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내에서 이뤄지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사진 충북여성장애인연대>

국가인권위 여성장애인차별 실태조사 결과①

"수업 시작하기 전에 가서 강사에게 가서 시각장애인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수업끝나고 불러서 '넌 다음부터 수업 안 들어와도 돼. 도움도 안되잖아. 학점은 내가 알아서 줄게'라고 그러는 거예요. 따져야되는데 눈물부터 나는 거예요."

"거의 저만 빼놓고 있어요. 우리는 시장조사가 많은데 애들이 말을 하고 저를 빼면 좋은데 꼭 나중에 얘기해요. '불편하고 힘들까봐 뺐다구'."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는데 내려오는 게 불안해서 쳐다봐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다리를 보고 있어요. 위아래로 훑으면서…. 넘어졌을 때 남자가 도와줄 때 순간적인 것인데 뒤에서 잡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겨드랑이로 손이 들어와 찝찝하고 당황하게 돼요."

"장애인화장실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작게 만들어 놓고 휠체어 장애인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만들어놨긴 놨는데 사용을 안 하니까 거기 청소도구를 다 놔요. 대걸레, 휴지 그냥 창고처럼 사용할 때가 있었거든요."

이와 같이 대학 안에서 발생하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가 지난해 10월부터 1월까지 전국 15개 대학 여성장애인 재학생 및 졸업생 28명을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해 4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은 가족, 교사나 교수의 낮은 기대치에 의해 수학능력개발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교육과정에서 일부 교수들은 여성장애인에게 ▲출석을 부르지 않거나 ▲결석을 권하거나 ▲계속 똑같은 점수를 주거나 ▲질문을 하지 않거나 ▲취업을 추천하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이며 여성장애인을 차별하고 있었다.

또 여성장애인은 ▲공동과제 작성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역할분담에서 제외하거나 ▲귀찮은 일을 일방적으로 떠맡기거나 ▲조모임을 하는데 연락을 안 하는 등 동료학생들로부터도 배제와 소외를 당하고 있었다.

더불어 여성장애인은 ▲화장실을 남녀공용 혹은 남자화장실안에 설치하고, 출입문을 비닐커텐으로 설치하거나 ▲도움을 빙자해서 신체접촉을 하는 등 무성적 존재로 규정받거나 성폭력 피해에도 쉽게 노출돼 있었다.

이와 함께 여성장애인만의 특별한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리대 자동판매기의 경우 비장애여성의 키 높이에 맞게 설치돼 있고, 동전을 구멍에 맞추어 넣어야만 생리대를 살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휠체어를 탄 여성장애인이나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장애인에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장애대학생으로 이뤄진 동아리에서도 회장을 비롯한 간부 직책은 남학생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등 장애인집단내에서도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대학 당국은 각 대학에 재학중인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 해소를 위해 학교의 장애학생 지원체계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며 "특히 여성장애인을 전담할 수 있는 도우미제도를 시급히 마련하고, 교수와 교직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여성문제와 장애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인권교육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제시했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이번 연구는 여성장애인의 차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향후 여성장애인 차별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차별해소방안을 마련하는데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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