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배정학 위원장. ⓒ에이블뉴스

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된 지 6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6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애초 의도한 바대로 활동보조서비스는 복지의 시장화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는 안정적인 정착을 하고 있다. 이용인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높게 나오고 부족한 서비스 시간도 늘어났다.

그러나 처음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비영리기관이 제공기관은 갈수록 영리기관화 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의 신장은 답보 상태이고, 서비스 현장에서 이용인에게 당하는 인권침해는 줄지 않고 있다.

전국 활동보조인노동조합 전 활동보조인권리 찾기 모임에서 활동보조인의 바우처 방식을 통한 낮은 임금체계에 대한 불만 이상으로 서비스 현장에서 활동보조 일을 하면서 이용인에게 당하는 인권침해와 부당한 노동행위 강요로 발생하는 갈등이 심각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년 전에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체인 장애인단체에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의 갈등 해소를 위한 서비스 현장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들을 모아 사례집을 만들어 갈등해소 정책제안을 복지부에 하자고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기상조이고 여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때 만약 그렇게 갈등해소를 위한 사례집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활동보조서비스 현장에서의 갈등이 덜 해졌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최근 모 장애인 제공기관과 활동보조인 노조가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의 갈등해소를 위한 두 차례의 워크숍을 같이 했다. 두 차례의 갈등해소를 위한 워크숍을 하면서 근본적으로 갈등 자체를 완전 해소하기는 어려워도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문제가 무엇인지 많은 사례들을 얘기 하면서 갈등해소를 할 수 있는 여러 대안들이 나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 보면 활동보조서비스 노동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 하다는 것이다. 이용인의 가족이 해야 하는 일까지 활동보조인이 해야 하는 것은 고사하고 이용인의 서비스 욕구 자체가 참 다양하고 장애유형에 따라서 그 서비스 범위를 딱히 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첫째로는 활동보조인의 일자리가 그다지 안정적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용인과의 관계에서 사실상 ‘을’의 입장인 활동보조인의 처지로서는 이용인의 욕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육체적 심적 부담이 어떤 이용인을 만나냐에 따라 가중될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저임금 일자리다. 저임금 일자리인 상황에서 활동보조인은 힘든 이용인을 꺼리게 되고 적은 활보시간을 가진 이용인을 꺼리게 된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제공이 용이한 이용인을 만나기 원하고 많은 활보시간을 가진 이용인을 만나기를 원한다. 현재 월급제 방식이 아닌 활동보조인의 처지에서는 그들의 이런 경향이 결과적으로 개인의 문제이기 보단 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셋째로는 이용인의 자기 결정권이나 자기 선택권이 때론 왜곡되게 활동보조인에게 부당한 노동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인이 음주를 하고 도로를 휠체어로 질주 하려고 하는데 당연이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는 막으려 하는 것은 잘못이고 이용인이 원하는 것을 막는 것은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장애인 운동을 한다는 사람도 그렇게 얘기를 하는 판이다.

담배냄새를 싫어하는 활동보조인이 이용인이 흡연을 원해서 재떨이를 들고 있어야 하거나 이용인이 나무위에 은행을 따달라고 활동보조인에게 강요하는 것도 그런 사례인 것이다.

넷째로는 동성간의 활보가 깨진데 있다. 남성 활동보조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남성 이용인을 활동보조를 해야 하는 여성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는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반대로 이용인의 입장에서 활동보조인에게 가진 불만도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활동보조인이 이용인과 서비스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이용인이 받아들이기에 인권침해 발언이나 행동을 하거나, 이용인을 돈으로만 바라보는 활동보조인도 있다.

심지어는 활동보조인이 이용인을 폭행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용인이 가장 활동보조 서비스에서 느끼는 불만은 실은 현재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그대로 이용인에게 전이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주말에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하거나, 장애가 심한 이용인을 꺼리는 경우나, 활동보조인과 매칭이 안돼 서비스에 불만을 겪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복지부나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위탁 방식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25% 수수료를 받고도 매칭 외에는 이용인과 활동보조인과의 갈등해소와 각 장애유형별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활동보조서비스 제도는 이용인의 자립생활을 실현하고 기본적인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그 제도를 처음 투쟁을 통해 도입하자고 했던 장애인 활동가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시장적 복지방식을 선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이 갈등하는 구조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복지의 시장적 방식이 서비스를 받는 수많은 이용인에게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이 동정과 시혜적인 선상을 넘지 못하고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의 갈등이 확산된다는 것은 장애인 인권이나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서도 제대로 제도적으로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활동보조서비스가 역으로 장애인의 인식개선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장애인 단체에서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는 이용인들에게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인권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교육을 받을 필요성이 큼을 얘기해야 할 때라고 본다.

지금의 활동보조서비스가 모든 이용인이 한달에 720시간을 다 보장받는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비우처 방식에서 활동보조인의 안정적 일자리와 생활임금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계속적으로 이용인이 느끼는 서비스의 불만과 그 불만이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의 갈등구조를 오히려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만 한다.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은 좋든 싫든 계속 같이 가야 하는 관계이다. 가족관계에서도 갈등은 발생한다. 하물며 생판 남으로 살았던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의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이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갈등은 필연적으로 늘 발생한다.

다만 그 갈등이 구조적이냐 서로의 노력으로 해소될 수 있냐가 남을 뿐이다. 지금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이 서로에게 가진 불만이 쌓인 갈등은 서로의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제도의 문제임을 안다면 충분히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서 문제가 더 크게 발생하는 거지 문제를 드러내고 서로 노력한다면 문제는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각자가 그 문제를 감추기 보단 그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교육이든 사례집이든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것이 활동보조인과 이용인의 갈등해소를 위한 대안적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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