 만들어졌다. 그 마지막 성과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등장과 확대다. 센터가 없었다면 앞선 성과들이 이뤄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센터들의 10가지 고민에 공감하지만 이는 센터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울하지만 아직 센터가 탄탄하지 못한게 문제점이다. 센터를 평가하고 인증한다고 하는데, 이는 물론 맞는말이지만, 문제는 제대로 되고 나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센터에서 일하면서 급여, 복리후생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까 문제가 생기는거다. 그 것에 대한 문제의 해결을 머리 굴리다보니 10가지 문제점이 생기게 된 것”이라며 “아직은 자립생활제도나 활동보조, 장애인연금 등을 탄탄히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환경이 해결된다면 앞선 10가지 고민들이 자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자립생활 패러다임 시대, 자립생활센터의 현안과 과제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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