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Easy Read' 책자.ⓒ김혜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후원하는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시너지(Synergy)팀이 지난 8월 11일부터 20일까지 '장애 부모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주제로 런던과 리즈 지역에서 연수를 진행했다.

시너지 팀은 지난 8월 18일 학습장애 부모들의 양육권을 옹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체인지 피플(CHANGE People, 이하 체인지)을 만나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영국의 리즈 지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체인지는 학습장애인들의 인권 단체다. 영국에서는 학습장애의 정의가 우리나라와 달리 난독증, 실어증과 같은 장애뿐만 아니라 지적장애 등을 포괄하고 있다.

체인지의 주요 업무는 학습장애인들이 접근 가능한 정보(Accessible Information)를 만드는 것으로 여러 프로젝트 팀을 두어 학습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책자, 출판물들을 간행하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많은 학습장애 부모들이 정보 접근성의 부족으로 인해 임신을 하고도 양육권을 뺏기는 경우가 잦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학습장애인들에게는 비장애인들 위주로 편집된 일반적인 간행물이 아닌 학습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학습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상당수의 학습장애 부모들은 그러한 접근 가능한 정보가 얻지 못한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다.

이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평가되어 양육권을 뺏기는 사례나 기존 사회복지사들이 학습장애 부모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차별하는 사례가 잦다.

체인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부터 '부모권 프로젝트(Parenting Project)'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학습장애 여성들의 모성권을 보장하고, 학습장애 부모들의 독립적인 권리를 옹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체인지는 예비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학습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학습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임신과 양육 관련 출판물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5년 동안 만든 책자는 임신과 양육과정에서 학습장애 부모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양육과 관련된 책자는 아이의 나이 대에 따라 세분화되어 출판됐다.

체인지에서 학습장애인들의 임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출판한 'My pregnancy, My choice'. ⓒ김혜림

부모권 프로젝트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오랫동안 활동한 피오나에 따르면 학습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 출간물은 'Easy Read'라는 라벨이 붙어서 출판된다. 임신과 출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Easy Read 책자를 만들 때에는 해당 책자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전문가 집단인 '운영 위원회'를 조직한다.

이 운영 위원회는 학습장애인들 당사자와 더불어 학습장애인을 직접 대한 경험이 있는 의학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피드백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학습장애인을 위한 책자는 몇 가지 원칙을 따른다. 짧고 쉬운 문장을 사용하며 흑백의 명료한 사진과 그림 등을 싣는다. 실제로 CHANGE 측에서 제공해준 책자를 살펴보면 학습장애인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그림을 이용한 편집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정보 전달에 애니메이션도 효과가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피오나는 “학습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오히려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장애 당사자들의 참여와 필요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뿐만 아니라, 유명무실한 참여가 되지 않도록 실용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돋보였다.

체인지의 학습장애 부모들을 위한 출판물은 실제로 학습장애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편집한 흔적이 가득했다.

아쉬운 점은 영국에서도 아직까지 학습장애인들을 위한 접근 가능한 정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서, 이러한 책자들을 구입할 때 보조금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국에서 학교와 학부모들의 소통 역시 학습장애인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었다. 장애 부모들의 접근성을 돕기 위해 가정통지문이 점자, 큰 글씨, 음성 오디오 등으로 제공되는 경우는 있지만 학습장애인이나 수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료는 거의 제공되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

그럼에도 체인지와 같이 학습장애인들을 위한 정보를 만드는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기도 했다.

학습장애인들을 위한 'Easy Read'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학습장애인들이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들이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책임지는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체인지에서 만난 학습장애인 부모들은 여느 부모님들만큼이나 주체적이고 당당해 보였다.

*이글은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시너지팀'의 김초엽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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