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한 정신지체아동이 실수를 하고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H대 학생으로부터 뺨을 맞은 사건이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강모(7세·정신지체3급)군은 어머니 김모(33)씨와 함께 산책을 하던 중 서모(28·H대 4학년)씨가 들고 가던 새장을 발견하고 다가가 새장을 만지다 땅에 떨어뜨렸다.

강군은 아무렇지 않게 어머니 김씨에게 돌아왔고 서씨는 강군이 실수를 하고도 사과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 아이를 쫓아가 아이의 뺨을 때린 것. 당시 김씨는 강군의 행동에 대해 서씨에게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 “장애를 가진지라 상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의 연락을 받고 달려 나온 남편 강모(33)씨는 서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다짐까지 하게 됐고, 김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남편 강씨와 대학생 서씨는 모두 형사 입건됐다. 현재까지도 강씨와 서씨는 화해하지 않은 상태.

김씨는 지난 10일 H대 총동문회 동문게시판에 이날 사건과 관련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그 후 장애아 부모들을 중심으로 서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씨는 글을 통해 “대학을 다니는 지성인으로서 어찌 아이가 잘못을 했다고 해서 때릴 수 있습니까”라며 “자폐를 가진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조금씩만 이해하시고 사랑으로 바라봐 주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김씨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학생이 진정으로 뉘우치고 사과하기를 바랐고, 또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린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H대 총동문회는 이 사건과 관련한 글들을 지난 13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삭제하고, 현재 게시판 기능을 정지시켜 놓아 사건의 파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H대 게시판과 포탈사이트 다음 아고라 등으로 해당 사건이 퍼져나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사건과 관련된 항의글을 두차례 삭제하고, 현재 게시판 기능을 정지시켜놓은 H대 총동문회 게시판. <에이블뉴스>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자 당사자인 서씨는 지난 16일 H대 열린마당 게시판을 통해 “아이 뺨을 때린 것은 잘못이라고 반성하고 있지만 허위와 거짓으로 자신들이 약자라는 상황만을 악용하여 이렇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무척 화가 나는 상황”이라며 “아이가 장애아라는 점을 악용하고 저에게 악질적인 인간이라는 식으로 덮어씌우고 크게 돈을 뜯어내려는 것 같은 인상”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서씨의 사과도 중요하지만 장애아에 대한 많은 사람의 인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풀어갔으면 한다”며 “평소 회원으로 활동하던 인천사회통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씨에 따르면 그날 이후 강군은 큰 소리가 나면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거나, 짜증을 내는 등 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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