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민중연대 강동진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24일부터 빈곤문제 해결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단은 서울역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특히 이 농성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장애인수급자인 한진구, 이승연, 김태현씨가 주체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농성돌입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농성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 제도의 존재 이유에 대해 되묻고 있다. 이들의 결의문을 소개한다.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한끼 밥값도 안 남아"

1급 장애인 수급자 한진구

▲ 1급 장애인 수급자 한진구씨. <에이블뉴스>
저는 지체장애 1급입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취업을 할 수도, 받아주는 곳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기초보장법의 수급자로 한달 314,000원과 장애인 연금 8만원으로 늘 허덕이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 관리비 7만원과 이것저것 각종 공과세 8만원 그리고 제대로 된 치료는 받을 엄두도 못내는 채로 먹고 있는 약 값 만해도 20만원 정도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끼 먹을 돈도 안 되는 나머지 금액으로 한달을 살아야하고, 친구들이나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겨울이 오면 저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물가에 난방비 등, 겨울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힘든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이나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가진 것으로는 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지 않고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평생 비참하고 피 마르는 삶을 살아야하는 것은 똑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장애로 인해 필요한 의료비가 없어서 병원도 가지 못하는 상황, 장애인이기 때문에 취업이 안 되는 상황, 수급권자이기 때문에 조금의 수입이 있어도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취업이 되어도 수급권이 박탈되면 더 많은 의료비를 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더욱 분노스럽습니다.

많은 것을 꿈꾸고 도전하고 싶은 젊은 나이에, 어떠한 희망도 없이 수급권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도, 수급권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것도 스스로에게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그러나 이대로의 삶을 그대로 인정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와 같은 장애인이, 아니 수급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수많은 가난한 이들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작은 투쟁이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해도,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시작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기 서울역으로 왔습니다. 서울역에는 많은 농성장이 있다고 합니다. 조금씩은 다른 문제로 농성을 하지만, 결국은 차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땅의 국민을 외면하는 정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시작하는 우리의 투쟁이 서울역에 모여 있는 농성장이 보여주듯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헌법소원낸지 1년6개월, 아무 답변도 없어"

1급 장애인 수급자 이승연

▲ 1급 장애인 수급자 이승연씨. <에이블뉴스>
저는 2002년 5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헌법소원을 낸 수급권자 이승연입니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낸지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떠한 답변이나 언급조차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후로도 저의 상황은 물론이거니와, 빈곤층과 수급권자들의 생계유지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난의 문제는 사회전반에서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임에도 변한 것은 최옥란 열사가 투쟁할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습니다.

아니 점점 더 나빠져만 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가난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문제가 아님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살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실행되어지고 있는지를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일하기조차 힘든 중증장애인에게는 더욱더 큰 차별이 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최옥란 열사의 농성투쟁과 죽음 이후 저는 최옥란 열사의 뜻과 투쟁하는 삶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농성을 결의하며, 어떠한 희망도 없는 현실을 깨뜨려 나가고자합니다. 최옥란열사의 마음으로 투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병원비 많이 나올까봐 병원 못가"

1급 장애인 수급자 김태현

▲ 1급 장애인 수급자 김태현씨. <에이블뉴스>
저는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준비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김태현이라고 합니다. 37살의 뇌병변 1급 장애인이고 1인 가구 수급권자이기도 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극빈층의 인간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생겨난 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옥란 열사가 월 26만원을 가지고는 도저히 살수 없다고 명동성당 앞에서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농성을 한지 2년이 지난 지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우리 장애인들의 삶을 과연 얼마나 바꾸어 놓았습니까?

그 당시에 열사께서는 장애인들은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예를 들면 교통비, 의료비등을 포함한 가구유형별 계측과 그에 합당한 수급액 책정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저는 지금 현재 1인 가구로서 장애인수당을 포함하여 약 39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2년 전에 비하면 액수는 많이 올라간 셈입니다만, 저의 현재 삶을 보면 그 수급액이 과연 적당한 것이고 최저생활이 가능한 액수인지 의심이 많이 갑니다. 일단 저는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나 어머님이 사시고 계신 광명시의임대아파트로 주소를 옮길 수 없어, 몇 해 전 직장을 잃고 여기 저기장애인단체를 전전하며 사무실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받고 있는 급여로는 쪽방 생활도 어려운 실정이고 급여액으로도 하루에 두 끼를 밖에서 사먹다 보니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수조차 없습니다. 친구가 장가를 간다고 해도, 후배가 결혼을 해도 할머님의 제삿날이 되어도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저의 삶이 과연 사람이 사는 모습인가?

요사이에는 어머님 또한 카드 빚에 쫓겨 지방으로 전전하시고 계시고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몸도 많이 좋질 않습니다만 병원에 가면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이 발견되어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 병원에도 못가는 실정입니다.

무엇이 저의 삶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물론 저의 장애로 인한 취업의 힘듦이 원인이겠지만, 그렇다면 취업을 못한 장애인들은 그냥 그렇게 어렵고 처참한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인지요? 저의 이런 질문에 올바른 대답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그것에 맞는 대책이 나올 때까지 저의 농성과 투쟁은 계속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