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장애인차별금지법 공청회에서 여성장애인연합 심성은 인권위원이 모성권에서의 여성장애인차별에 관해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장애인차별-심성은씨 ②

“성을 누리고, 가정을 갖고, 어머니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는 장애를 떠나 여성으로서 누구나 누릴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 역시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사회는 장애여성의 이러한 권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장애인차별실태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청회에서 ‘모성권에서의 여성장애인차별’에 관해 사례발표를 했던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심성은(44·지체장애 2급) 인권위원은 장애여성으로서 느꼈던 차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심씨는 “장애인의 독신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없이 사회적 차별 때문일 경우가 많다”며 “장애여성의 경우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임신과 모성에서까지의 장애는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독신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4일 서울 수유동에서 심성은씨를 다시 만났다.

[관련기사]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장애인차별-윤정기씨 ①

편견이 앗아 가버린 어머니로서의 꿈

그녀는 4년 전인 마흔 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해 현재 4살짜리 아이를 둔 장애여성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독신을 고집하거나 늦게 결혼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적당한 나이에 가정을 갖고 아내와 어머니로서 살아가기를 원했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보통 장애인은 당연히 장애인과 결혼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관념적으로나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결혼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막상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일이 되면 상황이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결혼적령기에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싫어서 장애인과의 결혼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처럼 "대부분 모든 일들이 생각과 현실이 따로따로 존재해 사람들이 관념적으로는 이해를 하면서도 막상 자신과 관련된 일이 될 때는 상당히 배타적이 된다"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을 지적했다.

그녀는 장애여성이 결혼 후 결혼 전보다 더 많이 부딪히게 되는 문제점과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결혼하기도 어려웠지만 아기를 낳고 나서 부딪혔던 육아와 가사에 대한 어려움은 결혼 전에 생각했던 평범한 여성의 삶에서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결혼 후 가정에서 비장애 여성과 다를 바 없는 착실한 아내, 며느리, 엄마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만혼의 초산임에도 순산을 해 현재 4살이 된 자녀를 두고 있다. 그 시간동안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을 바라보는 주위의 부정적인 시각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자존심의 굴절, 마음의 상처도 만만치 않았다. 또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가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기 전까진 가슴 아픈 경험이 많았다.

“아기를 낳은 것에 대한 죄의식마저 느꼈다”

▲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는 지난달 2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장애인차별실태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에이블뉴스>
“출산 후 내 몸 하나도 추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기를 제대로 씻겨주지 못했던 일, 아기가 아팠을 때나 다쳤을 때 병원에 바로 데려가지 못하고 마음 졸이며 누군가의 도움을 한없이 기다리는 일들에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입주 가정부’였다. 장애여성의 경우 출산 후 일반 여성보다 더 조심스러운 산후조리가 필요함에도 돌봐 줄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아기를 직접 돌볼 수 없는 장애여성은 위탁모나 가정부를 구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부분 가정에서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장애를 가진 대로 그만큼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우리 부부도 아이를 그렇게 키울 수도 있었지만 늦게 결혼해 얻은 소중한 아이에게만큼은 부모의 장애로 인해 최대한 불편을 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입주 가정부를 고용해 10개월 간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가정부의 임금으로 지출해야 했다. 그나마 이 경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주가정부를 구하기 힘들어 조선족 가정부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점차 아이가 커가면서 낮에만 오는 파출부로,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오는 도우미로 점차 비용을 줄여나갔다.”

그녀는 이처럼 힘들게 아이를 키우면서 가사와 육아에 치여 건강이 나빠지고,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의 성화를 견디다 못해 집밖을 나서면서 느끼게 되는 불안과 공포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떤 때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 차라리 아기를 낳은 것이 죄처럼 느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장애여성 육아문제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 절실

지금 그녀의 자녀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처음엔 집에서도 가깝고 시설도 괜찮다는 어린이집 몇 군데에 문의를 했지만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응답만 받았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장애를 호소하고 문의를 했지만 영세민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냉담한 반응만 보였다. 이렇게 그녀는 결국 육아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입주 가정부와 도우미를 쓰면서까지 힘들게 지켜온 직업마저 그만둬야 했다.

그녀는 아이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공동육아는 기존의 어린이집, 놀이방, 유치원과는 달리 아이를 둔 가구가 한 지역 조합의 단위가 되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육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아이의 장애정도, 부모의 혼인상태, 성별, 지역, 계층 등 모든 사회 문화 경제적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열린 교육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장애를 누구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벽을 넘기는 매우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동육아에서는 그런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동육아에서는 부모의 참여가 매우 중요함에도 우리 부부가 장애인인 것을 다 인정하고 받아들여 정말 많은 배려를 해준다. 같은 사회에서도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난다. 겨우 백지 한 장 차이일 뿐인데….”

그녀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신체장애를 빙자한 의식적 억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제껏 자신과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장애인은 비장애인인 우리와 다르다”, “장애인은 타고난 사람이라는 인식이 항상 같이 따라 다녔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러한 편견과의 전쟁을 서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비장애인 기혼여성들도 여러 가지 일 중 육아가 가장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아직 우리사회는 장애여성의 육아 문제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가 없다. 이처럼 장애여성이 아기를 낳아 기르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의 벽을 깨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의 편견과 싸워야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