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장애여성의 날 행사의 일부인 장애체험행사에 직접 참여해 껌을 파는 장애인으로 억울하게 몰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본지 안은선 기자(사진 우측). <에이블뉴스>

지난 19일 토요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많은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장애여성공감에서는 우리가 흔히 규정하고 있던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것을 체험하는 장애체험행사를 실시했습니다. 이제껏 고정관념 속에서 규정되어져 왔던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일방적이었는지 체험을 통해 느낄 수 행사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하는 방식에 따라 정상이라고 규정한 일상의 모든 방식들….

몸에 맞지 않는 너무나 큰 모자와 신발을 걸치고 시작한 체험은 일상의 모든 상황의 틀을 깨고 정상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체험이었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시계바늘이 거꾸로 되어 있어 시계의 시간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고, 밥그릇이 커피잔으로 사용되고 숟가락이 포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런 아주 잠깐의 체험마저 너무나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장애여성들에게는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버려 정상이 되어버린 비정상이겠지요.

정상과 비정상을 뒤엎는 공감에 이어 장애여성의 상처를 직접 체험해보는 가해자 대 피해자의 역할극을 해보았습니다.

장애여성의 역할극을 하기에 앞서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여성의 입장을 잠깐 체험해보았습니다. 의자에 앉아 양손이 묶인 채 타인에게만 의존해 음식물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제 의사는 무시된 채 재빨리 과자를 넣고 삼킬 여유도 주지 않은 채 이번엔 음료수를 입안에 들이 붓더군요.

체험이 끝나고 나서야 장애여성분께서 얼마나 장애여성이 자신의 의견은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체험이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처음엔 단지 장애인을 향한 시선과 불편함이 어떤 건지 조금이나마 느껴보기 위해 이 장애체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긴 했지만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40대 장애여성의 역할을 경험하고 나서 한동안 온몸이 떨려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짐을 들고 전철을 타려고 하는 장애여성을 손가락질을 하고, 구걸하는 사람 취급해 동전을 던지고 내쫓으려하는 사람들….

처음 부딪히는 상황에 너무나 놀라 그저 멍하니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마음 안에서는 뭐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차마 입 밖으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거겠지요.

날 향해 비웃는 듯 비난을 퍼 붇는 사람들을 향해, 나보다 강자인 듯 보이는 그 사람들을 향해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는 저로선 선뜻 대꾸할 엄두조차 낼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 제가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의 장애여성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면서도 아무런 대꾸조차 못하고 혼자서 울음을 삭혀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활이 어쩌면 일상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이런 모든 체험이 끝나고 나니 온몸이 힘이 풀리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 그 중에서도 장애여성.

그들이 왜 그렇게 집밖으로 나서길 꺼려하는지, 또 비록 소수이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장애여성이 얼마나 큰 용기를 가진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 중에 저 역시 한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미안해집니다. 저도 모르게 그런 고정관념과 불편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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