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4개 장애단체가 중앙일보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단체들이 중앙일보의 저상버스 관련 보도에 대해 '왜곡보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이동권연대 등 4개 장애인단체는 12일 서울시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중앙일보 건물 앞에서 ‘저상버스 도입 관련 왜곡보도 중앙일보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과 전혀 다른 현실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기사는 중앙일보가 지난 6일 보도한 '장애인에게 불편하네요…장애인 위한 저상버스"라는 제목의 르포기사다.

이 기사에는 9년 만에 버스 타기에 도전한 척수장애인의 어려움을 전하며, 국토해양부가 밝히고 있는 2016년까지 시내버스의 41.5%를 저상버스로 교체한다는 계획에 대해 '저상버스 보다는 더 효율적인 장애인콜택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단 기사전문 참조>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저상버스 도입 문제를 장애인단체와 정부 간의 논란으로 비유해 보도 ▲취재원이었던 김데니 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의 입장 왜곡 ▲저상버스보다 장애인콜택시가 더 저렴하기 때문에 장애인콜택시 도입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중앙일보가 저상버스 교체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교통약자 이동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취재원으로 택한 김데니 씨는 두 달 전 장총을 그만뒀음에도 불구하고 장총 정책위원으로 소개하며, 마치 대표적인 장애인단체의 입장인 것처럼 교묘하게 속여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대표는 “기사에서 김 씨가 '대다수의 장애인은 버스 대신 지하철이나 콜택시를 이용 한다'는 말은 대다수의 장애인이 버스 대신 다른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이유는 탈 수 있는 버스가 오지 않는 다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마치 버스를 충분히 탈 수 있음에도 지하철이나 콜택시를 이용한다는 식으로 김 씨의 입장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대표는 “기사에서 강승필 교수(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가 ‘저상버스보다 저렴하고 이용하기 편한 콜택시를 장애인에게 보급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얘기한 것은 대중교통의 사회적 의미와 교통약자 이동권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면서 “이러한 말은 효율적인 논리를 설명하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일상적인 만남을 차단하고, 장애인 이동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말은 장애인 콜택시가 탑승이나 이동편의 면에서 저상버스 이용 보다 편한 점이 있지만, 장애인 수요에 비해 이용자가 많아 원하는 시간에 이용하기 어렵고 콜택시가 올 때까지 대기시간이 길어 장애인 이용자의 불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현실에 배치된다는 것.

장애인차별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처장도 “장애인에게는 저상버스를 타고 싶을 때,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싶을 때 등 우리가 원할 때 이동하는 수단의 선택, 결정권이 없다”면서 “장애인의 요구와 권리인 이동의 선택, 결정권이 존중 받길 바라고 계속 이동의 자유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무처장은 또한 “10여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투쟁해 오면서 저상버스나 장애인콜택시가 다니는 것을 보면 뿌듯함도 많이 느껴왔지만 중앙일보의 기사는 지금까지의 장애인 이동권 역사를 역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저상버스 보급보단 콜택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중앙일보의 무책임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후 박 대표는 중앙일보 사회1부 강갑생 차장에게 정정보도, 공식사과, 기사 재보도 요청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중앙일보 사회1부 강갑생 차장에게 왜곡 보도한 중앙일보에 대한 정정보도 및 공식사과, 기사 재보도 요청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전달하고 기자회견이 열린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중앙일보 6월 6일자 기사 전문

‘장애인에게 불편하네요 … 장애인 위한 저상버스’

[르포] 9년 만에 버스 타기 도전한 척수장애인 이승일씨

정부가 4년간 4500억원을 들여 저상(低床)버스 1만여 대를 더 보급하기로 한 ‘교통약자증진법 개정령’을 공포한 1일. 척수장애인협회 이승일(41) 과장과 서울 여의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정부 발표대로 저상버스가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휠체어를 타는 이씨는 “2003년 병으로 다리가 마비된 뒤 처음으로 버스를 탄다”고 말했다. 평소엔 장애인용으로 개조한 차로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10여 분 뒤 버스가 왔다. 하지만 이씨는 혼자 힘으로 버스를 탈 수 없었다.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 나 반밖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 올렸다.

점심시간이라 승객은 많지 않았다. 이씨는 휠체어 세울 곳부터 찾았다. 차내에 설치된 휠체어 고정장치는 단 2개. 그나마 위에 놓인 보조의자가 잘 접히지 않았다. 버스기사는 “장애인이 타 의자를 접는 경우는 한 달에 두세 번뿐”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간신히 의자를 접고 휠체어를 고정시키자 버스가 출발했다. 이씨는 행여 휠체어가 밀리지 않을까 힘껏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주위 승객들은 그런 모습이 신기한 듯 계속 힐끔거렸다.

20여 분 뒤 버스가 마포에 도착했다. 땀투성이가 돼 버스에서 내린 이씨는 “내내 힘들고 불편했다. 사람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도저히 못 타겠더라”고 말했다.

정부가 장애인들이 잘 이용하지도 않는 저상버스 확대를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16년까지 시내버스의 41.5%를 저상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들이 어떤 교통수단을 선호하는지 현황 파악조차 안 돼 있다. 손명선 국토부 교통안전복지과장은 “당장은 이용률이 낮다고 해도 저상버스가 늘어 배차간격이 줄면 이용률은 자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애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김데니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은 “저상버스라 해도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릴 때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며 “대다수 장애인은 버스 대신 지하철이나 콜택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불편한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 저상버스는 차체가 길고(12m), 바닥 대부분이 낮은 형태다. 반면 국내 저상버스는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고(11m), 절반만 저상 형태다. 뒤쪽 절반은 엔진룸이 불쑥 솟아 있고 그 위에 좌석이 얹혀 있다.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도 이용하기 불편하다. 모창환 교통연구원 박사는 “무작정 저상버스를 늘리기보다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편한 버스를 개발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저상버스는 대당 가격이 2억원이나 한다. 일반 버스보다 1억원이나 비싸다. 차액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버스회사에 보조하고 있다. 2016년까지 국토부 예산만 4565억원이 든다. 서울대 강승필(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저상버스보다 저렴하고 이용하기에도 편한 장애인 콜택시를 보급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