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이 최고의 낙? 척수장애인에게만은 예외다. 배설에 대한 두려움으로 해외여행을 가도 길거리 음식은 꿈에도 못 꾸며, 심지어 ‘똥 누는 날’이라는 이유로 외부활동을 미루거나 취소한다.
올해로 척수장애인이 된지 30년째인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또한 평생 트라우마로 남은 경험이 있다.
10여년전 타 직장생활을 하던 이 사무총장은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설사가 나와 사무실에서 도망치듯 집으로 향해야 했다.
옷은 물론이고, 자동차시트, 휠체어도 엉망이 됐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다시 직장에 갈 수 있을까 하며”
그 이후 병적으로 음식에 의심을 갖고, 항상 조심하고 조절하며 장애인 화장실 존재여부에 촉각을 세우게 됐다. 이는 이 총장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척수장애인은 평생 공포 속에 살아간다. 멀끔한 양복 속 남모를 속사정 문제를 공론화 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커밍아웃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척수장애인 장 건강 관리’ 세미나를 개최, 장 관리를 위한 전문가의 다양한 조언을 들었다.
척수손상으로 인해 척수장애인이 되면 저장과 배설을 담당하는 ‘결장 기능 장애’가 생긴다.
변비, 실변, 배변의 어려움을 경험하는데, 정상적으로 평균 12~48시간 내 배변하는 반면, 척수장애인은 평균 96시간이 걸린다. 너무 오래 변을 갖고 있다 보면, 변비나 치질 등 합병증까지 동반하게 된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김동구 재활의학과 과장은 배변관리를 위한 기본 원칙을 설명했다. ▲1~2일에 1번씩 규칙적인 배변 ▲서는 운동과 복부 운동 ▲수분 및 야채 섭취 늘리기 ▲약물의 도움 등 크게 4가지다.
“야채 얼마나 먹어요?”란 질문에는 물은 2~3L 정도, 식이섬유는 하루에 20~30g 정도가 적당하다. 병원 일반 성인식의 경우 끼니당 보통 6~10g 정도니 참고하면 된다. “하루 세끼 잘 먹고 아침에 사과하나 저녁에 출출할 때 바나나 하나 드세요”김 과장의 조언이다.
만약 이로 부족한 경우, 약물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약물은 부피형성 완화제,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 좌약 등 총 4개 정도다.
단, 주의해야 할 사항은 자극성 하제 중 아락실 등은 장기간 사용 시 설사가 줄줄 새는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니 규칙적인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김 과장은 “괄약근에 힘이 없을 경우, 좌약은 효과가 없다. 이럴 땐 변을 규칙적으로 파내서 부피형성 완화제를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과장은 일상생활에서 실변 실수를 막기 위한 팁을 소개했다.
김 과장은 “두 번 손가락 자극했는데 10분 이상 지나도 대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변 없이 누런 코 같은 점액성분이 나올 경우, 장점막이 닫힐 경우 변이 완료됐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립재활원 유양숙 수간호사는 구체적인 배변관리를 위한 ‘손가락 자극법’ 시범을 보였다.
직접 손가락 장갑을 낀 채 유 수간호사는 “손가락에 윤활제를 바른 후 손가락 한 두 마디를 항문에 넣고 부드럽게 돌려가면서 꾹꾹 누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30초~2분 가량 실시한 후 잠시 손가락을 뺐다 대변이 나올 때까지 3~4번 반복하면 된다. 만약 5분이 되도록 변을 못 보면 10분 휴식 후 다시 시도하면 된다. “마사지 중에 심호흡을 하면 더 좋다” 유 수간호사의 조언이다.
또한 좌약삽입을 위한 방법으로는 복부 마사지 후 왼쪽 방향으로 누운 상태에서 시행한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딱딱한 변이 만져지면 파낸 후 좌약을 손가락으로 깊게 넣어 직장 벽에 넣는다.
이후 좌약을 넣은 후 15~30분 가량 지나면 변을 볼 수 있다. 만약 변 보기에 실패했다면 손가락 자극도 같이 시행하면 된다.
“장애인 단체가 똥 문제로 세미나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머쓱해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배변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교육과 대장암 예방 검진시스템 마련 등의 제언을 내놨다.
이 사무총장은 “오랜 입원기간 동안 자기에게 맞는 배변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초기부터 교육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동영상 교육 등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장관리가 잘 되지 않은 척수장애인들은 대장내시경검사를 할 때 고생을 하는 부분이 많다. 1박2일 입원을 통해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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