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애인 차량 주차증. 장애인 운전시 필수적인 것으로 특히 동전을 넣는 주차 공간에서 중증 장애인이 기계에 접근을 못할 경우 이 플래카드가 있으면 벌금이 면제 된다.

미국은 ‘아내없이는 살아도 차없이는 살지 못하는 나라’라는 말이 있다. 물론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로스앤젤레스나 워싱턴 디시 등의 상가 근처에는 해당 사항이 없을 수도 있는는 말이나,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지역은 차가 없으면 살아가기 어렵다.

한국과는 달리 걸어서 갈 수 있는 상가도 없고, 관공서나 문화 시설을 이용하려 해도 모두 원거리에 있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실생활에 엄청난 지장을 받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대중 교통 수단이 발달되어 있지도 않아 자가용을 대체하기가 여의치가 않다. 대부분의 대중 교통은 가는 곳이 한정되어있고 배차 간격도 낮에는 한 시간에 한 대가 올까 말까 할 정도로 뜸해서 한번 외출하면 하루가 다 가버릴 정도다.

그런 불편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차를 이용한다. 장애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시설에 거주하거나 간병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닌 다음에는 살아가기 위해 차를 몰아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장애인이 운전면허를 받으려면 두 가지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의사 혹은 장애 운전 전문인이 운전 가능이라는 진단을 내려 줘야한다. 미국은 차 없으면 못사는 나라니까 웬만한 장애는 운전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려 준다.

일단 운전이 가능하다고 진단이 내리면 중증과 경증으로 나누어 진다. 경증은 지역 운전학원에서 간단히 운전을 배워 면허를 딸 수 있지만 중증 판결이 내려지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 중증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텍사스에 사는 크리스 라는 사람 딱 한명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 예약하려면 적어도 1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나는 꼭 1년 반을 기다렸다.

크리스가 가지고 온 차는 최첨단 기기가 장착된 자동차였다. 운전은 조이스틱으로 가능했고 불을 켜는 것이나 와이퍼 움직이는 것들은 음성으로 가능했다. 많은 부분들이 약간의 힘만 가해도 작동이 가능할 만큼 민감했다. 그런 차로 운전을 시도했지만, 기계가 내게 잘 안맞는다고 다시 택사스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중증 장애인 운전 교습 비용은 대부분 정부에서 부담한다. 한 사람 가르치는 데 크리스는 보통 1만5000달러(약 1500만원) 정도 받는다. 물론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직접 그가 하는 일을 보면 결코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장애 마다 달라서 그 특징에 맞게 세심하게 준비해야 하는 거라든지 상당히 많은 시간을 가족을 떠나 객지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결코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는다.

일단 중증 장애인은 운전 면허를 받더라도 제한적인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가 심할 경우에는 당분간 고속도로를 타지 못하고 속도가 낮은 동네에서만 운전하도록 DMV(자동차 관리국)에서 제한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될 때 풀어주는 경우가 많다.

중증 장애인이 좀 더 쉽게 운전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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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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