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PE 소개 영상을 시청했다. ⓒ남혁진

선천적, 후천적 장애인이 증가하고, 조금씩 개선되는 복지제도와 특수교육제도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도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비장애인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리는 장애인들의 모습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직장 내 장애인 차별로 인해 직장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장애인이 대다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장애인 차별문제가 '업무능률저하', '직장 부적응'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며, 이러한 문제를 보통 장애인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렇듯 앞으로도 점차 중요하게 떠오를 장애인 고용과 직장 내 장애인 차별 문제, 장애인의 직장 적응 문제까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를 훌륭히 해결하고 있는 브라질의 모범사례가 있다. 바로 브라질 최대 규모의 복지 기관인 'AVAPE'다.

이에 한국장애인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일환으로 남미 가린샤 팀이 브라질에 방문하여 AVAPE와의 연수를 진행했다.

#AVAPE의 장애인 직업교육, 직업적응 체계

차에서 내리자 많은 사람들의 환영이 이어진다. 환한 미소를 띄우며 서로를 안아주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장애인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 그들의 미소 만큼새 하얀 티셔츠 위에는 'AVAPE'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로고가 박혀있었다.

심지섭(21세/대학생/지체2급)씨는 "사람들 표정이 이렇게 밝은 것은 처음 본다. 아무런 고민이 없고 자신의 인생에 만족한 듯한 표정이 보기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처음만난 AVAPE의 직원들 역시 굉장히 밝고 활발한 이미지가 인상 깊었다. 포르투갈어를 잘 모르는 팀원들을 위해 손수 영어로 적극적인 환영인사와 질문을 하며 분위기를 풀어갔다. AVAPE를 소개하는 영상과 AVAPE의 연혁을 듣고 난 후, 브라질의 장애인 복지와 자활, 직업 고용문제, 문화향유권 문제에 대처하는 AVAPE의 역할을 들어볼 수 있었다.

Sylvia helena moraes cury(40대/AVAPE대표)씨는 "AVAPE는 장애인의 인생 전반을 함께하는 파트너다. 그들의 건강과 재활, 직업훈련, 직업 적응 훈련, 결혼까지 모든 부분에서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펼친다"며 "29년 동안 이어진 AVAPE의 활동은 산하 1200여개의 그룹들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그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즐거운 인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실제로 AVAPE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장애인이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AVAPE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장애인 재활 치료'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숙제이기도 한 '장애인 직업 훈련과 직장 적응'이다. 예를 들어, 특별한 재능이나 업무에 대한 욕구가 없는 장애인이 있다면 AVAPE의 전문 닥터가 판정을 내려 업무를 정한다.

그 후 해당 업무 분과의 프로들이 장애인에게 직업교육을 시켜주며, 충분한 교육 후 적당한 일자리를 연결시켜 준다. 또 놀라운 점은 '장애인이 직장의 업무와 분위기에 적을 할 수 있도록' 보조자가 장애인을 돕도록 체제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Sylvia 대표는 "닥터들이 장애인의 업무직종을 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당연히 그의 '적성과 흥미'다. 그 뒤에는 객관적 검사를 통해 그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직업교육을 통해 그의 업무 '습득율'을 파악한다. 그 후 직업교육이 완료되면 직장에 파견을 하고 직장 업무 적응과 분위기 적응 등에 대해 보조자들이 장애인을 모니터링 하며 돕고, 심각한 부적응을 보일 경우 '피드백'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장애인 중 예술이나 체육, 문학 등 문화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싶거나, 직장을 갖기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AVAPE에서 자체 교육이 가능한 부분은 교육하고, 타 기관이나 교육장을 통해 교육을 시킨다.

Sylvia 대표는 "주앙 카를로스 마틴이라는 사례자가 있다. 그녀는 음악적 교육가 훈련을 거쳐, 빈민촌 장애인들을 위한 연주회와 함께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으며, 그녀와 같은 뜻을 가진 장애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마침 AVAPE 측에서 제공한 기관 신문에서도 미술 쪽에 재능을 모이는 장애인의 교육과 미술을 즐기도록 배려하는 AVAPE의 역할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어 AVAPE 직원들의 설명을 더욱 굳건히 뒷받침했다.

김성훈(23세/대학생/지체1급)씨는 "나와 같은 지체장애인들도 직장을 얻을 수 있는지, 맞다면 어떤 쪽이 맞는지 궁금하다며,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온라인으로 마련돼 있지만 크게 실효성이 없어 부러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에 연수에 참여한 AVAPE의 한 닥터는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가 성훈씨와 같은 지체장애인다. 성훈씨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으니 복지사나 AVAPE와 같은 기관에서 실무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문서 작성을 해야 할 일이 많을 수 있으니, 손이 떨리고 불편하더라도 타이핑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연습을 더 해야 할 것"이라며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고, 이렇게 먼 브라질까지와서 연수를 하는 것을 보니 너무 대견하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3시간 정도의 짧은 연수였지만 AVAPE에서 본 장애인의 직업훈련과 적응을 위한 탄탄한 체계는 한국사회가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사례였다.

# 장애인의 평생을 함께하는 AVAPE

AVAPE는 앞서 알아본 장애인의 직업 자활 외에도 장애인의 평생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 장애인의 재활 치료 ▲ 특수교육 ▲ 장애인의 건강관리 ▲ 공황장애&학습장애 케어 ▲ 장애인의 결혼 문제 ▲ 장애인의 응급상황 시 구급차 파송 ▲ 장애인 인권사업 ▲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캠페인 등 거의 '장애인을 위한 모든 부분'의 업무를 1200여 개의 산하기관과 연계하여 처리한다.

Sylvia 대표는 "AVAPE는 한국의 RI Korea와 덴마크, 미국 등 다양한 국가들과 연계를 통해 더 큰 장애인 복지를 꿈꾸고 있으며, 훈련된 장애인 인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등 국제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다"며 "그 외에도 장애인들의 결혼을 담당하거나, 응급 의료 상황시 구급차를 파견하고,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배리어프리 캠페인 역시 정부에 직접 건의를 하는 수준까지 확대되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AVAPE는 브라질 자동차 산업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폭스바겐과 같은 기업들의 후원과 AVAPE를 설립하고 유지해 온 스폰서들의 지원과 봉사로 운영되었으며, 현재는 대표를 비롯한 각 지부의 총 1200여명의 직원들을 책임지는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AVAPE는 한국의 '사회적기업'과 유사하게 '가치의 재생산', '인력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구조로, AVAPE를 통해 교육받은 인력이 장애인 사회의 리더가 되고, 우수 인력이 되어 AVAPE의 직원이 되거나, 산하 1200여개의 기관에서 활동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Sylvia 대표는 "현재 인턴과정에 있는 한 지체장애인 여성의 경우 AVAPE를 통해 직업교육과 재활훈련을 했고, 심리학을 전공한 뒤 AVAPE의 정식 직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장애인의 재활과 교육, 문화생활, 직업훈련, 사회적응, 거기에 실제로 직장이 되어주고, 건강과 결혼에 이르기까지 책임져주는 AVAPE는 본인들 스스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과 차별이 없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섭씨는 "한국에도 좋은 복지사 선생님들과 복지관들에서 많은 일들이 이뤄지지만 이렇게 체계적이고 장애인과 평생 함께 지내주는 기관은 많지 않다"며 "한국에도 장애인들이 결혼 문제까지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감상을 토로했다.

한국의 직장 내 장애인 차별과 이로 인한 부적응도 정부와 민간단체 그리고 장애인 복지 기관들의 보다 적극적인 '연계'와 '체계적인 제도 마련'으로 많은 개선을 이루길 기대해본다.

장애인 문화향유와 직업고용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남혁진

미술활동을 즐기고 교육받는 사례가 담긴 AVAPE 기관신문. ⓒ남혁진

AVAPE 사람들과의 단체사진. ⓒ남혁진

*이 글은 ‘2011장애청년드림팀’ 남미(기린샤)팀 남혁진 님이 보내왔습니다. 남혁진 님은 연세대학교를 휴학 중이며, 로스쿨 진학을 위해 다방면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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