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인권정책연구회와 어린이화상환자후원회 비전호프 주최로 열린 어린이 화상환자의 건강보험적용 확대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 <에이블뉴스>

화상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화상 사고는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누구나 경험을 하지만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것이 바로 화상의 상흔이다. 중증의 화상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의 신체적, 심리적 손상을 가져온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에게는 그 손상의 정도가 더욱 크다. 지난 7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국회 인권정책연구회와 어린이화상환자후원회 비전호프 주최로 어린이 화상환자의 건강보험적용 확대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어린이 화상환자 매년 약 13만 명 발생

“중증의 화상은 성장기의 어린이에게 매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된다. 쉽게 설명하면 뼈는 자라는데 화상으로 인해 손상된 피부는 잘 늘어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린이 화상환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성장기를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어린이화상환자후원회 비전호프의 대표 안현주씨는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화상으로 인한 외모 변화는 심리적 위축과 정서 불안을 야기하며 결국 자기정체성에도 혼란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3년간 연도별 화상환자 발생 현황(2003~2005년)에 따르면 2005년 전체 화상환자는 40만1천787명이며, 이중 0~1세가 3만7천69명, 2~5세가 5만2천552명, 6~13세가 3만7천460명으로 0~13세의 화상환자가 12만7천81명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그나마 최근 들어 줄어든 수치다. 2003년의 경우 전체 화상환자 35만8천917명 중에서 어린이 환자는 12만7천282명으로 35.5%, 2004년의 경우 전체 38만2천484명 중에서 12만9천404명으로 33.8%를 차지했다.

화상 치료가 미용성형이라며 건강보험 적용 거부

어린이 화상환자의 올해 2월 병원 진료지 영수증.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본인부담금액이 매우 크다. <에이블뉴스>

심리적인 부문만이 문제가 아니다. 안씨는 “화상에 의한 2차적 후유증인 비후성 반흔 구축 등에 대한 치료 목적의 어린이 화상 환자의 수술이 일반적인 미용성형과 기능성형의 애매모호한 적용으로 인해 환자 개인의 의료비 부담이 과중한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 등록도 어려워서 사회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화상 자체만으로는 장애로 인정되지 않으며, 안면부의 60% 이상의 조직의 비후, 함몰, 위축 등의 변형이 있어야 4급 장애로 인정한다.

건강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장애인 등록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 안씨는 이날 토론회에 두 어린이의 영수증을 직접 들고 나왔다.

첫 번째 어린이의 진료비총액은 1천568만2천356원이었으며, 이중 1천322만1천143원을 본인이 직접 부담했다. 특히 처치 및 수술료의 본인부담금은 965만1천70원으로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두 번째 어린이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진료비 총액은 1천158만7천66원이었으며, 이중 938만8천250원을 부담했다. 특히 처치 및 수술료의 본인부담금이 673만4천390원이었다. 두 어린이 모두 민간단체의 지원이 없었으면 수술도 못 받을 뻔 했다.

1인당 평균 본인부담금 1천488만원

서울시내에서 화상환자를 많이 수용하는 3개 병원의 화상 환자 2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화상환자 1인당 평균 1천488만원의 치료비(본인부담금)를 부담하고 있고 평균 8.25개월 동안 평균 3.63회의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1천123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다.

이 조사 결과를 전한 한강성심병원 오원희 사회복지사는 “화상환자의 치료과정에서 사용되는 사체피부나 인공피부(소, 돼지), 배양피부의 경우 1장(20cm×10cm)당 1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재료로 수술비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보험적용외 본인부담이 많아 실제로 느끼는 치료비 부담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증의 어린이 화상환자의 경우 수차례 수술이 지속되면서 그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비전호프 대표 안현주씨는 “일본은 화상 수술 및 그 재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며, 미국은 만 13세까지의 어린이 화상 환자의 치료를 국가에서 지원하며, 독일은 화상 수술 및 치료와 그 재료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됨과 동시에 심리치료도 배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체의 기능적인 장애에만 국한해 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상치료에 사용되는 고가의 재료도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다.

안씨는 “성인의 경우에는 예산 문제와 미용성형을 사유로 건강보험 적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향후 어린이 화상 환자의 수술, 치료, 재료 등의 의료비는 100% 건강보험이 적용돼야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어린이 화상환자의 건강보험 확대 적용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베스티안병원 윤천재 박사는 “소아화상을 줄이기 위한 법적, 사회적 노력 없이 화상치료에만 비용을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수기의 뜨거운 물은 항상 잠금 장치를 걸어놓고, 낮은 곳에 설치한 콘센트에는 항상 마개를 다는 등의 예방책을 찾아야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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