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반시설과 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9명의 장애인이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23일간 부산을 시작으로 창원, 울산, 대구, 대전, 인천 등을 거쳐 오는 9월 4일 서울에 입성하게 된다. 전국을 돌며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과 인권침해·유린 등의 현실과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토대장정을 공동주관한 한국장애인연맹(DPI)의 자료협조를 받아 긴 여정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13일 부산시청에서 가진 출정식 모습. 이날 부산 지역의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국DPI

8월 13일, 작성자: 이권희 (서울장애인인권포럼 대표) 대원

어제 저녁은 국토대장정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 인천 등지에서 이 곳 부산에 모이느라 먼 거리를 달려오느라 피곤할 만도 한데 23일이라는 긴 행군일정이 주는 중압감과 울산에서 진행될 거점투쟁, 혹시 모를 사건사고 등에 대한 불안함 때문인지 새벽녘까지 쉽게 잠을 들지 못했다. 오늘 일어나 보니 천둥번개에 시커먼 먹구름 등 첫 출정을 앞두고 모든 대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오전 8시 30분 부산시청 광장에 집결했다. 부산DPI를 비롯한 지역장애인단체 활동가들도 6~70명 참가한 가운데 부산 출정식을 가졌다. 빗줄기를 맞으며 본대원과 구간대원은 사직운동장까지 이동했다.

대원들은 조금이라도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약속이나 한 듯 서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건네며 어색함을 달랬다. 특히 모두들 내가 타고 온 핸드싸이클에 모두 관심을 가졌다. 국산인지, 수입품인지부터 시작해 가격, 중고 여부 등까지 직접 타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 종합운동장역까지 이동해 대저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했다. 부득이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부산에서 경사와 차량정체가 제일 심하다는 만덕터널 통과를 우회하기 위함이였는데, 사실 대원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 고려되었다는 후문을 듣기도 했다. 아쉽게도 구간대원으로 참여했던 부산 지역 대원들은 본대원과 작별했다.

오후 5시 30분경에 김해시청에 도착하자 김증섭 회장(한국DPI 김해지회), 문병민 과장(김해시청 장애인복지과), 박선옥 주사(김해시청 장애인복지과) 등 시청 관계자들과 지역 장애인단체장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김해시의 장애인시설현황 등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과 우리 국토대장정의 목적인 반시설의 기치를 크게 외치는 등의 구호선창 등을 했다.

참고로 대원들의 활동보조인들이 구간구간 이동할 때마다 지역주민들과 상가에 홍보물을 배포하며 하나하나 설명하는 꼼꼼함도 감동적이었다.

왜냐하면 비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30여킬로미터를 궂은 날씨에 하루 만에 걷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짐 옮기는 것부터 대원 뒷바라지에, 홍보물 배포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시설에 대한 의지는 단순히 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니라 시민들도 다름없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김해시청을 뒤로한 채 우리는 첫날의 마지막 종착점인 숙소를 향해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숙소는 인제대학교 바로 맞은편에 있는 김해시장애인복지관. 비록 2층 로비와 3층 식당바닥에 얇은 스티로폼을 깔고 자는 불편한 잠자리지만 선뜻 이 많은 장애인에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배려해준 관장님 이하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오후 9시 평가회의를 통해 오늘 하루를 평가하고, 아쉬운 점과 개선할 사항을 점검하하고, 내일의 일정을 공유했다. 샤워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나 여자 샤워장의 문이 잠겨있어 부득이하게 11시까지 여자대원, 11시 이후는 남자대원이 번갈아 사용하기로 했다.

행군일지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 여성대원은 샤워순서를 기다리고, 남자대원은 잠자리를 준비하며 삼삼오오 모여 내일의 행군에 대한 기대와 서로의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 간간히 보인다.

모기와의 한판 승부가 예상되는 밤이다. 비가 온 탓인지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도 꽤 높은 편이다. 샤워도 못해 온몸은 상상외로 가렵다. 그나마 에어컨만이 이 열기를 식혀주고 있는데 내일 한명의 대원도 감기에 힘들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부산에는 비가 왔다. 휠체어 비옷을 입고 달려가는 국토대장정 대원들. ⓒ한국DPI

부산 종합운동장역에서 대저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원들이 역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DPI

이권희 대원이 핸드싸이클을 타고 달리는 모습. ⓒ한국D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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