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집 램블러 하우스. 계단이 없는 단층집이어서 휠체어 장애인이 거주하기에 편하다. ⓒ샘

필자가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 디시로 이사를 와서 제일 크게 겪은 어려움이 주택 문제였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한 결 같이 겪는 어려움은 비싼 월세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버틸 만은 했으나 최근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구매대신 렌트로 돌아서는 바람에 천정부지로 렌트비가 치솟았다. 방 세 개짜리 주택을 세들어 살려면 괜찮은 도시에서 보통 한화로 매달 200만원이 넘는 렌트비를 지불해야 한다.

언뜻보면 비싼 렌트비는 장애나 비장애나 똑 같이 겪는 어려움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역 주택 구조의 특성상 주택 구하는 데 있어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비장애인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구하기가 더 힘들고 더 비싼 렌트비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가옥의 구조 때문이다.

워싱턴 지역에서 장애인이 적당한 집을 찾는 다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가옥이 대부분이 계단이 많은 다세대 주택 타운 하우스이고, 단독 주택도 문이 작거나 여기저기 층계가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주택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장애인에게 맞는 집은 현대식이거나 더 넓어서 더 비싸다.

필자와 필자의 친구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사를 해야 하는 사정이 생겼다. 가족 수도 똑같고 생활도 비슷하다. 단지 다른 것은 지인 가정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고 우리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한명이 있다는 것.

지인은 어렵지 않게 그리 비싸지 않은 비용(미국의 입장으로 볼 때)으로 타운 하우스를 구해 들어갔다. 이 지역의 타운 하우스는 대부분 1층은 주차장, 2층은 응접실 그리고 삼층에 방들이 있는 구조여서 휠체어 장애인이 입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자는 휠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타운 하우스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서 비싼 단독 주택을 구해야 했다.

단독 주택들도 대부분 많은 계단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들어가자마자 거실로 올라가는 계단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거주가 불가능하다. 장애인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지어진 주택이 단층집인 램블러인데 그런 스타일의 주택을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아내가 몇 달을 다리가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다 겨우 한 채를 찾아 입주해 한숨을 돌렸다. 렌트비는 물론 지인의 렌트비 보다 수백 달러 더 비싸다. 보이지 않는 장애 차별이다.

미국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장애인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미국 장애인 주거 프로그램과 미국 정부의 시책, 또한 미래의 전망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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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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