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480만 장애인 생존권 확보를 위한 총 궐기대회'에서 장애인들이 노무현 정부의 장애인복지정책 후퇴를 규탄하며 복지카드를 불태우고 있다. <에이블뉴스>

긴급진단/노무현 정부 장애인정책

노무현 정부 출범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복지 마인드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복지의 확대로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오히려 장애인복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장애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은 ‘참여복지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가 정책결정과정에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왜 장애인들 사이에서 이러한 얘기들이 나오는지 주요 사안별로 원인을 짚어봤다.

▲고용장려금 축소=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취업 가능한 모든 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고용을 대폭 확대해 소득창출과 보람된 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장애인고용업체에 인센티브를 확대해 취업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12월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업체에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인 고용장려금을 대폭 축소했다. 당시 정부는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보완장치를 가동하고 일반회계를 통한 기금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 편성돼 있는 장애인고용 일반회계 관련 예산은 총 100억원, 뒤늦게 국회 환노위에서는 400억원을 증액시켰다. 정부가 과연 기금 고갈을 극복하고 장애인고용 확대에 대한 제대로 된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장려금 축소 여파로 인해 중증장애인, 여성장애인 등 취약장애인들의 고용불안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장애인고용 시장은 현 정부 출범이전보다 크게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LPG 사용량 제한=12월 1일부터 장애인차량 LPG 면세혜택이 월 250리터로 제한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장애인차량 LPG 지원대상이 급격하게 증가해 예산이 부족하다고 이번 LPG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사용량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제도를 운용해온 결과, 일부 장애인의 제도 오·남용 사례가 발생,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라는 제도 도입 근본취지가 퇴색하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다른 복지시책의 확충에도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인들은 “그나마 장애인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던 복지시책이 축소됐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은 일부 장애인단체의 반발 수준이 아니라 기층 장애인들이 투쟁의 전면으로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적으로 장애인들의 시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으나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LPG 특별소비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장애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에 장애인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복지사업 지방이양=내년부터 장애인관련 사업의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양된다. 물론 이 정책은 장애인분야에 한정해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이라는 큰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이양한 예정인 장애인복지사업은 예산 대비 62%에 해당하는 1천760억원 규모로 총 정부이양예산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등 다른 사업에 비해 지방이양 규모가 크다.

장애인들은 지방이양이 실시되면 장애인복지가 급격하게 후퇴할 것이라며 단언하고 있다. 장애인관련 사업을 지자체에서 관장할 경우, 장애인시설 등에 대한 주민반발이 있을 경우 민선자체단체장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로 인해 장애인사업에 사용돼야할 예산이 자치단체의 다른 사업에 사용돼 복지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지방이양 저지에 앞장서고 있는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대규모의 빠른 지방이양은 장애인복지사업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로 시기상조”라며 5년 유보안을 내놓았으나,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대선공약 지지부진=“장애인이동권 확대를 위해 저상버스를 도입하겠다.” “장애인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장애인의 자립을 적극 지원하겠다.”“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겠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내놓은 대표적인 장애인관련 공약이다. 저상버스 도입, 연금제도, 차별금지법 등의 약속에 장애인들은 큰 지지를 보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장애인들의 이와 같은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는 저상버스 의무화가 포함이 되지 않은 교통약자편의증진법을 내놓아 장애인들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또 정부는 장애인연금제에 대해서 전혀 검토조차 하지 않다가 장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제야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장애인들은 대통령 직속으로 차별금지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로 차별시정기구를 통합하기로 하는 등 장애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참여복지, 참여가 없다=노무현 정부는 참여복지라는 새로운 복지 틀을 내세워 장애인들은 당사자들의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당사자들이 배제되는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사업의 지방이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장애인계에 대한 의견수렴은 전혀 하지 않았다. 고용장려금 축소와 LPG 축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장애인단체와 몇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의 하나인 ‘전동휠체어 지원’의 경우, 내년부터 전동휠체어 건강보험 적용 기준안을 만들면서 정부 측에서는 단 한번의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오히려 장애인들이 공청회를 열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벌였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장애인들은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는데 반해 정부에서는 이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꼴이다.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참여정부에 들어서 장애인들의 참여가 오히려 배제되고 있다”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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